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았던 두 편의 영화, <연평해전>과 <소수의견>이 6월 24일 같은 날 나란히 개봉한다.
# 어떤 이야기 다뤘나…서로 다른 해석의 여지
두 영화는 모두 실화에서 출발한다. <연평해전>은 한·일 월드컵이 한창이던 2002년 6월 29일, 대한민국과 터키의 3·4위전이 열리던 그날 서해에서 일어난 우리 해군과 북한 경비정 사이의 교전을 그리고 있다. 달아오른 월드컵 열기 탓에 당시 교전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고 그동안 많은 부분이 잊혀갔다. 교전으로 인해 여섯 명의 우리 군인이 목숨을 잃었지만 이 사실마저 온전히 기억하는 이가 드물다.
영화는 교전의 전후 모습을 대부분 그대로 스크린에 옮겼다. 주인공들 역시 모두 실존인물로 채웠다. 제작진은 30분간 이어진 교전 장면을 최대한 실제처럼 재현했다. 연출자인 김학순 감독은 “최대한 사실에 입각했고 교전 시간도 실제와 같게 설정해 구성했다”고 했다. 당시의 상황을 관객에게 실감나게 전하기 위한 전략이다.
<소수의견>이 주목한 사건은 2009년 1월 서울 용산 재개발 현장에서 일어난 이른바 ‘용산참사’다. 당시 철거민과 공권력이 대치하는 과정에서 철거민과 경찰 6명이 사망하고 20여 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이 사건은 손아람 작가의 소설 <소수의견>의 소재가 됐고, 영화는 그 소설을 원작으로 삼았다. 김성제 감독은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용산참사)이 만드는 기시감으로 영화가 전부 실화 소재로 보일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그 사건에서 모티프만 얻었다”고 밝혔다. 실화로부터 한 발 떨어져, 영화 자체는 허구의 이야기임을 강조하기 위한 설명이다.
문제는 두 영화가 실화를 어느 정도 차용했는지가 아니다. 이들이 주목한 두 사건은 여전히 논쟁의 여지를 남긴다. ‘지나간 일’이 아닌 ‘현재진행형의 문제’란 점에서 이들 영화는 보는 관객의 관점에 따라 서로 다른 방향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2002년 연평해전은 북한의 공격 가능성을 미리 감지한 해군의 초기대응을 놓고 부실했다는 지적이, 과거는 물론 지금까지도 나오고 있다. 북한을 고려할 여지없는 ‘적’으로 묘사한 영화의 대부분의 내용은 현재 사회 분위기에서 충분한 공감을 얻지 못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용산참사’ 역시 공권력의 과잉진압이라는 비판의 여론이 여전히 존재한다. 철거민의 행동에 대해서도 불법점거 여부가 논쟁의 빌미가 되기도 했다.
<연평해전>(위)과 <소수의견> 스틸컷.
<연평해전>의 제작이 처음 공개된 건 2010년이다. 2년의 기획을 더 거친 끝에 김학순 감독은 실제 사건이 일어나고 꼭 10년이 지난 2012년 6월, 연평해전 희생자 유족이 참여한 모임에서 제작발표회를 열고 영화를 공표했다. 몇몇 배우가 주연을 맡는다고 알려졌고 해군으로부터 제작 지원을 받는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그 과정은 수월하지 않았다. 특히 해상 전투를 그려야 하는 탓에 제작비 규모가 상당했고, 그 돈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았다. 제작진의 선택은 ‘클라우드 펀드’였다. 일반 관객으로부터 ‘십시일반’ 투자를 받아 제작비를 마련하는 이 방식은 그동안 사회성 짙은 작품들이 주로 택해왔다. <연평해전> 역시 이를 활용해 총 7000명으로부터 모두 25억 원의 후원금을 받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초 투자 배급을 맡기로 했던 CJ엔터테인먼트가 여러 이유로 하차하면서 제작은 다시 표류했다. 결국 1년여 만에 배급사 NEW가 나서면서 지난해 7월 촬영을 재개했다. 기존 촬영 분량은 폐기됐고 배우 김무열과 진구, 이현우를 새롭게 캐스팅해 재촬영을 시작했다. 기획부터 개봉까지 햇수로 6년이 걸린 이유다.
<연평해전>이 제작에 어려움을 겪었다면 <소수의견>은 정작 영화는 무난하게 완성해놓고 개봉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은 경우다. 2013년 6월 촬영을 끝냈지만 개봉이 연기되는 배경을 놓고 영화계 안팎에서는 ‘외압 논란’이 제기됐다. 이 영화의 투자배급사였던 CJ엔터테인먼트가 ‘사내 사정’으로 개봉을 미룬다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었다. “회사 사정으로 정권의 ‘기운’을 살펴야 하는 상황에서 자칫 ‘반정부’ 분위기의 이 영화를 과감하게 배급하기를 부담스러워한다”는 분석도 따랐다.
급기야 지난해 11월, 영화의 원작 소설가인 손아람 작가는 SNS에 “CJ가 이재현 회장 구속 이후 개봉을 1년간 연기해왔던 <소수의견>을 결국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폐기처분하기로 했다”며 “정권에 보내는 수십억 원짜리 화해의 메시지인 셈”이라고 적어 논란이 가열되기도 했다. 결국 올해 초 영화의 배급사가 시네마서비스로 교체됐고 그제야 개봉이 확정됐다.
# 동료 위한 희생 VS 권력에 맞선 법정극
<연평해전>과 <소수의견>은 이야깃거리가 많은 영화다. 실화 소재로서 다양한 해석을 낳는 데다 험난했던 제작 과정 탓에 자칫 무거울 것 같은 느낌이지만 상업영화 본연의 자세는 잃지 않는다. 짜임새 있고, 간장감도 강하다.
<연평해전>은 동료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는 20대 청춘의 이야기다. 나라, 이념을 위한 희생이 아닌 내 동료를 지키려다 목숨을 잃은 젊은이들의 모습을 통해 아픈 역사의 한 장면을 절절하게 풀어낸다. 제작비 60억 원이 투입된 영화는 북한군과의 교전도 비교적 긴장감 있게 그려낸다.
<소수의견>은 법정드라마를 표방한다. 공권력에 아들을 잃은 힘없는 아버지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다. 청구액은 단돈 100원에 불과하다. 국가권력에 홀로 맞선 소시민과 그를 돕는 두 변호사가 벌이는 극적인 이야기는 마치 영웅 영화를 보는 듯 통쾌하다. 개성이 다른 변호사로 각각 나선 윤계상과 유해진이 만드는 연기 시너지도 상당하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