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된 자동차에서 매연이 배출되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연합뉴스/시몽포토에이전시
이후 디젤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유럽에서는 ‘유로6’ 등 보다 엄격한 규제 장치를 마련해왔다. 이와 호흡을 같이 해야 하는 우리나라 역시 유해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 그런데 실제 디젤차가 도로에서 달리면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인증조건 대비 최대 9.6배에 달한다고 한다. 아무리 기준을 강화해도 실제 도로 주행 시 배출량 저감은 40%에 그쳤다는 것이다.
현행 자동차 배출가스 인증은 차대동력계의 정해진 주행모드에서 에어컨 정지, 20~30℃, 0~120㎞/h의 속도 범위에서 측정된다. 그러나 실제 도로 조건으로 바뀌면 에어컨 가동, 고온, 저온, 실제도로 주행 상태(언덕 주행, 급가속) 등이 적용된다.
지난 6월 13일 환경부는 깜짝 발표를 했다. 디젤차의 대표적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을 줄이기 위해 배출가스를 실제 도로에서 측정하는 방식을 도입한다는 것이다. 교통환경연구소에 따르면 ‘유로5’ 기준 디젤엔진이 도로 주행조건에서 측정되면 배출허용기준 대비 1.14~9.6배의 질소산화물을 배출하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유로6 엔진 또한 농도는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실제 운행 때는 인증기준을 1.25~2.8배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소산화물이 대기중으로 배출되면 미세먼지 발생의 원인이 된다. 미세먼지의 위험성은 호흡기를 통하여 폐 속으로 침투해서 폐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여러 가지 병을 막아내는 힘인 면역 기능을 떨어뜨리고, 약하게 만든다. 미세먼지는 공기여과장치(공기청정기)나 인체의 여과장기에서 여과되지 못하고 폐 속에 흡착되어 몸속에서 나오지 못하며 각종 폐질환을 유발하는 대기오염 물질이다. 미세먼지 중 디젤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는 1급 발암물질인 것이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수도권 질소산화물 배출량의 67.7%가 수송 부문에서 발생하고, 이중 경유차의 비중이 76%에 달한다고 한다. 결국 수도권 질소산화물 배출량의 49%가 디젤차에서 내뿜는다는 것이다. 디젤차를 없앨 수 없다면 유해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지상 과제인 이유다.
환경부에 따르면 소형경유차(총중량 3.5t 미만)는 올해 말까지 시험조건과 배출기준을 공동으로 마련, 2017년 9월부터 제도를 운용할 방침이다. 또한 대형경유차(총중량 3.5t 이상)는 규정 개정을 완료한 만큼 올해 시범사업을 거쳐 2016년부터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디젤차의 배출가스 실제도로 측정은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 자동차 작업반 회의’에서 EU 측과 경유차 질소산화물 관리 개선 방안 협의를 통해 마련됐다. 양측은 이동식배출가스측정장비(PEMS)를 도입하고, 공동기준을 마련하는 등 디젤차 실 도로조건 배출가스 관리방안을 논의했다.
환경부의 이번 발표가 해프닝이나 솜방망이가 아니라면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 만약 기준 충족을 하지 못하는 차량은 팔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뜻밖의 상황에서 생존과 퇴출 차량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또 하나의 해프닝은 차량 가격이다. 요즘의 디젤 열풍은 고급형 디젤뿐 아니라 생계형 디젤차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그러나 글로벌 자동차업계는 이런 것을 봐주지 않는다. 그들은 이번에도 이것을 기회로 여길 가능성이 있다. 규제 강화를 결국 가격 인상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상황은 다소 유동적이다. 실제 도로에서 단속이 잘 될지. 기준에 미치지 못한 차량에 대한 처벌 강도는 어느 정도인지. 반대로 잘 관리된 차량에 대해서는 어떤 혜택을 줄 것인지. 단속 범위의 연식은 어디까지인지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수없이 많다.
그럼에도 기대해 본다. 또다시 환경이 자본 앞에 무너지는 모습은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정수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