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통계만 보면 벼랑 끝에 내몰린 채무자들이 매년 10만 명 이상씩 생겨나고 있는 셈인데 그중엔 ‘거짓’으로 포함된 이들도 있다. 신원그룹 박성철 회장(75)처럼 새로운 출발을 위한 최후의 수단이 아닌 단순히 채무 회피용으로 개인회생이나 개인파산을 택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신정아
이후 신 씨는 법원의 결정에 따라 별 탈 없이 채무를 갚아나갔는데 2007년 학력위조 사건 등이 터지며 놀라운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재산이 없다던 신 씨는 고급 외제차를 몰고 다녔으며 월세 200만 원짜리 호화 오피스텔에 살고 있었던 것. 주식투자금액만도 약 6억 원에 달했다.
이에 법원은 개인채무자회생법 위반 혐의로 신 씨의 개인회생 절차를 곧바로 폐지 조치했다. 개인회생 제도가 생긴 이후 채무자들이 변제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절차가 폐지된 사례는 있었으나 법원에 자신의 소득 등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아 절차가 폐지된 것은 신 씨가 처음이었다.
이혜경 전 부회장, 허재호 전 회장.
대주그룹 허재호 전 회장(73)은 거액의 재산을 숨기고 대신 노역으로 벌금을 해결하려했다. 2012년 허 전 회장은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254억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곧바로 뉴질랜드로 떠났다. 지난해 귀국 후엔 “돈이 없다”며 벌금을 내는 대신 일당 5억 원의 ‘황제노역’을 택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결국 허 전 회장의 노역은 6일 만에 중단됐으나 비난의 목소리는 줄지 않았다. 결국 허 전 회장은 ‘없다던’ 재산으로 벌금을 완납했다. 하지만 벌금과 별도로 체납 중인 국세 134억 원에 대해선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뒤늦게라도 법무부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개정안에 따라 앞으로는 회사를 부도낸 기존 경영자가 회생절차에서 채무를 탕감받은 후 스스로 또는 제3자를 내세워 차명으로 회사를 다시 인수하려 할 경우 법원이 회생계획안을 상정하지 않거나 불인가할 수 있게 됐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