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룩 피치스(왼쪽)와 아리아나 스타. | ||
“오우~ 콜드, 베리 콜드!” 너무 빵빵한 냉방 탓인지 슬립 스타일의 얇은 셔츠 하나만 걸친 모델 두 명이 고개를 내저으며 침대 위를 뒹굴고 있었다. 하얀 침대 시트로 몸을 덮고 서로 밀착하고 있는 모델은 브룩 피치스와 아리아나 스타. 오랜 비행 시간으로 다소 피곤한 기색이었지만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취재진을 맞았다.
우선 이들의 직업이 정확히 뭔지를 물었다. 눈부신 금발의 브룩 피치스는 “모델로 활동하며 다양한 퍼포먼스를 벌여왔다. 호주 섹스포에 여러 차례 참가했는데 굳이 이름 붙이자면 에로스 엔터테이너”라고 말했다. 연예인은 연예인인데 에로틱한 연예인이란 뜻이 그럴 듯했다.
옆자리에 있던 아리아나 스타는 “이번에 온 게스트들마다 개성이 있는 쇼를 갖고 있다. 섹시한 댄스는 기본이고 성인들이 흥겹게 즐기고 환호할 수 있는 무대를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섹스포는 이미 알려진 것처럼 호주에서 10년째 열리고 있는 유명 성 박람회의 라이센스를 얻어와 열리게 된 행사.
호주 섹스포가 공식 후원을 맡아 게스트 역시 호주 현지 ‘에로스 엔터테이너’들이 주축을 이뤘다. 그렇다면 호주 섹스포의 분위기는 어떨까. 브룩 피치스는 “섹스 박람회는 비즈니스와 성교육이 결합된 이벤트”라면서 “호주 관람객들의 반응은 항상 열광적”이라고 말했다.
말이 나온 김에 서울 섹스포에 쏠린 가장 큰 관심 중 하나가 노출 수위라고 설명해줬다. 이 얘기에 이들은 “올(All)”이라고 외치며 웃음을 터트렸다.
분위기가 진정되자 아리아나 스타는 “한국이 노출에 민감하다는 얘기는 이미 들었다. 사실 호주 섹스포에선 전라 공연이 기본이다. 다만 서울 섹스포에서는 그렇게까지 하지 못했다. 우리 입장은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노출을 시도하는 것”이라 말했다.
용기를 내서 독자들에게 가슴을 공개해 줄 수 있느냐며 공격적으로 접근했다. 브룩 피치스가 잠시 멈칫하며 고민에 빠졌다. 옆에 있던 아리아나 스타가 “쇼우 미, 쇼우 미!”를 장난치듯 연호했다. 하지만 결국 그의 가슴을 완전히 볼 순 없었다. 주최 측과 상의해봐야 할 문제 같다며 그들은 유두를 제외하고 젖무덤을 최대한 보여주는 선에서 멈췄다. 서울 섹스포에 참가한 에로스 엔터테이너는 모두 열한 명. 여성이 아홉, 나머지 둘이 남성이다. 메인 모델로 인터뷰에 응한 브룩 피치스는 펜트하우스 모델, 아리아나 스타는 허슬러 모델로 활동했다.
▲ 지난달 29일 서울섹스에듀엑스포(섹스포)를 위해 방한한 외국인 모델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포르노가 불법이고 헤어 누드도 금지돼 있는 한국의 현실을 설명해 줬다. 한국 성문화의 현실에 대해 너무 막연하게 낙관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자 가만히 듣고 있던 아리아나 스타는 “잘 이해할 수 없지만 불행한 현실”이라면서도 “거듭 말하지만 섹스포는 포르노 행사가 아니다. 성인용품과 성교육 등 성문화 전반에 대한 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소 민감한 질문이었지만 과다 노출 의상과 선정적인 춤이 성교육과 무슨 상관성을 갖고 있느냐고 물었다. 너무 엉뚱한 질문이라는 표정을 짓던 아리아나 스타는 “긴장을 풀라”고 조언했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이들을 경계했고 주최사는 이에 긴장했다. 서울 섹스포 주최 측이 외국인 에로스 엔터테이너가 참여하는 이벤트 일체를 전면 취소한 것. 스트립쇼를 비롯한 다양한 이벤트를 기대하고 서울 섹스포를 찾은 관람객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행사는 첫날부터 파행을 거듭했다. 인터뷰 내내 한국 최초의 섹스포에 참가하는 데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던 이들 역시 아쉬움만 간직한 채 호주로 돌아가야 했다.
이명구 스포츠서울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