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있는 취재진이 연예계 복귀 계획을 물었지만 고영욱은 이 질문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물의를 빚은 연예인에 대한 가장 큰 관심사는 언제쯤 연예계로 복귀하느냐 입니다. 당연히 복귀 과정에선 상당한 논란이 불거질 것이기 때문이죠. 이런 복귀 반대 여론은 언제나 존재하지만 예상 외로 일정 기간의 자숙을 거쳐 컴백한 뒤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연예인들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고영욱의 경우 미성년자와 관련된 성범죄였으며 한 번이 아닌 여러 건이 동시에 불거지면서 연예인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이로 인해 연예관계자들은 고영욱 만큼은 연예계 복귀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죠. 게다가 법조계에선 여론의 향배를 떠나 법적인 조치들 때문에 그의 연예계 복귀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잇따라 미성년자 성폭행 및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가수 고영욱은 1심에서 징역 5년, 신상정보 공개ㆍ고지 7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10년의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항소해서 2심에서 감형이 이뤄져 징역 2년 6개월과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ㆍ고지 5년, 위치추적 전자발찌 부착 3년의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다시 항소에 대법원까지 갔지만 지난 2013년 12월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아동·청소년보호법 위반(강간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고영욱이 상고심에서 받은 징역 2년 6월에 전자발찌 부착 3년, 성범죄자 신상정보 정보 공개ㆍ고지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기본적으로 향후 3년 동안 전자발찌를 부착하고 지내야 합니다. 아무래도 전자발찌를 부착한 상태로 카메라 앞에 서서 연예계 활동을 하는 것은 어려워 보입니다. 게다가 5년 동안 고영욱은 성범죄자로 신상정보가 공개 및 고지됩니다.
우선 ‘신상정보 공개’는 정부가 운영하는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 신상정보가 공개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누구나 해당 사이트에 들어가서 고영욱의 신상정보를 확일할 수 있도록 5년 동안 공개된다는 의미입니다.
‘신상정보 고지’는 성범죄자가 살고 있는 주거지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우편물로 해당 사실을 고지해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성범죄가 주거지 인근 주민들에게 ‘당신이 살고 있는 동네 어디에 이런 성범죄자가 살고 있다’는 것을 우편으로 일일이 고지해준다는 것이죠. 고영욱의 집 인근 주민들은 곧 해당 정보를 우편물로 고지 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5년이 지나면 신상정보 공개와 고지가 모두 끝납니다. 이미 3년의 전자발지 부착 기간도 끝난 뒤인 만큼 5년 뒤에는 연예계 복귀가 가능할까요?
문제는 취업제한입니다. 성범죄와 관련해 벌금형 이상의 유죄 판결 확정을 받은 자에게는 취업제한 10년이 부가적인 조치로 내려집니다. 여기서 취업제한이란 ‘아동 · 청소년대상 또는 성인대상 성범죄자는 형이 종료되거나 집행이 유예·면제된 날로부터 10년 동안 아동 · 청소년관련기관 등의 운영 또는 취업을 제한한다’는 것을 의미하죠. 그런데 취업제한 대상에는 ‘대중문화예술기획업소’도 포함돼 있습니다. 법은 이를 ‘영리의 목적으로 연기 무용 연주 가창 낭독 그 밖의 예능과 관련한 용역을 제공하는 자 또는 제공하려는 의사를 가진 자를 위하여 훈련 지도 또는 상담을 하는 사업장’이라 규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연예기획사에 취업을 할 수 없다는 의미로 직원으로 채용되는 게 아닌 전속계약은 가능하다고 법을 해석할 수 있지만 다소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연예기획사 없이 개인적으로 연예계 활동을 할 수도 있겠지만 물의를 빚어 오랜 기간 연예계를 떠나 있던 그가 연예기획사의 도움 없이 컴백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취업제한으로 인해 연예기획사에 채용돼 후배 연예인이나 연예인 지망생을 지도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죠.
따라서 향후 10년 동안은 고영욱이 연예계 관련 활동을 재개하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연예인으로 컴백을 하는 대신 트레이닝을 맡거나 프로듀서를 하는 등의 형태로 연예계에서 일을 하는 것은 아예 법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고요.
게다가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는 5년으로 끝나지만 신상정보 등록은 20년 동안 이어집니다. 이것 역시 성범죄와 관련해 벌금형 이상의 유죄 판결 확정을 받은 자에게 내려지는 부가적인 조치입니다. 공개나 고지처럼 외부에 신상정보가 알려지는 것은 아니지만 20년 동안 매년 경찰서를 찾아 사진을 찍고 신상정보를 등록해야 합니다. 또한 이사를 하는 등 거주지를 옮기면 그때마다 관할 경찰서를 찾아 그 사실을 알리고 새로 신상정보를 등록해야 하죠. 결국 경찰이 20년 동안 고영욱의 신상정보를 등록받아 관리한다는 의미입니다.
결과적으로 고영욱의 연예계 복귀는 본인의 의지나 여론의 향배보다 법적인 조치들로 인해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신민섭 기자의 연예편지 열다섯 번째>>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