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은 친환경차, 효율, SUV 등에 관심이 높았다. 이는 사실 전세계 자동차업계에서 키워드다. 특히 그들은 고효율에 대한 관심이 유독 높았다. 친환경차 구매의사를 밝힌 70.8%의 학생들은 효율(65.5%)을 가장 큰 구매요인으로 꼽았으며, 일반차 구매 시에도 효율이 최우선 고려사항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22.3%로, 디자인(18.3%)과 가격(18.1%)보다 높은 중요도를 보였다.
그렇다면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차량 중 가장 연비가 좋은 차는 무엇일까? 에너지관리공단 수송에너지 홈페이지에 가면 확인할 수 있다. 34개 브랜드 1383개 차종의 등록 연비를 조회할 수 있다.
‘연비왕’ 푸조 208의 제조사 PSA그룹은 정차 시 시동이 꺼지는 ‘스톱 앤 스타트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15%가 넘는 연비 향상 효과를 달성했다.
연비 1위는 ‘푸조 208 1.4 e-Hdi 5D’이다. 이 차는 1398㏄ 배기량으로 디젤을 사용한다. 연비는 1ℓ당 21.1㎞. 가격은 2390만~2990만 원선이다. 이 차의 연비가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비결은 기술 개발이다. 제조사인 프랑스 PSA그룹은 2001년 자동변속기 ‘MCP’를 개발했다. 이 장치는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동력이 엔진에서 구동 장치로 곧바로 전달되도록 함으로써 동력 손실을 최소화했다. 또 범퍼를 알루미늄으로 바꾸고 차체의 80% 이상을 경량 강판으로 제작했다. PSA그룹이 자체 개발한 ‘스톱 앤 스타트 시스템’(차량 정차 시 시동이 자동으로 꺼지는 기능)만으로도 15%가 넘는 연비 절감 효과가 난다.
푸조는 이 모델 이외에도 리터당 18㎞ 이상의 모델로 푸조 208 1.6 e-HDi 3D·5D(18.8㎞), 18.4㎞를 자랑하는 푸조 508 1.6 e-HDi, 푸조 308 16 e-HDi 모델이 있다. 또 18.1㎞ 연비인 푸조 3008 1.6 e-HDi, 508sw e-HDi, 308sw e-HDi 라인업도 갖추고 있다.
일본차들은 전기와 연료를 같이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기술 개발에 주력해왔고 현재까지 그 기술의 완성판이 이 차다. 연료 손실 절감을 위해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을 개선하고, 연비 향상에 방해가 되는 차체 무게를 줄이기 위해 소재를 가볍게 했다.
이어 시트로엥의 DS3 1.4 e-HDi(20.2㎞/ℓ), BMW 320d(19.7㎞/ℓ), 미니 쿠퍼 D(19.4㎞/ℓ)가 3∼5위에 올랐다. 6위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A180 CDI 모델로 19.3㎞/ℓ의 연비를 보유했다.
이런 연비 순위 결과에서 알 수 있듯 최근 수입차의 약진은 우연이 아닌 것이다. 수입차들의 우수한 연비를 보인 비결은 역시 기술 개발이다. 1980년대부터 독일 등 유럽 차들은 디젤 엔진 위주로 장기간 관련 기술 개발과 노력을 해왔다. BMW는 1980년대부터 ‘클린 디젤 엔진 기술’을 연구해 연비를 높여왔다. 터보 차저 기술 등 디젤 엔진의 친환경 고효율을 이뤄낼 수 있게 꾸준한 기술 개발을 해온 것이다.
하지만 국산 차는 상위 10위권에 리터당 19.0㎞ 연비의 현대차의 엑센트 1.6디젤과 기아차의 프라이드 1.4디젤이 공동 8위에 올랐을 뿐이다. 50위권으로 확대해도 르노삼성의 QM3와 현대차의 아반떼 1.6디젤, i30 1.6디젤(2015년형) 등 국산 차는 8개에 불과하다.
이처럼 국산 차들의 연비가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술 개발을 안 했기 때문이다. 디젤 엔진 개발은 1998년부터 시작했고 하이브리드 개발도 2000년대 중반 이후 이뤄졌다. 국산차들의 클린 디젤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전문가들은 유럽을 100으로 봤을 때 일본은 92.3, 한국은 77.9라고 보고 있다. 2013년 기준이니 격차가 더 벌어졌을 수도 줄어들었을 수도 있다.
더 안타까운 것이 있다. 기술이 떨어지니 차가 안 팔리고, 그러다 보니 고효율 디젤 엔진의 주요 부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연비 좋은 국산 디젤차들을 급하게 만들어내고 있는 자동차 회사들의 속내가 궁금하다.
이정수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