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초 80세가 된 엘비스 프레슬리의 사체가 발견되었다는 가짜 뉴스가 SNS를 뜨겁게 달궜다. 오른쪽 원 안 사진은 엘비스의 노년의 모습을 예상한 합성 사진.
그 근원지는 <엠파이어뉴스>라는 인터넷 뉴스 매체였다. 그곳에 2015년 1월 31일, 뉴스 하나가 올라왔다. 샌디에이고에서 어느 노숙자가 죽은 채 발견되었는데, 알고 보니 그가 ‘80세가 된 엘비스 프레슬리’라는 내용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시체가 발견된 곳은 한 고가도로 밑이었다. 하얀 수염을 기른 한 노인이 죽어 있었고, 순찰 중이던 경찰이 발견했다. 경찰은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주변의 노숙자들을 중심으로 탐문 수사를 실시했다. 사람들은 그의 이름이 ‘제시’(Jessie)라고 했지만, 정확한 인적 사항을 파악하긴 힘들었다.
결국 DNA 검사에 들어갔다. 만약 그가 범죄나 법적 문제 등에 관련되어 DNA 샘플이 수사 기관에 넘어간 적이 있다면, 그러한 DNA로 구축된 거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신원을 확인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드디어 샘플이 데이터베이스 안으로 들어갔고, 일치하는 DNA가 있다는 신호가 떴다. 하지만 담당 연구원인 로버트 브렌스데일은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사체의 정체는 엘비스 프레슬리. 도저히 믿을 수 없었던 그는 어시스턴트인 매들린 헤지스페스와 함께 다시 검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몇 번을 시도해도 결과는 똑같았다. 엘비스 프레슬리. 이 믿을 수 없는 결과 앞에서 잠시 어리둥절했던 그들은, 누군가 컴퓨터 시스템 안으로 들어가 자신들을 놀려주기 위해 아주 교묘하게 고난도의 장난을 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고, 한 시간 가까이 마주보고 박장대소했다. 이때 LA에 생긴 신생 엔터테인먼트 매체 <할리우드워드>에서 어떻게 알았는지 취재를 나왔고, 브렌스데일은 이런 황당한 일도 있다는 식으로 제리 하딘이라는 기자에게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해주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FBI와 CIA에서 연구소 쪽에 입단속을 주문한 것이다. <할리우드워드> 사이트에 올랐던 기사도 황급히 삭제되었다. 그리고 몇 주 후, FBI 대변인인 필립 헌터는 놀라운 발표를 했다. 그는 그 노숙자가 엘비스 프레슬리가 맞다고 확인해 준 것이다. 1977년에 죽은 걸로 알고 있었던 엘비스는 사실 38년 동안 증인 보호 프로그램에 의해 관리되고 있었던 것이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고 이치에도 맞지 않았다. 증인 보호 프로그램은 범죄와 관련되어, 목숨을 걸 정도로 결정적인 증언을 한 증인을 경찰이 보호해 주는 제도인데, 엘비스 프레슬리는 그런 보호를 받아야 할 이유가 없었던 것. 그는 범죄에 연루되지도, 이렇다 할 증언을 할 일도 없었다.
이에 FBI는 엘비스 프레슬리가 특별 케이스를 통해 스스로 보호 프로그램을 요구했고 경찰이 수락했다고 밝혔다. 이것이 가능했던 건, 엘비스와 닉슨 대통령의 관계 때문이다. 엘비스의 팬이었던 닉슨은 임기 중에 그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환담을 나누었는데, 이때 엘비스는 자신이 누리고 있는 스타덤과 유명세가 부담스럽고 때론 환멸을 느낀다며, 대통령에게 “남은 삶은 조용히, 엘비스 프레슬리가 아닌 익명으로 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는 것. 이에 닉슨은 그에게 보호 프로그램을 발동했고, 그는 1977년에 죽은 것이 아니었으며, 긴 세월 동안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자연인으로 살아갔다가 80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내용이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던 사람은 극소수였지만, 이젠 세상에 드러낼 때가 되어 공식 발표를 한다는 것이 FBI의 입장이었다.
이 내용이 <엠파이어뉴스>에 실리자 며칠 만에 페이스북에서 10만 명 이상이 공유를 할 정도로 놀라운 반응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진정 그 노인은 엘비스 프레슬리였을까? 물론, 이 모든 것은 조작된 것이었고 <엠파이어뉴스>라는 곳이 흥미 위주의 가십이나 신빙성이 의심스러운 뉴스들을 주로 다루는 웹사이트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라면 코웃음 칠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이 말도 안 되는 뉴스가 대량으로 급속하게 회자될 수 있었던 건, 엘비스 프레슬리라는 인물의 위치 때문이었다. 그는 단순한 스타가 아니라, 미국의 대중문화사에서 전설이자 신화였고, 사람들은 그가 40세가 조금 넘은 나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좀처럼 믿지 않았다. 그래서 수많은 음모이론들이 떠돌았다. 외계인이 납치했다는 설부터 마피아나 CIA가 개입해 조작하고 은폐한 죽음이라는 얘기까지, 그 스펙트럼은 매우 넓었다. “엘비스는 살아 있다”(Elvis is alive)나 “엘비스는 죽음을 조작했다”(Elvis faked his death)는 문장은 수많은 관련 콘텐츠를 거느리고 있는 키워드가 되었다. 하지만 그 어떤 증거도 없이 소문만 무성했던 것. 하지만 <엠파이어뉴스>의 가짜 뉴스는 시체가 발견됐다는 꽤 그럴싸한 내용이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속아넘어갔다. 그렇다면 <엠파이어뉴스>는 왜 이런 뉴스를 만들어낸 것일까? 아마도 그의 80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것은 아닐까 싶다. 엘비스의 생년월일은 1935년 1월 8일. 살아 있다면 올해 1월에 80세가 됐을 것이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