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왼쪽부터) 김옥빈, 강성연,추자현.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이번 대종상 시상식에서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역대 최장 길이의 레드카펫이었다. 코엑스 컨벤션홀에서 진행된 이번 시상식의 레드카펫은 야외무대에서부터 시작돼 두 번의 포토타임과 실내무대를 거쳐 3층 행사장까지 무려 200여m가 넘는 거리를 자랑했다.
덕분에 본의 아니게 ‘롱 타임 워킹’을 선보였던 스타들은 진땀을 빼야만 했다. 실제로 아역배우 박지빈 군은 행사장에 도착도 하기 전에 가쁜 숨을 몰아쉬었을 정도다. 또한 긴 워킹에 지친 나머지 감우성, 최정원 등은 잠시 삐끗하며 넘어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취재 경쟁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인데 중계권을 가진 SBS를 제외한 타 방송사들의 취재는 정말 전쟁이 따로 없었다. 서로 좋은 포인트를 놓치지 않으려고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았으며 리포터들의 ‘공공의 적’ 사설안전경호요원(경호원)들과의 힘겨루기도 종종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날 사실 너무나도 편하게 취재에 임할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다름 아닌 경호원들의 협력 때문이다. 이미 지난 몇 년 동안 수없이 경호원들과 싸워온(?) 끝에 어느 정도 친분이 생긴 터다. 나는 제발 취재를 막지 말아달라고 당부했고 이에 경호원들은 취재진이 몰리지 않는 조용한 곳에 가면 어떻겠냐고 제안해 왔다. 그곳은 바로 레드카펫이 끝나는 지점인 엘리베이터 앞. 바깥공간과 완전히 차단돼 있는 밀폐공간이라 손쉽게 스타들의 인터뷰를 독점으로 따낼 수 있었다. 남몰래 이준기 강성연 등의 인터뷰를 어렵지 않게 따낸 쾌감과 스릴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 자리를 빌어서 전문용어로 ‘얍삽이’를 허락해준 경호원 여러분께 감사 말씀을 올린다.
시상식하면 뭐니 뭐니 해도 스타들의 의상이 단연 화제인데 이번에도 취재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날 대부분의 남자스타들은 블랙 수트, 또 여자스타들은 마치 ‘각선미 대결’이라도 펼치듯 미니스커트로 그 화려한 자태를 뽐냈다.
가장 많은 기대와 관심을 끈 주인공은 누가 뭐라 해도 ‘시상식 패션’의 일인자 김혜수. 드디어 그 자태를 드러낸 김혜수는 ‘역시나~’ 하는 감탄이 절로 터져나왔을 정도였다. 풍만한 가슴을 드러내는 럭셔리한 노출을 시도한 그녀. 그 모습이 결코 야해 보이지 않았음은 모두의 마음이었을 거다.
하지만 김혜수를 위협하는 차세대 ‘노출스타’들이 있었으니 바로 강성연 추자현 김옥빈 등이 그 주인공. 가슴 선이 깊게 파인 드레스를 선택한 이들은 취재진들의 셔터를 쉴 새 없게 만들었는데 그중에서도 추자현은 짧은 스커트를 자랑하던 중 바람까지 심하게 불어 마치 마릴린 먼로가 된 듯한 포즈를 보여주기도 했다. 추자현은 이날 신인여우상을 수상하는 기쁨까지 누렸다.
화제가 된 ‘스타들의 말말말’도 있다.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김수미는 이날 나이를 무색케 하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어 많은 화제가 됐는데 ‘왜 이렇게 꾸미고 왔느냐’는 내 질문에 “오늘 전도연 좀 어떻게 이겨보려 왔다”며 녹슬지 않은 유머감각을 자랑했다. 이 외에도 “남우주연상을 타고 싶은데 이제는 아무도 나를 써주지 않는다”며 볼멘소리를 하던 원로배우 남궁원, 또 수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천진난만한 미소를 보이며 “타고 싶어요”라고 말하던 국민배우 안성기, 또 “솔직히 배우라면 누구나 상이 타고 싶을 것”이라며 수상 욕심을 보인 이준기도 기억에 남는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일일이 소속사 식구들을 출석 부르듯 발표하던 예전과는 달리 짧고 간결한 수상 소감이 대세였다. 지난 시상식에서의 황정민의 “도연아, 너랑 연기하게 된 건 행운이었어”에 답하듯 여우주연상을 탄 전도연은 황정민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고, 남우주연상의 감우성 역시 “사랑해 여보”를 외치며 눈시울을 붉혔다.
스크린쿼터 축소로 위축되어 있는 상황 속에서 치러진 대종상 영화제. 앞으로도 많은 영화인들의 노력에 힘입어 권위 있는 시상식으로 계속 남아주길 바란다. 다만 몇몇 영화의 독주로 인해 ‘대종상’이 ‘대중상’이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닐지 생각해볼 문제다. 암튼 제43회 대종상 영화제 취재, 대성공이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