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원내대표 거취를 놓고 여권이 어수선하던 지난 7월 4일 한선교 의원이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다. 한 의원은 한때 ‘원박’이었지만 지금은 ‘탈박’으로 분류되고 있다. 한 의원은 “오직 자신만의 정치적 입지를 위한 친박이 지금의 소수 친박을 만들었다“고 꼬집기도 했다.
한선교 의원
그러나 정치권에선 한 의원의 ‘자성’에 공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여기엔 한 의원이 언급한 핵심 친박 10여 명에 대한 불만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권대우 정치평론가는 “이번 유 전 원내대표 사퇴를 밀어붙인 친박 의원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당 내 불만이 극에 달한 모습이다. 당내에서 소수에 불과한 이들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대통령 임기 후반기로 갈수록 그 입지가 급격히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친박이었던 의원들 역시 한 의원 글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19대 총선 직후 친박계는 60여 명으로 꼽혔지만 지금은 절반가량에 불과하다는 게 정설이다. ‘탈박(탈락한 친박)’ ‘배박(배신한 친박)’ 등으로 분화하며 친박 의원 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아예 대놓고 ‘김무성계’라고 말하고 다니는 친박 의원들도 눈에 띈다. 친박계가 밀었던 후보들이 당 대표와 원내대표 선거에서 모두 패했던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과거 친박으로 분류됐던 한 의원은 “이번에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태는 핵심 친박 의원들의 습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박 대통령 말을 맹목적으로 따른다. 반대할 만한 분위기가 아니다. 그랬다가는 바로 퇴출”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과거 세종시 수정안 당시 친박 의원 모임에서 박 대통령 입장과는 다른 소신을 말했다가 한동안 ‘왕따’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고 한다.
또 다른 친박 의원도 한 사례를 들려주며 친박계의 폐쇄성을 지적했다. 그는 “2012년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유력 대선후보였던 박근혜 의원을 만날 일이 있었다. 그런데 친박계의 한 보좌관이 ‘다리를 모으고 최대한 공손하게 앉아 있어라’, ‘반박하지 마라’ 등의 팁을 줬다. 납득이 안 갔다. 그런데 대부분 의원들이 박 대통령을 어려워했다”면서 “이러다보니 자유로운 토론은 불가능하고, 의사결정 역시 밀실에서 이뤄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