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도쿄지점은 다른 사람 이름으로 분할 대출하는 등 1000억 원 규모 부당 대출을 했다. 사진은 서울 중구 회현동에 위치한 우리은행 본점.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우선 도쿄지점의 경우 지난 2008년 4월~2013년 6월 동일인 대출한도를 넘어서는 금액을 대출해주기 위해 여러 명의 명의를 동원하는 ‘분할 대출’을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분할 대출은 이를테면 1억 원이 한도인 고객이 2억 원 대출을 신청해올 경우 다른 사람 명의를 동원해 각각 1억 원씩 대출해주는 식으로 대출한도를 회피하는 수법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전결권 회피’라고 부른다.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은행 도쿄지점은 ‘전결권 회피’를 위해 타인명의로 분할 대출로 총 89건, 111억 9000만 엔의 여신을 부당취급했다. 우리 돈으로 1000억 원이 넘는 금액이다.
국내 본점의 관리감독 또한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우리은행 글로벌사업본부가 도쿄지점에 대한 위험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아 지점장 전결여신에 대한 모니터링 등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직 도쿄지점장은 거래처에 은행돈이 아니라 개인자금을 빌려줬던 사례가 적발됐다. A 지점장은 지난 2008년 7월~2010년 6월 거래처에 17차례에 걸쳐 4750만 엔(약 4억 3000만 원)을 빌려줬고, 2012년 12월에도 다른 거래처에 2회에 걸쳐 2000만 엔(약 1억 8000만 원)을 사적으로 대여했다. 현행 규정상 은행 임직원은 업무와 관련해 고객과 사적으로 금전 대출 등의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우리은행의 대규모 부당대출이 일본 현지에서의 영업경쟁 격화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은행 해외점포들은 현지인보다는 교포 등을 상대로 한 영업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일본의 경우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부당대출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특히 재일교포 후손들이 가업을 잇기보다는 취업이나 다른 직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고객숫자는 갈수록 줄고 있는 반면 국내 은행들의 영업경쟁은 치열해지고 있어 위법이나 탈법이 동원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은행권의 귀띔이다. 여기에 재일교포 후손들은 시간이 갈수록 ‘한국인’이라는 인식이 약해져 굳이 여러 면에서 불편한 도쿄지점과 거래를 하려들지 않는다는 점도 경쟁격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재일교포 후손들은 3~4세대로 넘어가면서 모국에 대한 개념이나 관심이 희미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몇 개 되지 않는 국내은행 지점까지 찾아와 거래하겠다는 후손들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은행권 일각에서는 우리은행 도쿄지점의 경우 영업경쟁보다는 조직적이고 관행적인 비리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에서는 대출 리베이트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이를 대출담당자와 상관이 상납식으로 나눠갖는 관행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은행 도쿄지점은 지난 1968년 시중은행 중 처음 만든 해외점포인 만큼 이런 관행이 다른 은행들보다 뿌리 깊게 박혀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모 은행 고위 관계자는 “일본의 대출리베이트는 통상 대출액의 1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리베이트를 받으면 일부는 직속상관에게 상납하고 일부는 자신이 챙기는데, 우리은행의 경우 규모로 볼 때 조직적으로 이뤄졌을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은행권에서는 도쿄지점의 경우 전임자가 후임자에게 부당대출 노하우를 전수까지 해가며 집단비리를 저질러 왔다는 소문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임자가 승진 코스인 도쿄지점장을 거쳐 국내 본점 임원으로 이동하면 후임자에게 대출브로커 활용법 등을 알려주고 그 대가로 상납을 받는 ‘비리의 고리’가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서로 다른 은행 지점장들끼리 모여 부당대출 수법을 공유하는 일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국내 시중은행 지점장들끼리 만남을 갖고 편법대출 방법 등을 서로 알려준 사례도 있다”면서 “리베이트로 만들어진 자금 중 일부는 국내로 들어왔는데, 용처를 밝혀내기 위해 들여다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고위 임원의 불미스런 사건도 발생해 비리규모가 어느 정도였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우리은행 도쿄지점장을 지냈던 우리금융지주 자회사 임원이 지난해 4월 자신의 차에서 불타 숨진 채 발견된 것. 우리은행 도쿄지점 부당대출 의혹이 불거지며 금감원이 해당 관계자들을 조사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이로 일해 금감원의 우리은행 도쿄지점 부당대출 관련 검사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이 임원은 사망 직전 모친의 묘소를 방문하고 가족들에게 유언에 가까운 문자를 보낸 것으로 볼 때 자살로 추정된다.
국내 본점에서는 금융투자업무를 수행하는 임원이 타인명의로 몰래 주식매매를 해온 사실이 발각돼 지탄을 받고 있다. 규정상 금융투자업무를 수행하는 은행 임직원은 개인적으로 주식을 매매하는 경우 본인 명의로 매매하고 매매명세를 분기별로 은행에 통지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은행 본부장급 임원인 B 씨는 2012년 12월~2013년 7월 타인명의 계좌를 이용해 코스닥 상장주식을 매매했다. B씨는 이 기간 동안 3차례에 걸쳐 주식을 거래하고도 이를 숨겨오다 금감원에 의해 적발됐다. 이밖에 모 지점 직원 5명은 2008년 7월~2012년 5월 고객 명의를 이용해 엔화를 원화로 환전한 후 송금하거나, 차명 계좌를 통해 자금을 입출금하는 등 금융실명제를 위반한 사례도 있었다.
금감원은 이 같은 사실들이 드러남에 따라 우리은행에 기관주의를 내리고 임직원 1명에게는 정직상당, 3명은 감봉조치 하는 등 11명에 대해 제재를 결정했다.
이영복 언론인
그칠 줄 모르는 우리은행 사건사고 고객 돈 20억 먹튀…헐! 정부소유인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가운데 유독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회사로 악명이 높다. 횡령이나 비자금 계좌 등 비리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물론이고 성추행 등으로 국제망신을 사기도 했다. 지난해 우리은행 뉴욕지점에서는 성추행을 폭로했다가 부당해고를 당했다는 소송이 제기됐다. 우리은행 뉴욕지점에서 근무했던 두 명의 여성은 “상사의 성추행 사건을 본사에 알렸다가 해고를 당했다”며 회사를 상대로 350만 달러의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이들은 한국 본점에서 온 모 주재원이 2012년 9월 회식 자리에서 여직원 2명을 추행했고, 11월에도 자신들에게 성적인 폭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후 우리은행 본점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해당 주재원은 조기 소환돼 대기발령을 받고 감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여기까지는 제대로 된 조치로 보였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문제의 여성들은 뉴욕지점이 사건발생 이후 자신들에게 일거리를 주지 않고 엉뚱한 부서에 배치시키는 등 보복을 가하다 결국 해고했다고 주장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비자금 조성에 우리은행이 차명 계좌 수백 개를 개설해주는 방식으로 ‘협력’한 사실도 드러났다. 금감원은 지난해 우리은행의 CJ그룹 관련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를 벌인 결과, 우리은행에 CJ그룹의 차명계좌 수백 개가 만들어진 것을 밝혀냈다. 이 과정에서 우리은행 직원들의 잘못도 있는 것으로 드러나 금감원의 징계를 받았다. 금융당국은 이외에도 우리은행이 이재현 회장과 관련된 수상한 거래가 계속돼 왔는데도 이를 제때에 보고하지 않은 점을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1600억 원대 횡령·배임·탈세 혐의를 받은 바 있다. 이런 일련의 사고들에 대해 금융권은 우리은행이 확실한 주인이 없는 데다 매각까지 진행되고 있어 정신적으로 해이해진 결과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대주주로 이렇다 할 주인이 없는데다 곧 팔릴 회사라는 인식까지 더해지다 보면 아무래도 긴장감이 떨어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