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 디즈니의 육체가 냉동 보존술을 통해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1966년 11월 2일, 그는 디즈니 스튜디오 길 건너편에 있는 세인트 조셉 병원에 간다. 수술을 위해 엑스레이를 찍었고, 의사는 우연히 그의 왼쪽 폐에 호두 크기 정도의 종양이 있는 걸 발견한다. 5일 후 조직 검사를 했을 때는 왼쪽 폐 전체로 번져 있었다. 악성 종양이었고, 11월 11일엔 왼쪽 폐 전체를 제거하는 수술을 했다. 의사는 디즈니에게 6개월에서 길면 2년 정도 살 수 있을 거라고 시한부 판정을 했다. 항암 치료가 시작되었지만 상태는 절망적이었다. 병원 측은 2주의 치료 후에 디즈니를 퇴원시켰고, 그는 캘리포니아의 팜 스프링스에 있는 집에서 요양을 시작했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그는 다시 스튜디오로 나가 프로젝트들을 지휘했다.
11월 30일, 디즈니는 집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앰뷸런스가 도착했고 그는 다시 세인트 조셉 병원에 입원했다. 스튜디오 대변인은 디즈니가 수술 후유증으로 재입원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1966년 12월 15일, 그는 세상을 떠났다. 65세의 나이였고, 적어도 6개월은 살 수 있다는 의사의 예상은 빗나갔다. 장례식을 치른 후 화장된 그의 유해는 캘리포니아 글렌데일에 있는 포레스트 론 공동묘지에 안장되었다. 그는 죽기 전날까지 애니메이션 <정글 북>(1967)과 코미디 뮤지컬 <괴짜 백만장자>(1967)를 진행하고 있었고, <곰돌이 푸> 단편 만화도 제작하고 있었다.
월드 디즈니가 담배 피우는 모습과 ‘캐리비안의 해적’ 테마파크.
그런데 이상한 루머가 돌기 시작했다. 디즈니가 냉동 상태로 보관되고 있으며, 디즈니랜드의 ‘캐리비안의 해적’ 테마파크 아래 묻혀 있다는 것이다. 이 테마파크는 디즈니가 세상을 떠나고 3개월 후에 개장된 것으로, 디즈니가 살아생전 심혈을 기울인 프로젝트였던 것. 그 안에 그가 영원한 존재로 살아간다는 이야기는 그럴 듯했다. 유족들은 물론 전적으로 부정했다. 딸인 다이앤 디즈니는 “아버지가 냉동 보존술(cryonics)이라는 단어를 들어나 보셨는지 궁금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최초로 냉동 인간이 현실화된 건, 디즈니가 세상을 떠난 지 한 달 후였다. 제임스 베드포드라는 심리학 교수가 그 대상이었다.
그럼에도 루머는 잦아들지 않았다. 특히 1972년 밥 넬슨의 <LA타임스> 인터뷰는 도시 전설을 더욱 확산시키며 어떤 신빙성마저 제공했다. 그는 캘리포니아 냉동보존학회 회장이었다. 우주 비행사를 꿈꾸던 TV 수리공이었던 그는 독학으로 방대한 과학 지식을 습득한 인물. 1966년에 로버트 에팅거의 <냉동 인간>이라는 책을 읽고 인생의 진로를 바꾼 그는 곧 이 분야의 유명 인사로 떠올랐다. 그는 인터뷰에서 월트 디즈니가 냉동 상태로 들어갔다는 건 낭설이라고 명확하게 밝혔다. 하지만 여기에 덧붙인 이야기가 문제였다.
“디즈니가 냉동 인간이 되고 싶었던 것 같긴 하다. 하루는 나를 불러서 그 과정과 원리와 비용 등에 대해 상세하게 물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유언장에 이 부분을 전혀 명시하지 않았고, 유족들에게 부탁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죽은 후 한 줌의 재가 되었다. 만약 그가 냉동 인간이 되었다면 제임스 베드포드보다 먼저였을 것이며, 그토록 유명한 사람이 인류 최초의 냉동 인간이 되었다면 모든 매체의 헤드라인을 장식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유언비어를 잠재우기 위한 인터뷰였지만 넬슨의 이야기는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은연중에 확신을 주었고, 분명히 디즈니랜드 어딘가에 아직도 월트 디즈니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그 믿음을 꺾지 않았다.
한편 실제로 냉동 인간이 된 셀러브리티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강타자 테드 윌리엄스다. 2002년 83세로 세상을 떠났을 때 아들 존-헨리 윌리엄스에 의해 보존용 캡슐 안으로 들어갔다. 2년 후 존-헨리는 36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는데, 그도 역시 냉동 보존돼 있다. 이외에도 냉동 보존술을 지지하는 몇몇 과학자들과 미래학자들이 현재 자신의 신념을 실천하고 있는 중. 디즈니의 도시 전설 확산에 기여했던 밥 넬슨 자신도 죽은 후 화씨 -371도의 차가운 캡슐 안에 들어간 상태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