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좋아 변호사지. 전과자보다 형사지식이 미흡하다는 소문도 들었다.”
박 씨가 먼저 포문을 열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선배 변호사는 ‘로스쿨 출신이 준비서면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고 형사소송 절차에 대한 기본 개념도 없다’고 얘기했다”며 “평균적으로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사시 출신들보다 하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사시 출신 법조인 중에도 소송 사고가 발생한다. 성급한 일반화는 위험하다.”
제 씨는 곧바로 반격했다. 그는 “사시 출신 엘리트 변호사가 즐비한 대형 로펌과 혼자 저작권 소송을 벌여 이긴 로스쿨 출신 변호사 사례도 있다”며 “‘로스쿨 출신=실력 없는 변호사’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맞받았다.
두 사람은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제도가 무엇이냐’를 두고도 설전을 벌였다. 제 씨는 “당연히 로스쿨이다. 로스쿨은 형편에 따라 장학금을 주거나 한국장학재단에서 저리대출을 해준다. 학부 때보다 싸게 다니고 있다”며 “당장 수중에 돈이 없으면 사시를 준비하기 힘들지만 로스쿨은 도전할 수 있다. 학부와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씨는 “대출이 경제적 도움이라고 말할 수 있나. 남의 돈이다. 결국 빚지는 거다. 나는 돈이 없어서 엄두도 못 냈다”며 “어쨌거나 대학 한 번 더 다니는 거다. 돈 없는 사람들이 대출받는 거다. 부유층의 산물이 아니라면서 대출을 운운하는 건 억측이다”고 반박했다.
제도의 공정성 측면에서도 찬반은 엇갈렸다. 박 씨는 “명문대 총장 딸을 대형 로펌에서 왜 뽑았겠나, 이게 공정한가. 대형 로펌이 뽑아놨는데 변시를 떨어졌다”며 “그 딸이 사시에 합격할 수 있었을까. 로스쿨 가는 사람들 상당 부분은 법조인 꿈도 못 꾸고 도전조차 못했을 사람들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시와 모든 국가시험은 공정하지만 로스쿨이 제일 불공정하다”며 제 씨를 몰아붙였다.
제 씨는 “분명 개선해야 하는 문제지만 로스쿨 전부의 문제는 아니다. 그런 잡음은 로스쿨에 대한 사후관리가 미흡해서 나온 것”이라며 “돈 없고 기댈 곳 없는 사람도 로스쿨에 입학할 수 있다는, 본래 취지마저 퇴색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로스쿨 제도 출범의 명분 중 하나인 ‘고시낭인’ 방지에 대한 시각도 전혀 달랐다. 제 씨는 “로스쿨에 설사 불합격해도 다른 곳에 취직할 수 있다. 사시처럼 실패하면 합격할 때까지 몰아붙여야만 하는 가혹한 구조가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박 씨는 “오히려 로스쿨에서 낭인 수용이 안 된다. 사시는 오히려 ‘빡세게’ 공부하니까 공무원 시험으로 흡수가 가능하다. 법률지식이 탄탄해 법률 관련 공단, 일반 기업 법무팀에 가도 문제없다”고 반박했다.
50분 동안의 토론이 끝나자, 두 사람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사법시험 존치 논란’에 대해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박 씨는 “불쌍하다 둘 다. 판이 구정물 알면서 들어온 로스쿨생. 사시 폐지 알면서 놓지 못하는 사시생…”이라고. 제 씨는 “변호사시험 점수 공개 결정까지 나왔다. 이제 변시에 올인해야 한다. 어차피 도입할 거였으면 더 고민하고 더 신경 썼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목이 쉬도록 토론을 한 박 씨와 제 씨는 2005년 같은 해 입학한 대학동기 사이다. 그런 그들이 변호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서로 다른 제도, 같은 공간에서 오늘도 두꺼운 법전과 씨름하고 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