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쿠팡맨들의 크고 작은 감동 서비스가 입소문을 타면서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사진제공=쿠팡
고객이 부재 중일 때도 친절함은 변함이 없다. 쿠팡맨은 경비실에 맡기기, 대문 앞에 두기, 재방문 등 제품 수령 방법을 여러 가지로 제시한 뒤 고객의 선택에 따라 움직인다. 만약 고객이 택한 장소에 물품만 두고 오게 되면 그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해 전송한 뒤 “수령 후 확인 문자 한 통만 부탁드린다”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이러한 감동 서비스 덕분에 로켓배송의 매출은 급증했지만 정작 쿠팡맨들의 표정은 마냥 밝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살인적인 업무량이 쿠팡맨들을 괴롭힌다. 명절과 같은 특수기간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지만 고객 확보를 위해 무분별하게 진행하는 이벤트 때문에 쉴 틈 없이 일해야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초과근무를 해도 약속한 날짜에 배송을 완료하지 못해 최근 쿠팡사이트에는 ‘주문량 증가로 1~2일 배송지연이 예상됩니다’라는 안내문구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4개월 동안 쿠팡맨으로 일했던 김 아무개 씨(34)는 “한창 바쁠 땐 김밥 한 줄로 하루를 버틸 정도였는데 이마저 다 못 먹을 때가 있었다. 하루 12시간을 일해도 시간이 부족할 정도였는데 고객들의 불만도 우리가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쿠팡맨과 소비자들의 불만이 계속 되고 이런 문제점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회사 측에서도 이벤트를 최소화 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30대 젊은 사람들도 버티기 힘든 직업”이라고 말했다.
경쟁에 내몰린 친절함이 쿠팡맨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기도 한다. 쿠팡맨은 계약직으로 입사한 후 6개월 단위로 정규직 전환 심사를 받는다. 총 3번의 기회가 주어지며 이 기간 내에 정규직으로 채용되지 않으면 일을 그만둬야 한다. 현재 전체의 30%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알려지는데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한 서비스 경쟁도 치열하다.
고객들로부터 칭찬을 들으면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만큼 남들과는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려 애쓰는데 손수 쓴 편지부터 꽃 한 송이, 초콜릿을 서비스로 제공하는 쿠팡맨도 있다. 아이들이 있는 가정을 방문할 땐 풍선, 바람개비, 스티커 등을 지참해 선물로 주기도 하며 택배 박스에 그림을 그려 눈길을 끌기도 한다. 이는 쿠팡맨들이 자발적으로 행하는 서비스이긴 하나 살아남기 위해 사비까지 털어야 하는 게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쿠팡맨들의 절박함을 악용하는 고객들도 있다는 점이다. 택배 박스 수거 서비스를 제공했더니 쿠팡맨이 올 때마다 다른 쓰레기까지 버려달라는 고객이 있는가 하면 개인 비서를 고용한 마냥 잡심부름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 한 번의 실수로 항의전화라도 접수되면 그동안 쌓았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니 쿠팡맨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모든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
기자가 만난 30대 쿠팡맨은 “동종업계 사람들로부터 눈치를 받을 때도 많다. 다른 택배기사들이 비교를 당하니 얄미운지 우리 차량을 세워두면 앞뒤로 주차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할 때도 있었다”며 “정규직이 되면 업계 평균보다 높은 연봉을 받고 복지도 좋은 편인 것은 인정하나 그만큼 업무 강도도 강한 게 사실이다. 여긴 버티는 사람이 살아남는 곳”이라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