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랄 만한 환상의 캐스팅이다. 장학우, 장가휘, 장첸, 여문락, 왕학기, 고미화 등 홍콩 영화계를 대표하는 스타들에 지진희, 최시원, 윤진이 등 한국 스타들이 가세했다.
먼저 한국 배우에 대한 언급을 하겠다. 이들을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라고 단정 지을 순 없지만 중화권 최고의 한류 스타임엔 분명하다. 중화권에서 이들은 ‘<대장금>의 지진희’, ‘슈퍼주니어의 최시원’, 그리고 ‘<신사의 품격>의 윤진이’로 하나 같이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 배우들도 탄탄하다. 왕학기와 고미화 등 탄탄한 연기력의 중견 배우에 장학우와 장가휘가 주연 배우로 출연해 탄탄한 연기 내공을 선보인다. 여기에 장첸과 여문락 등 요즘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는 배우들이 가세했다. 러닝타임 119분에 홍콩 원제는 <赤道>, 영어 제목은 <Helios>다.
그런데 딱 여기까지다. 영화 자체를 논하자면 한숨부터 나온다. 러닝타임이 2시간가량 되는 영화를 끝까지 참고 보는 게 이만큼 힘들었던 영화가 또 있었나 싶을 정도로 기대 이하였다. 초반부 40여분은 그나마 긴장감이 유지되며 나름 볼만하다. 평소 홍콩 영화 마니아인 개인적 성향 때문일 수도 있지만 홍콩 영화에 한국 배우들이 출연한다는 부분도 참신하고 좋았다. 게다가 한국 배우는 한국어로 연기한다는 부분도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40분 정도의 초반부가 끝난 뒤 영화는 매우 난해해진다. 도무지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스토리를 따라가기 힘들 만큼 이야기가 산만해진다. 그러다 보니 긴장감이 떨어지며 이야기의 흐름이 축 늘어지고 만다. 괜히 영화의 스케일만 커지면서 홍콩 영화 본연의 매력까지 잃어버렸다. 반전이 등장하는 후반부 20분은 그럭저럭 볼만하다. 그렇지만 이미 중반부 60여 분에 지쳐버린 관객의 마음을 되돌리기엔 부족함이 크다.
지진희와 최시원, 그리고 김해숙과 이태란 등 한국 배우들의 모습은 다소 많이 실망스러웠다. 지진희와 김해숙, 이태란 등 연기력에선 충분한 검증을 거친 배우들이지만 이번 영화에선 전혀 다른 배우인 것처럼 실망스런 연기를 선보인다. 두 번의 공항 장면에 등장하는 한국의 여성 대통령 김해숙의 모습은 너무 진지해 오히려 웃음을 자아낸다. 지진희의 부인으로 출연한 이태란 역시 매우 애매했다. 그나마 윤진이만 어느 정도 괜찮아 보였다. 아무래도 지진희와 최시원, 김해숙, 이태란 등이 매우 전형적이고 틀에 박힌 캐릭터인 데 반해 그나마 윤진이만 생동감 있는 캐릭터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 줄거리
영화는 대한민국에서 개발한 핵무기가 도난당해 홍콩에서 암거래가 이뤄질 정황이 포착되면서 시작된다. DC8, 한국에서 개발한 휴대용 무기로 그 파괴력이 상상을 초월하는 핵무기다. 이를 ‘적도’라 불리는 불법 무기거래상이 한국에서 훔친 뒤 이를 홍콩에서 암거래를 하려 하고 있다.
이에 홍콩 당국은 한국에서 파견한 무기 전문가 최민호(지진희 분)와 국정원 요원 박우철(최시원 분)과 함께 무기 암거래를 막아 DC8을 회수하기 위한 작전에 돌입한다. 여기에 홍콩에 상주하던 요원 신미경(윤진이 분)이 가세한다. 신미경이 입수한 정보를 바탕으로 DC8 암거래 장소를 파악한 홍콩 경찰은 아쉽게 적도의 배달원들은 놓치지만 DC8은 무사히 회수한다.
여기까지가 초반부 40여분의 줄거리다. 이후 영화는 줄거리를 요약해서 설명하기도 힘들 만큼 산만하고 스케일만 방대한 이야기를 쏟아낸다. 영화 홍보사의 설명에 의하면 다음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중국의 특사 역시 발 빠르게 홍콩으로 파견되며 핵폭발 장치를 둘러싼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하게 된다. 정의가 아닌 국제 정세와 자국의 이익을 좇는 이들의 위험한 동맹과 핵폭발 장치를 노리는 전세계 테러리스트들이 홍콩으로 집결하며 사건은 점점 긴박하게 흘러가는데…’
얼추 중반부의 흐름이 이 줄거리처럼 진행되긴 하지만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하거나’ ‘점점 긴박하게 흘러가는 지’는 잘 모르겠다.
후반부 20분은 ‘적도’의 실체가 드러나며 그럭저럭 볼만하다. 다만 임무 수행에 실패하고 돌아온 최민호와 박우철을 공항까지 가서 영접하는 한국의 여성 대통령 김해숙의 모습은 상당히 난센스다. 결국 DC8을 되찾지 못하고 귀국한 이들을 보며 대통령이 울먹이며 “당신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는 장면에서 잠시 당황했을 정도다.
@ 배틀M이 추천 ‘초이스 기준’ : 중간에 멈출 수 있다면 클릭
<적도>는 제17회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인 <콜드워>를 만든 렁록만 감독과 써니 럭 감독이 공동 연출한 영화다. 지진희는 <적도> 기자시사회에서 “몇 년 전 부산영화제 개막작 <콜드워>를 봤는데 홍콩 느와르의 부활처럼 느껴졌다”며 “그래서 그 감독님이라면 무조건 출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콜드워>는 좋았다. 그런데 <적도>는 처음 40여분 정도만 그런 느와르의 느낌이 날 뿐이다. 따라서 초반부 40분만 보고 플레이를 멈춰 깔끔하게 뒷부분은 버릴 수 있는 이들이라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그렇지만 가급적 아예 보지 않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싶긴 하다.
@ 배틀M 추천 ‘다운로드 가격’ : 0 원
가급적 보지 않기를 권하는 영화를 두고 가격을 논할 순 없다. 언젠가 케이블 영화 채널에서 무료로 방영하면 초반부 40분 정도만 보고 채널을 돌릴 것을 권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