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뉴시스
위헌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다수의 헌법학자들과 야당 의원들은 “아베 정권이 추진하는 안보 법안은 헌법 9조가 정한 전쟁포기, 전력 불보유 체제를 근본적으로 뒤집는 것이므로 조속히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는 반대 여론을 묵살한 채 여전히 강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 6월 8일 독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안보 법안은 헌법 위반이 아니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자위대를 파견해 미군의 후방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야말로 ‘일본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길’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주간겐다이>는 최근호를 통해 자위대의 어둠을 신랄하게 폭로하며 ‘아베 총리의 판단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 본격적인 논의에 불을 지폈다.
“2003~2009년 이라크에 파견된 자위대원 중 29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2001~2007년 인도양에 파견된 자위대원 가운데 25명이 자살했다.”
최근 일본 방위성이 밝힌 자위대의 자살률은 충격적이었다. 자위대원의 자살률은 일반인보다 1.85배 높았는데, 특히 해외에 파견된 자위대원의 경우 자살률이 일반인의 15배에 달했다. 더욱이 <주간겐다이>에 따르면 “폐쇄적 환경, 가혹한 훈련 등이 원인이 되어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자위대원이 많다”고 한다. 잡지는 방위성 관계자의 증언을 토대로 “전체 대원 25만 명 가운데 10% 이상, 즉 3만 명 가까이가 정신적으로 문제를 겪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사실, 자위대의 ‘어두운 실상’은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지메(집단 따돌림)와 선임대원의 괴롭힘은 다반사요, 지속적인 학대에 시달리다 못해 자살한 사건도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
이로 인해 비참하게 자살한 사례도 다수 발생했다. 잠수함 잠항 직전 갑자기 대원이 바다에 뛰어들어 익사했는가 하면, 천장이 비교적 낮은 어뢰 발사관실에서 목을 맨 경우. 또 어느 기지에서는 “무능하다”는 질책을 계속 받아온 대원이 정신이상을 보여 테이프로 자신의 얼굴을 칭칭 감아 질식사한 일도 벌어졌다.
심각한 것은 잠재적인 위험요소다. 현재 자위대에는 단순히 일자리를 얻기 위해 임시로 입대한 ‘지원 동기가 낮은’ 대원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대원들에게 갑자기 “외국의 전쟁터에 나가라”고 한다면 어떨까. <주간겐다이>는 “마음의 병을 앓는 대원들이 그 몇 배로 늘어나는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렇듯 취약한 약점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 해외에서 임무를 무사히 수행해낼 거라는 생각은 그야말로 모순에 가깝다.
그리고 실제로 비극은 일어났다. 일반인의 15배, 해외 위험지대에 파견됐던 자위대원들의 높은 자살률이 이미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은 공포감과 긴장감에 장시간 노출된 데 따른 마음의 상처. 이른바 ‘트라우마’로 불리는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다.
자위대의 한 관계자는 “이라크 파견 대원들 가운데는 귀국 후에도 적군이 곁에 있다는 느낌이 들어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집에 틀어박혀 외출을 할 수 없게 된 사례, 맨홀을 보면 무의식중에 지뢰가 떠올라 밟지 못하고 피하는 이들이 있다. 심지어 조사서에 따르면 ‘자살 욕구가 강해 요주의’라고 적힌 대원들도 더러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안타까운 사연도 들려왔다. 이라크 남부 사마와 지역 숙영지에서 보초를 섰던 한 대원은 귀국 후 정신과 치료를 받아도 좀처럼 불안을 떨쳐내지 못했다. 그는 “이상하지, 목숨을 소중히 여기라는 말이 자꾸 반대로 들려. 자살하라고 들린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하소연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며칠 후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물론 일본 방위성이 해외 파견 자위대원들의 심리케어를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이라크 파견 때는 현지에 정신과 전문 상담사를 대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54명의 자살자가 발생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대책이 미흡했다는 얘기다.
다행스럽게 트라우마에서 무사할지라도 의외로(?) 동료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한다. 자위대 내에서 해외 파견을 경험한 대원에게 집단 따돌림을 가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나기 때문이다. 일례로 어느 육상자위대원은 이라크에서 귀국한 다음 상관에게 “해외 경험을 살려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가 “이라크 좀 다녀왔다고 잘난 척하지 마라”는 비난을 수없이 들어야만 했다.
이에 대해 <주간겐다이>는 “이라크 등 해외 위험지역에 파견된 대원에게는 하루 20만~30만 원의 수당이 나온다. 3개월 파견이면 많게는 3000만 원에 가까운 돈을 받게 되는 셈이다. 금전적인 질투도 ‘이지메’의 원인이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재 일본에서는 안보 법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는 양상이다. 대부분의 언론들 역시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있지 않다”며 아베 총리의 일방적인 폭주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심지어 대표적인 보수성향의 잡지로 알려진 <주간문춘>마저도 “국민을 우습게 여기지 말라”고 그 오만함을 비판할 정도다.
아베 정권이 추진하는 안보 법안은 자위대를 빼고는 결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끝으로 <주간겐다이>는 이렇게 꼬집었다. “아베 총리여, 지금 일본 자위대가 미군의 후방을 지원할 때가 아니다. 권력을 이용한 괴롭힘, 이지메는 다반사이며 해외 파견 대원의 자살률은 국민 평균 10배를 넘어섰다. 그 저변에는 몇 배의 ‘자살 예비군’도 존재한다. 자위대원도 국민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안보 법안’이라는 취지 그대로 눈앞에 닥친 자위대의 가혹한 현실부터 직시하길 바란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