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0일 정부법무공단과 법률구조공단의 역할과 나아갈 길 토론회 모습.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지난 6월 30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선 법무부 산하 양대 공단으로 일컬어지는 ‘정부법무공단’과 ‘법률구조공단’의 역할과 나아갈 길에 대한 토론회가 진행됐다. 이번 토론회는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임내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한규)가 공동주최했다. 토론회에는 양대 단체 관계자는 물론 변호사 사회를 대표해 서울변회 관계자 역시 패널로 참여했다.
그 중 관심을 끄는 부분은 정부법무공단에 대한 논란이었다. 정부법무공단은 지난 2006년 관련법이 제정 및 공포됨에 따라 2008년 2월 업무에 들어갔다. 올해로 창립 7년째를 맞이한다. 공단은 60여 명의 소속 변호사를 두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단체로부터 국가소송·행정소송·민사소송 등을 수임하거나 관련 연구를 용역 받는 업무를 주로 한다. 국가 송무를 전담하는 일종의 ‘국가로펌’인 셈이다.
설립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호주의 모델을 본떠 국가로펌의 출범에 앞장섰다. 국가 송무를 전담하는 공단의 특성상 정부의 입김이 강할 수밖에 없었다. 장관급 대우를 받는 공단 이사장은 임기 3년을 보장받는다. 허나 아직 임기를 채우고 내려온 인사가 없을 만큼 해당 자리는 ‘법조인들의 무덤’으로 불리기도 했다.
왼쪽부터 김한규 서울변회 회장, 임내현 법사위 의원.
짧은 이력임에도 불구하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공단은 변호사 사회에선 이미 ‘공공의 적’과 같은 존재가 됐다. 기존 변호사들의 밥그릇 중 하나였던 국가 송무 분야를 공단이 들어섬에 따라 경쟁할 수밖에 없기 때문.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변호사는 “법률구조공단이야 서민을 위한 제도이고 조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굳이 세금을 들여 정부법무공단까지 운영해야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면서 “소속 변호사에 매년 1억 원이 넘는 연봉을 퍼주고 있다. 공단이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의 소송을 싹쓸이하는 바람에 개인 혹은 로펌 변호사들은 죽어라 하고 있다. 더군다나 공단 소속 변호사들은 패소에 대한 압박감도 없고, 나서서 사건 수임을 할 필요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0일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변환봉 서울변회 사무총장 역시 현재 법률시장에서 점점 줄어드는 변호사 사건 수임 건수와 순익에 대한 지표를 제시하며 “정부법무공단은 정부 등으로 소송사건이나 법률자문사건을 수임함으로서 일반 변호사나 법무법인 등에 비해 대단히 유리한 지위를 누리게 된다”며 “일반 변호사나 법무법인 등은 위법·부당한 경우 변호사법에 따라 징계 등 책임을 지게 되지만, 정부법무공단은 이러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다”고 특혜와 관리감독 기능에 의문을 제기했다.
더불어 서 변호사는 “공단 운영으로 국가소송 수행 방법, 판례의 발전이 가능하다”라며 “민간 부분과의 경쟁은 상호간 전문성 배양 노력을 유도하게 하여, 전체 법조에서 더욱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확보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으론 정부법무공단이 담당하는 모든 국가 소송이 실제 국익에 도움이 되는가에 대한 문제도 주요 화두다. 일부의 경우, 정부의 승소가 곧 국민의 패소가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서복현 JTBC 법조팀 기자는 “공단의 승소가 (전체 국익에 부합하는 것에) 맞는지에 대한 생각이 든다”라며 “세월호 사례의 경우, 정부가 청해진해운에 구상권을 청구해 이를 피해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게 한 것이지만, 만약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면 정부법무공단이 나서는 것이 맞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 이날 공단 측이 밝힌 승소 사례 중에는 문제의 소지가 다분한 것도 있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강정마을 주민들이 국방부에 제기한 ‘국방·군사시설사업실시계획 승인처분취소 사건(2012년 11월)’의 경우도 그렇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은 현재까지도 ‘국방과 환경’, 더 나아가 ‘보수와 진보’라는 가치 충돌의 지점에서 논란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복현 기자는 “공단이 맡는 소송이 국가 전체와 국민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명확히 해야 한다”라며 “이 기준이 아닌 경우에는 차라리 민간 변호사에게 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 이러면 공단과 민간 변호사 사이에 충돌이 아닌 연계도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색다른 제안을 하기도 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