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심하게 맞아 유승민도 어쩔 수 없이 주저앉을 것이다.”
유 대표의 즉각적인 사과는 2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여권 지도부로서 대통령의 의중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한 것이다. 또 하나는 당내 분위기가 ‘원내대표 사수’로 정리돼 일단 숨고르기를 하며 다시 기회를 만들 것이라는 예측이다.
하지만 유 대표의 이런 신중한 처신과 별개로 새누리당의 분위기는 여전히 청와대에 대한 반감과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대통령 발언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새누리당 의원 총회 분위기는 예상과 달리 ‘유승민 아웃’은 절대 불가라는 의견이 대세였다. 박 대통령의 일방적인 대응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의견이 유 대표의 사퇴 불가라는 의총장 분위기로 이어진 셈이다.
새누리당 한 재선 의원은 “친박 강경파 의원들이 유승민 사퇴에 대한 촉구 발언을 하도록 ‘오더’를 내렸는데도 이를 받아들이는 의원이 적었다”며 “사퇴 주장 발언에 대해 오히려 질타하는 분위기가 훨씬 강했다”고 말했다. 이정현 의원을 비롯한 강경파 의원들에게 동조하는 분위기가 거의 없었다는 설명이다.
또 이 의원은 “지금까지 대통령과 유대관계를 뽐내면서 당을 좌지우지하려고 했던 일부 친박에게 다수 의원이 반감을 그대로 표출했다”며 “대통령의 힘을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따라가는 것은 아니라고 분명하게 밝힌 것”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당의 분위기는 향후 유 대표의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유 대표의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로서 여권의 공멸을 우려해 일단 굽히는 자세를 취했지만 상황이 수습되고 총선 국면이 오면 언제든 제2의 당청갈등 사태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때는 오히려 지금의 한발 물러선 것을 명분으로 더 강경한 선택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있다. 유 대표가 이번에 90도로 인사하며 완전히 엎드린 것이 ‘앞으로 어떤 분란도 일으키지 않을 테니 한번 봐 달라’는 청와대에 대한 공개 입장표명이라는 것이다. 유승민 원내대표 주변에서는 “대통령에게 완전히 찍힌 바람에 돋보기를 들고 약점을 찾아다니는 과잉충성파들이 나올까 두렵다”며 “유 원내대표와 친하다는 이유로 피해를 보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유 대표가 청와대의 직·간접적인 ‘압력’에 두 손 들고 백기투항 했다면 앞으로 제2의 유승민 파동은 없을 수도 있다.
전계완 정치평론가 jkw6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