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이 메르스·가뭄 등 악재로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부처 장관들 사이에서 존재감 없는 장관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의 처세술 덕분에 장수 장관 대열에 합류했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본인 스스로도 ‘오동필’이라는 얘기를 싫어하지 않는다. 오동필은 ‘박근혜 정부 5년간 장관을 하겠다’는 뜻을 이동필 장관 이름과 붙여서 만든 단어다. 그만큼 이 장관 자신도 장관직을 오래 하고 싶다는 욕심이 크다. 특히 올해 초 개각에서 살아남으면서 이 장관의 야망은 더 커졌다. 정말 5년 장수 장관을 할 만한 원동력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잘나가던 ‘오동필’의 야망은 4월부터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메르스와 가뭄으로 이어지며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위기의 발단은 4월 1급 인사였다. 이준원 차관보가 식품산업정책실장으로 옮기고 오경태 기획조정실장이 차관보로 올라섰다. 이준원 차관보는 일 잘하기로 소문난 인물이다. 워낙 일을 잘하는 데다 직언도 서슴없이 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장관 입장에서는 여간 껄끄러운 게 아니었다. 대신 기조실에서 업무능력을 인정받은 오경태 실장을 차관보에 올리며 ‘오동필 라인’을 강화하는 데 힘썼다.
농식품부 내부에서는 두 1급이 자리를 바꾼 데 대해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이동필 장관의 인사 스타일로 봤을 때 이준원 실장을 외부로 보내기에는 아깝다는 판단에 실장 자리라도 보전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오경태 차관보는 행시 27회, 이준원 실장은 행시 28회다.
이 장관은 대외적으로도 악재가 연속으로 겹치고 있다. 가뭄에 대비하지 못해 채솟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지난해 청와대의 부처평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던 할랄시장 개척은 메르스로 제동이 걸렸다. 막걸리 등 전통주 시장은 매년 수출이 급감하며 도산위기에 처했다.
#‘3윤의 공치사’ 챙기느라 바쁜 공무원
관가에서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윤병세 외교부장관, 윤성규 환경부 장관을 ‘3윤’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모두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줄곧 장관 자리를 지키며 대통령의 변함없는 신임을 얻고 있다.
왼쪽부터 윤성규 환경부 장관, 윤상직 산자부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직원들 성향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무능한 리더’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자신의 사람들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서 인사에 대한 불만도 상당하다.
내부에서 부르는 이들의 별명도 흥미롭다. 윤성규 장관은 ‘독일병정’, 윤상직 장관은 ‘사무관’, 윤병세 장관은 ‘올빼미’다. 별명만 놓고 봐도 3윤을 보좌하는 직원들은 밤낮 없이 일을 해도 이들 눈에 차지 않는다.
윤성규 장관은 3년차에 접어들면서 자신의 기사에 상당히 민감해졌다. 숫자 하나라도 언론에 잘못 나가면 대변인실을 비롯해 해당 부서까지 줄초상이다. 윤성규 장관이 취임하고 바뀐 대변인만 벌써 네 번째다. 최근에는 청와대에서 부처 홍보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자 보도자료 뿐만 아니라 기고, 칼럼까지 언론에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을 모두 동원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2년차까지 뜸하던 인터뷰 건수는 3배 이상 늘어났다. 올해 온실가스 등 굵직한 이슈가 터지면서 인터뷰로 정책을 홍보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윤상직 장관과 윤병세 장관 역시 밖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의중을 가장 잘 안다고 칭찬 일색이지만 직원들은 장관을 포장하는데 공을 들인다.
윤상직 장관의 경우 자신이 위기에 처하거나 산업정책이 구설수에 오를 때는 어김없이 해외나 현장을 찾아 여론을 희석시켰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3년 밀양 송전탑 현장 방문이다. 당시 윤 장관은 휴가를 내고 밀양으로 달려가 사고를 수습하는 기지를 보였다. 다만 현장에서는 윤 장관이 언론사들의 조명을 많이 받아 치적을 위한 퍼포먼스라는 지적도 받았다.
‘사무관’이라는 별명답게 문서에 집착이 심하다. 모든 일정을 본인이 챙긴다. 대통령 해외 순방이라도 잡히는 날에는 부서 전체가 야근이다. 순방에서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성격탓에 관련 자료와 보고를 수시로 받아 피곤하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그런 윤 장관도 최근 수출부진이 이어지면서 ‘교체 후보’에 거론되고 있다. 수출에 대한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며 자질론에 휩싸였다. 지난 9일 내놓은 수출활성화 대책도 그동안 발표한 내용을 짜깁기 한 수준이라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올빼미 윤병세 장관은 3년간 내세울 만한 업적이 없다. 그것이 장수 장관의 비결이다. 박 대통령의 지시를 묵묵히 이행한다. 자신의 철학이나 발언은 없다. 일본과 민감한 문제도 박 대통령의 메시지 수준에서 갈음된다.
지난 1일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 임기택 당선자 브리핑에서도 모든 공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이 나눠 가졌다. 뒤에서 박수치는 윤 장관이 훈훈해 보였겠지만 직원들 입장에서는 모든 공을 해수부가 가져가는 모양새가 씁쓸하다는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정부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에서 장수하는 장관을 보면 자신의 업무 능력을 과시하기보다는 청와대 의도를 유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장관 스스로는 대통령에게 신임을 얻고 있으니 좋겠지만 직원들은 점점 업무량이 많아지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유민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