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취임 1주년인 14일을 전후해 2기 당직 인선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여의도 정가는 친박계가 대거 기용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재선의 친박계 핵심 인사가 김 대표의 옆을 지킬 대표 비서실장에 앉을 것이란 얘기가 나오면서부터다.
김 대표로서도 친박계 모셔오기는 그리 나쁘지 않다. 일단 계파를 모두 끌어안는 큰 이미지를 가져갈 수 있다. 또 지난해 전당대회 당선 직후 “천하의 인재를 모셔 오겠다”며 인재발굴을 설파한 김 대표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에 앉혔다. 차기 대권 주자를 자신의 곁으로 부른 것이다. 이런 ‘큰 형님’ 같은 모습이 ‘무대’(김무성 대장)라는 별칭과 어우러지면서 대권주자 브랜드를 이어가고 있는 마당이다.
국회법 개정안 정국이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퇴로 귀결하면서 목소리가 컸던 친박계가 당의 전면에 나설 것이란 얘기가 끊임없이 들린다. 유승민과 이룬 비박계 투톱체제가 붕괴되면서 김 대표는 청와대나 친박계의 직접적인 맹공을 몸으로 부딪쳐야할 판이다. 이런 탓에 아예 적을 곁에 두고 청와대와 관계를 원만히 가져가려는 모습인데 그 시발점이 친박계 비서실장이란 얘기다.
친박계 비서실장이 현실화된다고 가정하면 새누리당은 ‘김무성계+친박계’의 큰 덩어리의 계파 하나가 탄생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친박계는 왜 김 대표와 척을 지고 있을까. 김 대표는 대표 당선 직후부터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통한 20대 총선 공천을 말해왔다. 김문수 위원장도 같은 취지의 ‘보수혁신안’을 당 지도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친박계는 국민경선을 통해서는 공천을 확약 받을 수 없다고 본다. 설사 몇몇이 공천을 받더라도 당선을 기약할 수 없어 ‘포스트 박근혜 정부’를 보듬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친박계는 당내 재 세력화를 통해 김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를 떠들지 않거나, 아니면 김 대표를 아예 끌어내려 친박 친정체제를 만들어야만 ‘추후’를 도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원내대표 합의추대로 당 지도부가 가닥을 잡았지만 이에 앞서 친박계는 꽤 고민을 했다는 전언이다. 제목소리를 내지 않는 중진을 내세워 친박이 배후조종에 나서는 게 나은지, 김 대표와 사사건건 충돌해 잡음을 일으킬 수 있는 친박에 가까운 인사가 나은지를 두고서다. 유 전 원내대표를 잃은 김 대표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