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의 노건호 씨(왼쪽)와 노건평 씨. 사진공동취재단
더군다나 이 내용은 지난 2월 국정원을 통한 정권 차원의 ‘노무현 망신주기’를 위한 언론플레이였다는 점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지난 2월 <경향신문>은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2009년 노 전 대통령 수사 내용 일부를 과장해 언론에 흘린 건 국가정보원”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해 충격을 줬다. 이 전 부장은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언론보도 등은 국정원 주도로 이뤄진 것이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 내용으로 언론플레이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야권에서는 노건평 씨에 관한 공소권이 없어 기소조차 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피의사실을 공표한 것을 두고 이 같은 과거사가 있기 때문에 즉각 ‘노무현 일가 망신주기’를 다시 시작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 노 씨의 조카사위이자 변호인을 맡고 있는 정재성 변호사는 ‘노건평 씨 관련 검찰 수사발표에 대한 노건평 씨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정 변호사는 증거도 없고, 의문점 투성이 수사 결과라는 입장이다. 정 변호사는 “성완종 회장의 특별사면과 관련하여 누구로부터도 청탁을 받은 일이 없고, 따라서 금품을 받거나 이득을 얻은 일도 없다”면서 △누가 언제 사면을 청탁하였는지에 관한 내용이 없다 △“약” 3000만 원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액수도 모르고 있었다는 뜻인데 액수도 모르는데 어떻게 사면의 대가라고 인정할 수 있는가 △돈을 인출한 증거는 있는가 △2차 사면과 관련하여 J 아무개 씨와의 관계에 관해 물었을 뿐 그 공사현장이 어디인지 그 공사계약에 관해 노건평 씨가 어떻게 관여하였는지 5억 원의 공사대금의 증액에 관해 혹시 노건평 씨가 J 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것이 없는지에 관해 전혀 묻지 않았다 등을 의문점으로 제시했다.
노 씨에 관한 검찰의 이상한 발표를 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의 발언을 그 원인으로 지적하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새정치연합 한 당직자는 “지난 5월 열린 노 전 대통령 6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향해 노건호 씨가 ‘정치, 제발 좀 대국적으로 하라’며 일침을 가했는데 이에 대한 보복으로 정권 차원에서 노무현 일가를 망신 준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수사 방식은 검찰이 정하는 것이지만 (사면에 관련된) 수사를 전혀 하지 않은 채 노건평 씨가 성 회장으로부터 두 번에 걸쳐 사면청탁을 받았고, 1차 사면의 대가로 3000만 원을 받았고, 2차 사면의 대가로 5억 원을 받았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상대방의 변론 기회를 무시하는 매우 부당한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의 중진 의원들도 검찰의 이러한 행동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3일 추미애 새정치연합 최고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성완종 리스트가 터질 무렵 ‘성역 없이 수사 하겠다’고 하더니 과거 권력에 모든 것을 뒤집어씌우는 것으로 종결되었다”며 “검찰은 죽은 권력에 부관참시를 가하고 의기양양해 했다. 살아있는 권력에는 오금도 펴지 못했다. 똑같이 공소시효가 지난 경우라고 하면서도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수사하는 척도 안했다. 근데 노건평 씨에 대해서는 밤샘조사를 하고, 모든 수당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수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난했다. 지난 3일 박지원 새정치연합 전 원내대표도 페이스북에 “친절한 검찰씨! 처벌의 가치가 없으면 수사를 않는 게 검찰입니다”라며 “성완종 리스트 친박여권은 공소시효 지나서? 노건평 씨는 공소시효 지나도 친절하게 시시콜콜 밝혀 국민의 알 권리를 지켜주는 친절한 검찰씨에 감사드립니다”라고 비꼬았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