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눈뜨는 아침부터 잠자리에 드는 밤까지 아이와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엄마다. 당연히 엄마가 아이에게 하는 말이 아이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게 마련. 오늘 하루 동안 아이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아이와 제대로 대화를 나누고 있을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이를 다그치거나 아이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진 않았을까?
엄마는 아이에게 특별한 사람이다. 아이는 누구보다 엄마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고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아이에게 어떤 말을 어떻게 하면 될까? 전문가들은 진심을 담은 엄마의 말 한마디가 아이를 움직이고 좋은 행동으로 이끈다고 조언한다.
매일 써도 좋은 엄마의 말
“이럴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주체는 부모가 아닌 아이다. 엄마의 생각대로아이에게 지시하기 전에 아이의 생각을 물어보자. “넌 어떤 게 좋아?”, “이럴 때는 어떻게 하고 싶니?”, “엄마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 등 아이의 대답으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 방을 정리해야 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물어보고 원하는 대로 하게끔 하자. 아이는 스스로 정한 일이므로 책임감을 갖고 더 잘할 수 있다.
“힘들었겠다”
야단맞은 아이가 속상해하거나 뭔가 마음대로 되지 않아 짜증을 낼 때는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것이 우선이다. 아이는 엄마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준다는 사실만으로도 답답한 감정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엄마가 화내서 힘들었구나. 많이 무서웠지. 미안해”라며 아이의 마음을 다독여주자. 이때 말투는 물음표가 아닌 마침표로 말꼬리를 내려서 이야기할 것.
“네가 그래서 그랬구나”
엄마의 눈에는 늘 부족하고 챙겨줘야 할 어린아이지만 아이의 모든 행동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아이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일 때는 먼저 그 이유를 물어보자. 이유가 납득되지 않더라도 “그래서 그랬구나. 이유가 있었구나” 하고 먼저 공감해준 다음 아이에게 가르치고 싶은 것, 바라는 점을 말해주면 된다. 아이의 마음을 알고 나면 화를 내거나 혼내기보다 오히려 아이의 마음을 미처 몰라준 것이 더 미안해질 수도 있다.
“엄마가 몰랐던 네 생각은 그랬구나”
아이가 거짓말을 하거나 동생을 때리는 등 행동을 하더라도 그 속에는 또 다른 긍정적 의도가 숨어 있다. 아이의 숨은 의도를 찾아내자. 만약 동생을 때렸다면 “동생이 나쁜 버릇을 고치기를 바랐구나”, 거짓말을 했다면 “엄마가 실망할까 봐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구나”라고 아이의 긍정적 의도를 읽어준 다음 잘못된 행동에 대해 이야기할 것. 결과만을 놓고 아이를 혼낸다면 엄마와 아이 사이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 엄마가 아이를 믿어주면 아이는 충분히 변화될 수 있다.
“넌 이런 장점이 있구나”
사람은 누구나 빛나는 무언가를 갖고 있게 마련. 그러니 부모는 아이가 자신의 장점을 찾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자. 엄마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아이의 단점이라도 반대로 생각해보면 훌륭한 장점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소심한 아이는 다른 사람이 놓치는 부분을 세심히 살필 수 있고, 수다스럽고 활달한 아이는 분위기 메이커의 역할을 할 수 있다.
tip. 아이의 강점 찾기
강점은 긍정심리학에서 말하는 개념이다. 다음 24개 성격의 강점 중 우리 아이는 어떤 것을 갖고 있는지 살펴보자. 자신의 강점을 알고 일상생활에서 행동으로 옮기면 긍정적 정서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창의성 호기심 개방성 학구열 통찰 사랑 친절 사회지능 용감함 끈기 진정성 활력 관대한 겸손 신중함 자기조절 책임감 공정성 리더십 감상력 감사 낙관성 유머감각 영성
상황별 효과적인 엄마 대화법
1. 아침 식사 시간
“우리 함께 아침 메뉴를 정해볼까?”
아침마다 밥 먹이는 게 전쟁이라면 아이가 스스로 메뉴를 선택하게 하자. 전날 미리 아이가 원하는 메뉴를 물어볼 것. 그렇다고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 만약 아이가 원하는 음식이 준비하기 부담스러운 메뉴라면 저녁식사 때 먹게끔 약속하는 것도 방법이다. 엄마가 아침에 만들 수 있는 음식 2~3가지 중 고르게 하는 게 요령.
“어떤 거부터 할래? 네가 정해”
아침밥을 거부하는 아이라면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게 주도권을 주는 것도 방법이다. 아침에 일어난 아이에게 밥을 먼저 먹고 싶은지, 등원 준비를 마친 후 먹고 싶은지 의사를 물어보자. 아이가 스스로 시간을 정해 먹게끔 하되 주어진 시간 내에 다 먹지 못해도 꾸짖지 말 것. 만약 이렇게 하고도 식탁에 앉아서 밥알만 센다면 맨손체조 등으로 몸을 가볍게 움직이게 한 다음 밥을 먹게 한다.
2. 유치원에서 돌아왔을 때
“오늘도 잘 다녀왔구나”
엄마로서는 오늘 아이가 유치원에서 즐거웠는지, 뭘 했는지 궁금하지만 유치원에 무사히 다녀온 아이를 칭찬해주는 말이 먼저다.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꽉 껴안아주자. “선생님 말씀 잘 들었어?” 같은 말로 아이에게 압박감을 주는 건 삼갈 것. 혹시 아이가 혼났다는 말을 하더라도 아이 편에서 먼저 위로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 유치원에서 힘들었구나. 엄마가 안아줄게”
하원한 아이가 표정이나 기분이 좋지 않다면 이유를 묻기 전에 아이의 기분을 먼저 알아주자. “힘들었구나. 엄마가 위로해줘야겠네. 이리 와. 엄마가 안아줄게”라는 말로 아이의 마음을 다독여준 다음 아이가 말할 수 있게 도와줄 것. “엄마는 무조건 네 편이야. 무슨 말이든 다 괜찮아. 엄마가 지켜줄게.” 이런 말을 자주 들려주는 것이 좋다.
3. 아침에 아이를 깨울 때
“엄마가 OO이 좋아하는 책을 읽어줄까?”
아침은 기분 좋게 맞이해야 한다. 일어나지 않는 아이를 시간 맞춰 깨워야 한다고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는 것은 금물이다. 짜증을 내며 일어난 아이의 하루가 좋을 리 없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5분 정도 읽어주는 것도 방법. 아이가 흥미를 느낄 수 있게 재미나게 읽어주자.
“오늘은 친구랑 공놀이하는 날이지?”
오늘 아이가 할 일 중 좋아할 만한 일을 상기시키자. 전날 잠들기 전에 내일 할 일 가운데 신나거나 기대되는 것이 있느냐고 물어볼 것. 그리고 다음 날 아이를 깨울 때 “공원으로 공놀이하러 가야지. 준이랑 같이 놀기로 했지?” 식으로 다정하게 말을 건네자.
“우리 oo는 자는 것도 예쁘구나”
아이를 깨울 때는 잠자리의 편안함이 유지될 수 있게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아이의 이름을 불러주자. 누워 있는 아이의 머리나 배를 쓰다듬거나 몸을 늘여 스트레칭하고 마사지를 해주는 것도 좋다.
4. 계속 고집을 부릴 때
“엄마는 네 마음을 알고 싶어. 자세히 말해줄 수 있겠니?”
아이가 고집을 부리거나 떼쓰는 상황에서 지시하고 명령하는 말은 전혀 효과가 없다. 아이가 엄마 말을 듣지 않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이럴 때는 “네가 고집을 부리는 이유가 있을 것 같아. 엄마한테 이야기 해봐”하고 이야기를 건네자. 이런 식의 대화는 “너 도대체 왜 그래?”라는 말과 전혀 다른 느낌을 전달한다. 아이를 혼내거나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진심으로 아이의 마음을 알고 싶어 한다는 뜻을 전하기 때문. 아이가 이유를 이야기하면 “그래서 그랬구나. 그래, 이유가 있었네” 하고 충분히 공감해준 다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질문을 던지자. 아이 입에서 의외로 쉽고 간단한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
5.잠자기 전에
“오늘 엄마는 이런 일이 있어서 속상했어. 너는?”
잠들기 전, 아이와 나란히 누워 마주본 상태에서 스킨십을 하며 오늘 하루 속상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자. 엄마가 함께 공감하고 위로해줌으로써 아이의 속상했던 마음이 풀어지고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다. 만약 아이가 말하지 않는다면 엄마가 먼저 대화의 모델을 보여주자. 아이는 엄마의 이야기를 통해 엄마도 속상할 수 있고 속상한 걸 말해도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의 이야기도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다. 친구가 놀리거나 때린 일, 누군가에게 무시당한 일, 다른 사람이 약속을 안 지킨 경우 등 아이가 경험하는 것과 비슷한 사례로 엄마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좋다.
“우리 내일은 뭐 할까?”
아이가 내일 할 일 가운데 기분 좋고 즐거운 일을 골라 말해주자. “내일 미술 시간에 무엇을 그리고 싶어?” 식으로 아이가 재밌고 즐거워할 만한 일을 찾아 다음 날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를 갖게 도와주는 것. 또한 “엄마가 내일 퇴근할 때 아이스크림 사 올까?”, “내일은 엄마랑 마트에 가자” 식으로 지킬 수 있는 약속을 제안하는 것도 좋다.
“오늘 너의 그 모습이 진짜 멋졌어”
“친구에게 장난감을 양보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어.”, “네 가방을 집까지 혼자 들고 왔잖아. 그 모습이 정말 훌륭한 것 같아.” 평가의 의미를 담은 ‘잘했다’는 칭찬보다 아이가 노력하거나 열심히 한 일을 찾아 칭찬해주자. 아이의 자신감을 높여 더욱 의욕적으로 행동하게 만든다. 혹은 아이가 직접 오늘 하루 동안 잘한 일을 찾아 말해보게 해도 좋다. 자신이 잘한 점, 강점을 찾아보는 연습을 통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
6. 누군가와 다퉜을 때
“네가 친구와 싸운 건 다 이유가 있을 거야. 이유를 말해줄 수 있겠니?”
먼저 다툴 수밖에 없었던 아이의 마음을 인정해준다. 아이 입장에서는 엄마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준다고 생각해 속상한 마음이 누그러진다. 마음이 진정된 뒤에 아이 스스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자.
“그래도 동생과 싸우지 않으려고 네가 노력했구나”
싸우는 과정에서 아이가 참거나 노력한 부분을 찾아 말해준다. 평소에 엄마가 동생을 때리지 말라고 했다면 분명 때리지 않으려 노력한 순간이 있을 것이다. 동생에게 화가 났지만 싸우지 않으려고 혼잣말을 중얼거렸을 수도 있다. 그러니 엄마 말을 잘 지키려고 노력한 부분을 찾아 이야기해주자. 엄마의 이런 말은 아이 자신이 깨닫지 못한 좋은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게 해준다. 스스로를 나쁜 아이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화나는 순간에도 좋은 행동을 하려는 마음이 있었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긍정적 자아 개념도 형성될 수 있다.
7. 목욕할 때
“어떻게 하면 아프지 않게 씻을 수 있을까?”
아이가 목욕이나 양치질 등 씻는 걸 유독 싫어한다면 의견을 자주 물어보는 것이 방법. 세수할 때나 샤워할 때 등 어떻게 하면 울지 않고 즐겁게 씻을 수 있을지 아이에게 물어보자. 어린아이라 해도 나름 자신이 생각하는 방법을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각각의 상황에서 “아프지? 힘들지?”라며 엄마가 아이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뜻의 말을 건네자.
8. 옷 입을 때
“오늘은 어떤 옷을 입을까?”
아무리 어린아이라도 자신이 선호하는 옷 색깔과 디자인이 있다. 옷을 입으면 이 옷이 편한지, 불편한지도 느낄 수 있다. 아침마다 옷 때문에 아이와 실랑이를 벌인다면 엄마가 입히고 싶은 옷을 고집하기 때문은 아닌지 생각해보자. 말귀를 알아듣는 나이라면 아이의 의견을 물어보고 적극 반영하자. 옷을 두세 벌 골라놓고 어떤 것을 입을지 직접 고르게 할 것.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옷을 입었다는 생각에 기분 좋게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입혀져라 얍!”
아이가 장난치며 돌아다니느라 옷 입는 속도가 마냥 지체된다면 함께 놀아주는 것도 방법이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자! 빨리 옷을 입고 악당을 물리치러 갈까요? 왕자님!” 식의 대화가 오히려 효과적일 수 있다. 아이가 읽은 그림책 이야기에 빗대어 활용해도 좋다. 상상놀이를 통해 아이의 옷 입는 시간이 한결 즐거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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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김은혜 기자 / 일러스트 경소영 / 도움말 이임숙(맑은숲아동청소년 상담센터 소장, <엄마의 말공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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