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6일 박근혜 대통령과 만난 원유철 신임 원내대표의 포부다. 여의도에선 ‘코피 투혼’으로 불리며 하루 종일 회자됐다. 원 원내대표는 “대통령님 잘 모시고 새누리당 미래와 박근혜 정부 성공을 위해서 잘하자. 그런 다짐 하겠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도 원 원내대표에게 “어떻게 말씀을 그렇게 잘하십니까”라며 환하게 웃었다. 얼어붙었던 당·청 관계에 모처럼 훈훈한 기운이 감돌았던 장면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원유철 신임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그보다 앞선 7월 14일 현기환 신임 정무수석이 원 원내대표 선출 한 시간 만에 박 대통령 축하난을 들고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을 찾은 것도 해빙 기류를 엿볼 수 있는 모습이다. 원 원내대표는 현 수석과 면담이 끝난 후 축하난을 공개하면서 “청와대 안에서 직접 기르는 난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경우 선출 다음날인 2월 3일, 그것도 수석이 아닌 정무비서관이 축하난을 전달한 바 있다.
이처럼 청와대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원 원내대표지만 정작 당 내에선 비아냥거림도 나오고 있다. 한 비박계 의원은 “그동안 청와대와는 다소 거리를 뒀던 원 원내대표 아니었느냐. 원내대표가 되자마자 어떻게 저리 변했는지 깜짝 놀랐다”고 꼬집었다. 친박계 의원조차 “자신과 러닝메이트였던 유 전 원내대표와 함께 물러나지는 못할망정 초반부터 ‘박비어천가’를 부르는 것은 조금 보기가 안 좋다”고 말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원 원내대표는 정책위의장 시절 유 전 원내대표와 함께 박근혜 정부의 여러 정책에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원 원내대표가 “증세 없는 복지를 믿는 국민이 별로 없다”면서 “정직하게 국민 앞에 털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것이다. 그러나 원 원내대표는 7월 15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지금 국민들 삶이 어려운데 세금 올리는 것부터 얘기해서 되겠습니까. 그건 나중에 저희가 최종적으로, 마지막 수단으로 검토해야 될 사안”이라며 말을 바꿨다.
당·청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도 정책위의장 시절과는 차이가 있다. 원 원내대표는 지난 2월 4일 “정책에 있어서 당이 주도적으로 역할을 하겠다. 정부나 청와대보다 민심을 우리가 잘 읽기 때문”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그랬던 원 원내대표가 취임 후엔 ‘당·정·청은 삼위일체’라며 청와대와의 긴밀한 협력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앞서의 비박계 의원은 “씁쓸하다. 대통령 말 한 마디에 원내대표가 날아 간 현실을 반영하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