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면 인근 도심 철도부지 모습. 이곳 주민들은 경부선과 동해남부선 철로에 가로막혀 소음과 교통 단절로 불편을 겪고 있는데 KTX까지 다니게 되면 피해가 더 가중될 것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경전선 복선전철화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부전~마산 간(32.7㎞) 전철복선화 사업은 지난해 6월 착공했다. 오는 2020년 완공 예정으로 6월 현재 공정률은 3%가량이다. 부전역에서 김해시 진례면까지는 직선으로 새로운 노선을 만들고, 진례에서 마산까지의 18.7km는 이미 운행 중인 KTX 마산 노선을 활용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총 1조 4909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며 민간이 시설을 짓고 정부가 임대해 사용하는 임대형 민자사업(BTL)으로 진행된다.
이 사업에 앞서 공단 등은 수차례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당시 설명회에선 현재 주민들이 주장하는 KTX 운행 등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 주민들이 얼굴을 붉히며 반발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당초 주민 설명회에서 KTX 운행 등 장기 계획이 일부라도 언급됐더라면 착공 전에 이미 도심 구간의 지하화가 공론화됐을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주민들은 그동안 경부선(1905년 개통)과 동해남부선(1935년 개통) 철로에 가로막혀 소음과 교통 단절로 불편을 겪고 있는데 KTX까지 다니게 되면 소음 피해와 더불어 재산권 피해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서면 도심철도민원 공동대책위원회 이형숙 위원장은 “주민 대부분은 이 사업을 단순한 철로를 놓는 사업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장기 계획이 부전역에서 광주까지 KTX를 운행하는 것이란 게 최근 드러났다. 이를 위해 현재 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정부 소유인 도심지 철도 시설 부지를 매각하면 부전역에서 사상역에 이르는 구간을 지하철도로 건설하고도 남는다. 정부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관심과 의지만 가지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위원장은 “이런 중대한 지역 현안에 대해 관할 자치단체와 지역 국회의원 및 구의원 등 정치권이 수수방관하고 있다. 지역의 일꾼들이 이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것도 정말 실망”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단 측은 해당 구간에 어떤 종류의 열차를 운행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공단 관계자는 “부산에서 광주까지 KTX가 다니려면 해당 구간이 모두 전철로 이뤄져야 하고 진주~광양, 광주~순천 구간의 복선전철화가 선행돼야 한다”며 “하지만 두 사업 모두 현재 기재부에서 예비타당성 조사 중으로 사업 추진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이어 “광주~부산 간이 모두 전철화가 된다고 해도 여러 사항을 고려해 적합한 열차를 선택해야 한다. 때문에 KTX 운행이 이미 결정됐다는 것은 근거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또 주민들의 주장대로 철도 부지를 매각해 도심구간을 지하화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 대해선 “간단치 않다. 일단 정부에서 결정할 문제”라며 “부지 매각 후 지하화는 예비타당성 조사 등 절차가 필요하다. 지자체가 먼저 이를 중앙정부에 건의하는 게 순서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단 측의 입장을 전해들은 대책위의 한 관계자는 “설혹 현재 KTX 운행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해서 지하화를 미루면 안된다. 정부가 부산과 광주 간 KTX 운행을 가까운 장래에 분명히 추진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와 공단은 주민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도심 구간의 지하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