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부터 당 복귀 타진
표면적으로는 최경환 부총리가 당 복귀를 타진했던 부분이 1월이라는 점이 얼핏 이해가 가지 않는다. 취임한 지 6개월이 지난 시점인데다 연말정산 파동 하나로 정치권으로 눈을 돌린다는 게 ‘최경환스럽지 못하다’는 시선도 나왔다. 자연스럽게 최 부총리가 정치권 복귀를 서두르는 뒷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최경환 부총리가 당 복귀로 기울었던 지난 1월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가장 낮은 지지율을 기록했던 때다. 역으로 얘기하면 여당이 최대 위기를 맞게 된 시기다. 당시 여당은 연말정산 파동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최 부총리가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며 대책을 마련하기 전까지 새누리당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정가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7월 여의도 복귀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2012년 12월 19일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최경환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만난 모습. 연합뉴스
여당의 무능함이 고스란히 드러나자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1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29%를 기록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꾸준히 35%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볼 때 30%대 붕괴는 그야말로 ‘초비상’ 사태를 암시했다.
이렇다보니 여당에서는 힘 있는 중진 의원들의 당 복귀가 절실해졌다. 대통령 지지율이 더 떨어질 경우 당장 내년 총선과 차기 대선에서 치명적인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당 내부의 우려도 한몫했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13월의 세금폭탄’에 무방비로 당했다. 세금을 토해내야 한다는 부분이 월급쟁이들한테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놓쳤다. 여론이 부정적 방향으로 흐르자 당 수뇌부에서는 박 대통령 지지율부터 살폈다.
우려한 대로 연말정산 파동 이후 대통령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당에서 우왕좌왕하는 사이 최 부총리가 수습에 나섰다. 여당과 청와대는 최 부총리의 처방에 한시름 놨다. 당시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박 대통령 지지율이 이미 35%대로 하락했는데 민감한 연말 정산 문제까지 터지면서 지지율이 더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말 그대로 초비상”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 여당 붕괴 ‘초읽기’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최 부총리를 애타게 부르는 이유는 국정 3년차 레임덕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벌써부터 정부 신뢰도는 바닥이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정책이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다. 어떤 대책을 내놔도 또 바뀔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서비스업 활성화법과 관광진흥법은 박 대통령 취임 후 지금까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대표적 ‘누더기법’으로 전락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6월에는 메르스와 42년 만에 찾아온 가뭄으로 소비심리가 완전히 꺾였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올해 경제성장률 3%대 달성은 쉽지 않아 보인다. 박 대통령 지지율을 3~4월 잠시 반등하나 싶더니 다시 29%로 내려앉았다.
국정 3년차 레임덕은 여당 입장에서 상당히 치명적이다. 역대 사례를 보더라도 레임덕이 빨리 온 정부는 위기를 넘지 못했다. 노태우 정부는 국정 3년차에 지지율이 18%로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낮았다. 노무현 정부 역시 3년차에 23%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노무현 정부는 지지율 하락이 정권 말기까지 이어지면서 당시 한나라당에 정권을 내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현재 새누리당 내부는 극심한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당 수뇌부는 메르스 정국을 수습하는데 여전히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이번에도 최 부총리가 전면에 나섰다. 지난 6월 9일 영국에서 한국 경제 설명회를 마치고 국내 복귀 후 바로 메르스 발병 병원인 대전 건양대병원을 찾았다. 야당이 주저하는 사이 직접 현장으로 달려가 사고를 해결하는 기지를 발휘한 것이다.
최 부총리가 두 번째 정치권 복귀를 결심한 시점인 셈이다. 3월에 언급한 추경 가능성도 본격적으로 수면위로 떠올랐다. 결국 올해 하반기에 15조 원 이상의 추경을 단행하겠다는 발표에 이른다.
# 추경은 복귀 마지막 시나리오
최 부총리는 그동안 추경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내비쳤다. 추경 자체가 나랏빚인데 자꾸 끌어 쓰면 재정건전성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올해 초 43조 원의 정책 패키지를 내놓은 것도 추경 없이 충분히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묻어난 대목이다.
추경 규모도 이미 여론에서 예상한 15조 원 플러스알파로 결정됐다. 최 부총리 시나리오대로 순조롭게 흘러가는 양상이다. 청와대 지원사격도 적절하게 이뤄졌다. 6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를 하면서 자연스레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은 이슈에서 멀어졌다.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발표되는 시점에 정치권 이슈가 터지는 일은 드물다. 경제정책이 워낙 시장 관심사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경제정책 발표 날 이뤄졌다는 점에서 최 부총리의 부담을 덜겠다는 청와대 의도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3월 이후 최 부총리가 공식석상에서 정치권 복귀를 묻는 질문에 신중해졌다”며 “정부 입장에서는 더 하길 원하지만 정치인 출신 장관을 무조건 잡기에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유민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