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 핵심 계열사들이 잇따라 크고 작은 구설에 휩싸이자 재계 일각에선 ‘한 번은 털리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종현 기자
GS그룹은 일찍부터 그룹 경영과 관련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선진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자신하고 있다. 실제로 GS그룹은 계열사별로 책임경영을 하고 있으며 지주회사인 (주)GS는 계열사들을 그저 관리만 할 뿐이다. 허창수 그룹 회장이 계열사 일에 관여하지 않고 있으며 ‘그룹’이라는 이름 밑에 소속돼 있는 인력도 다른 대기업과 비교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는 추세에 비춰보면 GS의 시도는 빠르고 과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GS는 우리나라 대기업 중 순수지주회사의 대표적인 예로 통할 정도다.
그런데 GS그룹의 속을 들여다보면 국내 대기업에서 벌어지는 불미스러운 일들이 종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내부거래와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는 데다 이를 통한 오너 일가의 고배당, 오너 4세들의 현금 창출 창구 논란 등에 휩싸이기도 했다.
공정위는 조만간 40대 대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일감 몰아주기 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40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내부거래 실태 조사를 조속히 마무리해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행위가 확인되면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공정위의 이번 조사는 지난 2월부터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시행된 후 처음으로 실시한 터여서 그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와 내부거래가 비난 여론에 부딪치며 지난 2012년 줄어든 이후 다시 늘어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자산 상위 10대 그룹(공기업 제외)의 내부거래액은 155조 6000억 원으로 2013년 154조 2000억 원보다 1조 4000억 원(0.9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현대차·LG·포스코·한진·한화의 내부거래액은 줄어든 반면 SK·롯데·GS·현대중공업은 늘어났다.
특히 GS는 2013년 2조 2000억 원에서 지난해 2조 7400억 원으로 5400억 원 늘어났다. 10대 그룹 중 가장 높은 24.4%의 증가율을 보였다. GS 관계자는 “삼양·코스모 등 기업들이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계열사 수가 늘어 내부거래 건수가 많아진 것일 뿐 다른 대기업에 비해 금액과 비중 면에서 가장 낮다”고 반박했다. 허 씨 가문 기업이었던 삼양그룹, 코스모그룹 등은 LG그룹 시절 공정거래법상 ‘동일인 구본무’에서 벗어나 소그룹 형태로 존재했었지만 2005년 LG와 GS의 계열분리 이후 ‘동일인 허창수’의 GS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지난 4월 1일 공정위 기준 GS그룹 계열사는 79개로 삼성(67개), 현대차(51개), LG(63개)보다 많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기업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GS아이티엠 홈페이지 화면과 오너 4세들 현금 창출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 옥산유통 입구. 일요신문 DB
GS아이티엠과 같이 GS그룹에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고 고배당을 실시하는 계열사로는 승산레저, GS네오텍, 옥산유통, 보헌개발 등이 꼽히고 있다. 이 가운데 옥산유통은 수입담배 필립모리스 제품을 유통하는 업체로서 GS리테일 등과 내부거래로 성장했다. 옥산유통은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아들인 허세홍 GS칼텍스 부사장 등 GS 오너 4세들로 이루어진 주주들에 해마다 고액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옥산유통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에도 41억 5100만 원의 당기순이익 중 무려 30억 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수입담배 유통업이 재계 7위 대기업에 어울리지 않을뿐더러 이를 오너 4세들의 현금 창출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GS 관계자는 “편의점 사업을 하는 터에 담배 유통업체를 자회사로 두고 내부거래를 하는 것은 불가피한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즉, 편의점 매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담배 판매를 위해 유통업체를 자회사로 두고 편의점에 납품하고 있다는 얘기다.
재계 관계자는 “담배 유통업을 중소기업에 넘기고 납품받으면 상생 차원에서도 보기 좋을 것”이라며 “재계 7위 그룹이 담배사업까지 한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GS는 또 계열사 센트럴모터스를 통해 렉서스 자동차를 판매하고, GS엠비즈를 통해 폭스바겐 자동차를 판매하는 등 수입차 딜러 사업도 하고 있다.
‘선진 지주회사 지향’이라는 겉모습과 달리 속살은 그다지 깨끗하지 않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된 터라 공정위도 GS그룹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상장 소규모 계열사들 말고도 그룹의 주축인 GS칼텍스·GS건설·GS홈쇼핑·GS리테일 등의 계열사들도 종종 담합 문제나 ‘갑질’. 불공정거래 등의 문제로 공정위의 제재를 받고 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그래도 총수가 현재 전경련 회장이다”라며 “3연임을 하고 있는 전경련 회장의 그룹을 압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GS그룹 사정설에 대해 GS 측은 “억측일 뿐”이라고 말했다. GS 관계자는 “몇몇 계열사의 일을 마치 전체 그룹의 일인 것처럼 확대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강조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