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일각에선 DJ 아들 김홍업 전 의원(왼쪽)과 YS 아들 김현철 교수가 천정배 신당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임준선·박은숙 기자
특히 야권 신당 추진에 나선 정대철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지난 5월경 ‘미스터 쓴소리’ 조순형 전 의원과 함께 이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지자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2세 정치인들이 ‘천정배 신당’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김 전 의원과 김 교수가 아버지 벽을 넘고 부활 신호탄을 쏘아 올릴지 주목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한배를 타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한국 정치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일이다. 이들의 만남은 한국 민주화운동의 역사인 동교동계와 상도동계의 화합이자, 87년 체제의 산물인 ‘영·호남 지역주의’를 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의 시대정신이 될 ‘통합과 소통’의 결정판인 셈이다. 야권 한 관계자는 “전두환 신군부에 맞섰던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의 주축인 동교동계와 상도동계가 30여년 만에 2세 정치인들에 의해 재결합한다면,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1984년 5월 18일 출범한 민추협은 1985년 신한민주당(신민당) 창당과 1987년 6·10 민주항쟁의 사상적 기반으로 작용했다. 민추협은 1987년 대선을 앞두고 ‘양김 분열’로 해체됐지만, 동교동계와 상도동계의 원내 진출의 기반은 물론 반 독재 민주화운동에 기여했다. 한국 정치 역사와 함께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2세 정치인의 운명은 순탄치 않았다. 김 전 의원은 17대 국회에서 원내에 진입했지만, 2008년 총선 때 전남 무안·신안에 출마해 30.2%로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2012년 한명숙 체제에서 치러진 민주통합당 총선 공천에선 낙천의 딱지를 받았다. 야권 내부에선 “이제 정치적 재기가 힘든 상황이 아니냐”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김 교수도 마찬가지였다. 문민정부 시절 ‘소통령’으로 불렸던 그는 18대·19대 총선에서 당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새누리당 산하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을 맡았을 뿐이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전 YS가 이명박 당시 후보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하면서 한때 ‘김현철 공천설’에 떠돌았으나, 결국 낙천 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 교수는 “낙천은 김기춘(전 청와대 비서실장) 작품”이라는 말을 남긴 채 19대 총선과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두 번이나 외면당했다. 이들은 한동안 암중모색했다. 두 사람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전후까지 2세 정치인 모임에서 만났던 인연을 이어 천정배 신당 합류 여부를 놓고 ‘주판알 튕기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천심’(천정배 무소속 의원의 의중)이다. 구태 이미지가 강한 동교동 원로그룹을 넘어 DJ와 YS의 차남까지 받아들일 경우 ‘민심의 역풍’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뉴 DJ’ 플랜을 역설한 ‘천정배 신당’이 도로 민주당 수준도 안 되는 들러리의 결정판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천 의원 측은 이와 관련해 “상식적으로 이들의 합류가 도움이 되겠느냐”며 “그 선에서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