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연예기획사 대표의 말이다. 이시영의 소속사인 제이와이드컴퍼니를 언급하며 그는 이시영 말고도 좋은 연예인이 다수 소속된 회사로 이시영 한 명 때문에 날려 버릴 만한 규모의 회사가 절대 아니라고 언급했다. 일반 대중이야 그런 루머에 현혹될 수도 있겠지만 연예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말도 안 되는 내용임을 알 수 있다는 얘기를 덧붙이기도 했다.
실제 과거에는 이런 사례가 연예계에 있었다. 심지어 한 중소 연예기획사를 경찰이 압수수색했는데 거기서 수십 개의 성관계 동영상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진 유명한 사건도 있었다. 당시 경찰에 체포된 중소 연예기획사 대표는 실제로 해당 성관계 동영상을 갖고 소속 여자 연예인들을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록 과거지만 실제로 이런 사건이 있었음을 감안하면 요즘이라고 그런 일이 절대 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다. 전직 중견 연예부 기자로 현재 연예기획사 관련 일에 종사하고 있는 관계자는 이렇게 연예계의 변화를 설명한다.
“연예계 전반이 산업화됐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얘깁니다. 과거엔 중소 연예기획사들이 많았습니다. 신인들을 키워 스타로 만들고 그들을 다시 큰 연예기획사에 큰돈을 받고 팔고, 다시 신인을 키워내는 중소 연예기획사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작은 회사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곤 했던 것입니다. 대부분 신인들만 데리고 있는데 연예인이 되고 싶은 열정으로 가득한 애들이라 회사 대표의 감언이설과 압박에 넘어가 몸을 허락하고 동영상까지 촬영하는 것이지요. 어떻게든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그들의 열정을 교묘히 활용한 나쁜 놈들이 있었던 거예요. 작은 회사에서 시작해 스타가 되면 하루 빨리 큰 회사로 옮기고 싶어 하기 마련인데 그때 성관계 동영상에 발목이 잡히게 돼죠. 그런데 요즘엔 그런 중소 연예기획사 거의 없어요. 대형 연예기획사가 연습생을 확보해 신인을 직접 발굴하는 시스템이 자리 잡으면서 중소 연예기획사가 대부분 사라졌습니다. 지금도 작은 회사 챙겨 놓고 지망생들 몸 건드리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그건 연예기획사가 아니라 연예기획사로 포장하고 성추행·성폭력이나 일삼는 사기꾼들입니다. 그로 인한 피해자 역시 대부분 연예인으로 데뷔도 못 해보고 그런 일을 당하니 연예인 피해자도 아닌 셈이죠.”
또한 사법부의 변화도 두드러진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 및 법원의 재판 과정에서 사생활 보호가 매우 중시되고 있다. 행여 성관계 동영상을 악용한 협박 사건이 발생할지라도 최대한 비밀리에 수사가 진행되며 민감한 내용을 다루는 공판은 비공개로 진행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따라서 그런 피해에 노출된 연예인들이 사법부를 믿고 고소 고발을 하는 분위기가 정착되고 있는 것. 또한 변호사들의 방송 출연이 잦아지면서 변호사와 연예인의 친분이 늘어나 이런 난처한 상황이 되면 보다 편하게 법적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물론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상황은 언제나 불거질 수 있다. 연예관계자들은 지난 2012년 불거진 대형 연예기획사 대표의 연습생 상습 성폭행 사건이 지금도 상당한 충격이라고 기억한다. 연예계에서 좋은 이미지로 알려진 대형 연예기획사 대표의 기행이 충격을 안겨준 것. 그렇지만 연예관계자들은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는 존재하지만 연예계 전반은 분명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젠 성관계 동영상 따위로 소속 연예인을 협박하는 것은 불가능해질 만큼 연예계가 발전했다고 입을 모았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