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춘 의원 측은 “검찰이 소환 통보하면 국회 회기와 관계 없이 바로 출석해 여러 의혹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배종혁)는 분양대행업체 등과 금품을 주고받으며 유착 의혹이 제기된 박기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친동생 박 아무개 씨(55)를 지난 10일 소환해 조사했다.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된 박 씨에 대해 검찰은 서울 강남구의 분양대행업체 I 사와 거래한 금품의 성격을 캐물었다. 이미 회사 돈 수십억 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으로 구속 기소된 I 사 김 아무개 대표(44)는 검찰 조사에서 박 씨에게 2억 5000만 원을 건네줬다고 진술한 상태. I 사가 건설사에 막강한 입김을 불어 넣을 수 있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인 박 씨의 형 박 의원을 염두에 두고 박 씨에게 돈을 건넸는지가 검찰의 집중 규명 대상이다.
박 씨는 경기도 남양주의 건설폐기물 처리업체인 H 사로부터 사업 관련 민원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결국 검찰 수사의 핵심은 서울 강남구의 분양대행업체 I 사와 경기 남양주의 건설폐기물 처리업체 H 사, 이 두 업체가 박 씨를 일종의 브로커로 활용해 박 의원으로부터 사업상 특혜를 받았는지 여부다.
검찰은 지난 6월 30일 소환한 H 사 유 아무개 대표도 이날 다시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지난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 대한건설폐기물공제조합 이사장을 지낸 유 대표는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고 있으며, 검찰은 유 대표에게 박 의원 형제를 상대로 사업 편의를 부탁하며 비자금으로 금품 로비를 벌였는지를 추궁했다.
박 의원의 동생은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남양주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며 이 지역에서는 ‘마당발’로 통하는 등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인물로 알려졌다. 지난 2006년에는 남양주 별내면의 그린벨트 지역 개발과 관련해 행정자치부 공무원에게 수억 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지난 2010년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판결을 받기도 했다.
I 사와 H 사, 이 두 업체에서는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우선 이 두 업체는 남양주시를 배경으로 성장했다. I 사의 김 대표는 지난 2008년 남양주에 회사를 처음 설립했고, H 사는 현재도 남양주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공통점은 이들 업체는 대체로 몇 년 사이에 급격한 성장을 이뤄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에 I 사와, H 사 유 대표가 실소유한 J 사의 매출 성장이 두드러진다”며 “이들이 빠른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던 배경에 각종 청탁 등이 있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일요신문>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I 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시공능력 순위 5대 건설사 중 한 곳에서 전체 매출의 38%를 만들어내는 저력을 보였다. 단기간에 급성장을 이뤄 낸 원동력이었던 셈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I 사와 해당 건설사의 유착 관계 및 연결 고리 등에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의 타깃으로 거론되는 박기춘 의원은 국회 국토교통위 간사, 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 건설사들에 충분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I 사 같은 신생 중소업체가 단기간에 대기업 건설사로부터 수주를 집중적으로 따내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뒤를 봐 주는 사람이 없고서야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것이다. 게다가 I 사의 분양대행 사업장인 위례신도시, 하남미사 지구 등은 알짜 사업장이다”고 말했다. 세무당국의 한 관계자도 “I 사는 급성장해서 이전의 조사는 강도 높게 진행되지 않았다. 조사 이력 등을 토대로 관심 있게 살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박 의원 측은 변호인을 통해 “검찰이 소환을 통보하면 국회 회기와 관계없이 바로 출석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국회 안팎에서는 검찰이 사정 드라이브를 거는 차원에서 타깃으로 잡았다면 박 의원 측에서도 빨리 출석해 의혹을 해소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I 사 김 대표로부터 측근인 정 아무개 씨(50·구속)를 통해 2억 원가량의 현금과 명품 시계 등 약 2억 5000만 원 가량의 금품을 받았다가 검찰 수사 착수 이후 돌려 줬다고 알려진 박 의원. 하지만 이후 김 대표가 “박 의원을 국회에서 수차례 만나 금품을 줬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박 의원으로서도 적극적인 진화 제스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일요신문>은 박 의원 측의 추가적인 입장을 듣기 위해 의원실에 메시지를 남겼으나 답은 없었다.
한편 의정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권순정)는 남양주의 경복대학교 교수 및 교직원 100명이 지난 2011년 1인당 10만 원씩 총 1000만 원을 박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으로 건넨 정황을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정치자금법은 개인이 아닌 단체의 정치후원금은 금지하고 있다. 박 의원은 이 학교 명예교수를 지낸 바 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