2012년 10월 30일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체육인복지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 장미란 역도 국가대표 선수와 기념촬영을 하며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장미란의 총선 출마설은 최근 증권가 정보지를 통해 수면위로 부상했다. 6월 초 쯤 기자들 사이에서는 ‘역도선수 총선 출마 예정’이라는 내용의 정보가 돌기도 했다. 내용을 그대로 옮기자면 다음과 같다.
“국내 최고 역도선수가 내년 총선에 출마할 예정이라고 전해짐. 이 선수는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과 인연이 깊었다고 함. 정부 출범식에도 참여했던 이 선수는 박근혜 정부의 청년위원회의 청년 대표 위원으로 발탁됨. 또 지난해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배지도 받음. 박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 여성 독신 모임의 일원으로 참석했다고도 전해짐. 새누리당의 친박계는 대중에게 사랑 받는 선수를 내년 총선에 공천할 것이라는 후문임”
특히 해당 역도선수가 ‘장미란’이라는 내용이 함께 돌면서 대중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무엇보다 정보지 내용이 완전히 허황된 얘기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사실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대표적인 것이 장미란이 박근혜 대통령과 인연이 상당히 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그동안 장미란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2008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 시절 자신의 미니홈피에 장미란에 대해 언급한 것이 시작이다.
당시 박 대통령은 “장미란 선수의 방송 인터뷰를 보며 담담한 그 말에서 깊은 감동과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라고 소감을 밝히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역도 국가대표로 나서는 장미란을 응원했다. 2012년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있을 당시에는 설 연휴에 태릉선수촌 역도장을 찾아 감독들에게 “장미란 선수가 이번에 금메달을 따게 되면 업어주실 생각은 하지 마시고 안아주시라”고 농을 건네는 등 특별히 장미란을 격려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장미란 사랑’은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지속됐다. 대통령 취임식에 장미란을 초청, 여러 국민대표들과 함께 취임식에 동반 입장을 했다. 또 지난해 6월 현충일 기념 추도식에 참석한 장미란에게 ‘나라사랑큰나무 배지’를 직접 수여하기도 했다. 정보지에 언급된 대로 박 대통령과 장미란의 인연과 정부 출범식 참여, 배지 수여 등은 모두 사실인 셈이다.
장미란이 청년위원으로 활동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장미란은 은퇴 이후 2013년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청년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돼 현재까지 활동을 하고 있다. 청년 공약의 일환으로 박근혜 정부가 의욕적으로 출범시킨 청년위원회는 19명의 쟁쟁한 청년위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신임을 보여주듯 체육계 인사로는 장미란이 유일하다. 일각에서는 이번 장미란의 총선 출마설이 청년위원회 활동에서 기반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 청년위 관계자는 “장미란 위원이 활동을 워낙 열심히 하고 있고 여러 강연도 잘해 인기가 많다. 소박하고 조용하면서도 부드럽게 이끌어 가는 스타일이다. 인기로는 탑 1~2에 드는 정도다”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청년위 측은 공식 입장을 통해 “장미란 위원에 총선 출마설에 대해서는 들은 바도 없고 확인된 것도 없다. 장미란 위원이 활동을 잘 하고 있는 것은 맞다. 청년위원들이 비상근직이기 때문에 세 달에 한 번 정도 모이는데 꾸준히 잘 나오는 편이다”라고 밝혔다.
장미란 역시 자신의 출마설을 부인했다. 장미란은 <일요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지인들을 통해 그런 소문을 듣고 직접 증권가 정보지를 받아보기도 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런 제안을 받은 적도 없고 생각도 없다. 그동안 공식적으로 물어보는 사람도 없고 해서 직접 나서서 ‘아니다’라고 얘기하기도 좀 그랬다”라며 “정부 출범식이나 배지는 나 혼자 참여하거나 받은 것도 아니고 청년위원 활동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지금 나이가 32살로 아직 젊고 독신 생각도 없는데 ‘독신 모임 참여’는 좀 심하지 않느냐”라며 웃으며 전했다.
기자가 ‘만약에 제안을 받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질문하자 장미란은 “‘만약에’라는 말이 제일 무섭다. 난 정치에는 관심도 없고 그저 내 할 일을 열심히 할 뿐이다. 청년위원 활동도 그저 멘토링 강연 요청이 계속 들어와서 열심히 했을 뿐이다. 은퇴 후에 여유가 좀 많아져서 시간이 많으니까 많이 부르는 것 같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그렇다면 장미란이 직접 총선 출마설을 부인하고 있는데도 이 같은 소문이 퍼지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정치권 관계자들은 “장미란이 최근에 국회에 오고가는 모습이 보여서 그런 내용이 퍼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새누리당 친박계 한 관계자는 “최근 ‘체육인복지법’ 때문에 장미란을 포함해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이 토론회나 공청회에 몇 번 왔다 갔다 했다. 아마 그런 모습 때문에 증권가 정보가 퍼진 게 아닌가 싶다”며 “장미란 외에도 다른 국가대표 선수들도 있었는데 장미란만 부각된 것이 재미있다. 아마도 청년위원 활동도 열심히 하고 인지도도 높은 만큼 정치권에 진출할 것 같다는 시각이 있었나보다”라고 전했다.
장미란 역시 국회에 다녀온 것을 인정했다. 장미란은 “아마 4월쯤에 간 것 같다. 체육인복지법이 사실 체육인들에게 꼭 필요한 법이다. 빨리 통과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대한민국국가대표선수회 차원에서 토론회를 참석한 것이 전부”라고 밝혔다. 2012년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체육인복지법’은 체육인의 생활안정과 삶의 질 향상 등 복지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정비, 통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후 3년 간 법안이 표류하다가 지난 4월 우여곡절 끝에 공청회가 열려 통과 여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렇듯 관심이 집중됐던 ‘장미란 출마설’은 확인 결과 일종의 ‘해프닝’으로 마무리 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장미란의 ‘진짜 다음 행보’는 어떻게 될까. 장미란은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IOC 선수위원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최근에 밝힌 바 있다. 장미란은 “도전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사실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차분하게 때를 기다리고 있다”며 “7월쯤부터는 장미란재단에서 장미운동회, 학생들을 위한 멘토링 등 다양한 활동을 다시 할 계획이다. 체육계와 후배들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항상 생각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