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희라 씨가 죽은 모친의 계금과 관련된 문제로 소송을 당한 데 이어 여동생도 계금 미납 관련해 사기죄로 고소당한 사실이 확인됐다. 작은 사진은 구 아무개 씨가 하 씨의 모친에게 돈을 빌려준 뒤 받았다는 차용증.
황 씨는 자신을 계주라고 속이고 계원들을 모집했으며, 자신과, 자신의 막내딸이자 하희라 씨의 동생인 하 아무개 씨 이름으로 다섯 계좌의 계에 가입해 세 번이나 계를 탄 뒤 사망했다. 사망 당시 이미 계금 3080만 원도 체불된 상태였다. 이에 황 씨 사망 후 매달 800만여 원의 추가적인 계금 손실을 보고 있는 실제 계주 정 씨가 하 씨를 고소한 것이다.
정 씨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하희라 씨의 여동생을 지난 6월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사기죄로 고소했다”며 “(자신의 어머니인 황 씨가 사망하자) 자기는 계원이 아니라고 핑계를 대고 계를 타 먹고선 곗돈도 안 가져왔다. 계원은 원장부가 있다. 내가 계의 오너로서 계를 깰 수도 없고 황 씨 모녀가 내지 않는 곗돈을 메우느라 계속해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씨는 또한 “(자신들을 계주라고 속여 받은) 한 달에 3000만 원 정도의 남의 돈을 황 씨 모녀가 다 써 버렸다”면서 “고소를 하고 고소인 조사를 받으러 갔다왔고, 경찰서에 통장 거래내역도 떼어다 줬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서대문경찰서 관계자는 “하희라 씨 동생인 하 아무개 씨 사건이 6월 1일 우리 서에 접수돼 수사 중이다”고 확인했다.
정 씨는 곗돈 이외에도 황 씨에게 빌려 준 수억 원의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정 씨는 “(황 씨가) 만날 돈을 빌려 달래서 빌려줬다. 수억 원의 손해를 입었다. 황 씨가 살던 전셋집에 대해 압류를 걸어 놨는데 하희라 씨 측에서 그걸 못 가져가게 공탁을 걸어 놔서 돈도 못 받았다”며 “하희라 씨의 집을 찾아갔더니 자기 어머니랑 연결된 사람은 오지 말라고 해서 길 바닥에서 한참이나 앉아 있다 온 적도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희라 씨가 드라마에 출연 중인 MBC 건물 앞에서 구 아무개 씨가 시위하는 모습.
구 씨는 지난 10일 <일요신문>과 만나 “황 씨 막내딸 하 아무개 씨에게 문자를 하고 전화를 해도 답도 없고 억울하고 분한 나머지 1인 시위를 하게 됐다. 달리 이것밖에는 방법을 몰랐다”며 “황 씨가 죽기 10여 일 전 연희동 황 씨 집에서 황 씨를 만났다. 얼굴이 정말 안 좋았는데 옷을 정리하고 있었고 나에게 입으라고 옷을 몇 벌 주기도 했다. 그러다 갑자기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구 씨에 따르면 황 씨가 한 번은 600만 원을 빌리며 막내딸에게 돈을 줄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 이후 막내딸인 하 씨에게서 직접 통장으로 이자가 왔다. 구 씨는 황 씨가 죽고 나서 하 씨와 연락이 안 돼 하 씨가 운영하는 연희동 옷가게를 찾아가기도 했다. 그런데 옷은 처분했는지 하나도 없이 빈 점포였고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하 씨는 구 씨의 계속된 연락에 지난 6월 6일 ‘강원도 시댁에 있다’는 마지막 문자를 남기고 연락이 아예 두절됐다.
구 씨는 “황 씨가 죽기 전에 나에게 하희라 씨, 그리고 막내딸 하 씨와 돈 문제 때문에 크게 싸웠다는 말을 하며 괴로워 한 적이 있다. 엄마 때문에 속상한 것도 안다”면서도 “하희라 씨 집까지 찾아 갔는데 문전박대를 당했다. 피해자들을 모두 모아 놓고 ‘죄송하다’라고 사과라도 했어야 한다. 그러고 엄마 빚을 다 갚아주지는 못해도 성의 표시라도 했어야 한다. 우리는 그게 억울하다는 것이다. 법적으로는 상속포기를 하면 그만인 것도 알고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고도 할 수 있지만 도의적인 책임은 있다는 것이 우리 피해자들의 입장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피해자들은 하희라 씨가 어머니 황 씨 사망 이후 법원에 한정승인을 신청했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한정승인이란 상속인이 상속에 의해 얻은 재산의 한도 안에서만 피상속인의 채무 및 유증을 변제하는 책임을 진다는 의미의 법적 절차다. 피상속인의 채무를 상속재산으로써만 청산하며 상속재산이 부족하면 상속인은 자기재산으로 변제할 의무가 없어진다. 이에 대해 하희라 씨 소속사 측은 “(한정승인 신청 여부는) 잘 모르겠다. (하희라 씨는) 어머니와의 사이가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밖에 <일요신문>엔 자신들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복수의 사람들로부터 연락이 왔으며, 한 피해자는 “현재 파악한 피해자만 20명 이상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일요신문>은 사기 혐의로 피소된 하희라 씨 동생 하 아무개 씨의 입장을 듣고자 연락을 취했지만 답은 없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