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배우들은 일절 오해의 여지가 없게 연기에 집중합니다. 자칫 민망한 상황일 수 있는 키스신이나 베드신에서도 여배우들을 먼저 친절하게 배려해 주는 분들이 더 많습니다. 그런데 극소수지만 그렇지 않은 배우들도 있습니다. 여배우들은 소위 느낀다고 얘기합니다. 연기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여배우의 몸을 만지고 더듬으며 성적인 뭔가를 느끼는 분들이 있다는 얘기죠. 모를 것 같지만 상대배역 여배우도 다 압니다. 그 배우가 연기에 집중하는지 아니면 자기의 몸을 접촉하며 그걸 느끼고 있는지를. 그래서 매니저들이 그렇게 소문난 남자 배우하고는 소속 여배우가 그런 연기를 하지 않도록 사전에 제작진과 협의를 할 정도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느끼는 데’ 재미를 붙였다고 알려진 배우들이 몇몇 있었다. 다수의 연예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배우들도 있었다. 그렇다고 법적 대응을 하긴 어렵다. 이미 정해진 상황을 두고 수위 등도 모두 합의하고 촬영이 진행됐기 때문에 상대 배우가 내 몸을 느낀다는 이유로 소송을 진행하기는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또한 그 역시 정확히 남자 배우의 의도는 모르는 까닭에 여배우의 느낌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번에 불거진 연기 도중 성추행 사건은 정해진 연출이 아닌 애드리브 연기였기 때문에 소송까지 진행된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배우들에게서 그런 일은 없다. 느끼기는커녕 제정신이 아닐 정도로 긴장해서 베드신을 소화하는 남자 배우들도 많다. 베드신이 아닌 키스신조차 긴장해서 계속 NG를 내다 여배우의 리드로 겨우 끝내는 이들도 많을 정도다. 조금 키스신이나 베드신 경험이 쌓여 익숙해지면 여배우를 배려하는 데 집중하는 남자 배우들이 대부분이다. 연기를 위해 불가피한 스킨십을 갖지만 동료라는 큰 틀을 유지하며 최대한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몇 년 전에는 연예인 커플이던 여배우 A가 남자 배우 B와 베드신을 찍게 됐다. 그런데 B는 A의 애인이던 배우 C와 절친이었다. 서로 잘 아는 사이며 A와 C의 데이트에 B가 함께 어울리기도 했을 만큼 가까운 사이다. 그렇지만 영화를 위해 불가피한 베드신인 만큼 C는 철저히 해당 장면을 A와 B에게 맡기고 관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당연히 B는 최대한 A를 배려하며 베드신을 무사히 촬영했다는 후문. 이로 인해 어색해질 수 있던 세 사람의 관계는 전혀 흐트러지지 않았고 나중에 A와 C가 결별한 뒤에도 세 배우는 여전히 친하게 지내고 있다고 한다.
에로 업계 관계자들은 2000년대 초반에 벌어진 실제 사건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세간에 알려진 뉴스는 아니지만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엄청나게 화제가 됐던 일화이기 때문이다. 당시 에로업계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영화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관계자의 얘기다.
“간단히 말해 여배우의 남자 친구가 상대 배역이던 남자 배우를 폭행한 사건입니다. 꽤 심하게 폭행이 이뤄졌는데 다행히 업계 관계자들이 중재를 해서 경찰 신고까지는 가지 않고 치료비를 물어주고 사과하는 선에서 일은 마무리됐습니다. 그런 폭행 사건이 벌어진 까닭은 베드신을 찍는데 남자 배우가 너무 노골적으로 나왔다는 데 있습니다. 원래 장난이 심한 친구였는데 베드신을 찍으며 여배우의 특정 부위를 지나치게 만지고 비비는 등 이상한 행동을 한 모양입니다. 당시 에로배우는 2박 3일 정도 집중적으로 한 편을 찍곤 했습니다. 그러면 남녀 주연급 배우는 3일 동안 잠도 안자고 거의 전라로 같이 지내죠. 처음엔 공사도 하는데 나중에는 공사도 생략하고 찍을 정도예요. 나중에 남자 배우 얘기론 거듭되는 베드신이 지루해 장난을 친 거라는데 그 여배우는 성추행이라 여겼고 그걸 남자친구한테 말한 거죠. 그렇지 않아도 여자 친구가 에로 배우 일을 시작해 심사가 뒤틀려 있던 애인이 격분해서 그를 찾아와 심한 폭행을 한 것입니다. 둘 다 피해자가 됐죠. 남자 배우는 그 일로 크게 망신을 당해 한동안 일을 쉬어야 했고 두고두고 놀림을 받았습니다. 여배우는 그 일 있고 얼마 되지 않아 이쪽 일을 그만 뒀고요. 당시 에로업계는 베드신이 많은 만큼 그런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서로 노력했고 배우들도 다 프로들이라 깔끔하게 일을 처리해 그런 뒤탈이 드물었던 터라 참 흔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