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량을 절반 이상 채운 최태원 SK 회장이 특별사면을 받을 수 있을지에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왼쪽 작은 사진은 집행유예 중인 김승연 한화 회장과 재판이 끝나지 않아 특사 대상에 포함될 수 없는 이재현 CJ 회장. 일요신문DB
특별사면을 기다리는 기업들의 표정은 각양각색이다. 우선 이번 특사 대상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SK그룹은 “총수 부재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사면에 꼭 포함될 수 있길 바란다”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재 SK그룹은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모두 횡령혐의로 각각 징역 4년, 징역 3년 6월을 선고받고 수감 생활 중이다.
최 회장은 2013년 1월부터 지금까지 2년 6개월가량을 복역 중인데 이는 기업 총수들 가운데 최장기 기록이다. 총수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SK그룹은 지난 2년여 동안 매출 21%가 감소하는 경영난을 겪었다. 만약 이번 특사에 최 회장이 포함되지 않을 경우 2017년 1월까지 ‘총수 공백’이라는 리스크를 안고 가야 하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지난 2003년 변칙증여와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후 2008년 광복절 특사로 사면된 경력이 있어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두 사람 모두 가석방 조건인 형량의 3분의 1을 넘어 절반 이상을 채운 데다 최 회장 형제에게만 가혹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아 특사에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그룹도 집행유예 상태인 김승연 회장의 ‘완벽 복귀’를 위해 특별사면을 기대하고 있다. 배임혐의로 법정에 섰던 김 회장은 지난해 2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돼 석방됐다. 그는 복귀하자마자 그해 11월 삼성과 빅딜을 성사시키고 최근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까지 따내며 한화그룹을 재계순위 9위로 끌어올렸다.
김 회장 특유의 승부사 기질이 통했다는 후문인데 문제는 그의 복귀가 아직까지 완전한 상태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화는 방위산업 전문 업체로 법 규정상 금고 이상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람은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날로부터 1년이 지나지 않으면 제조업자가 될 수 없다. 때문에 김 회장은 등기이사직에서는 물러나 그룹 회장직만 가지고 있어 반쪽짜리 복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특별사면이 간절하다.
SK그룹처럼 형제가 나란히 복역 중인 LIG그룹 역시 특별사면 대상으로 거론돼 예의주시하고 있다.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과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은 지난 2012년 사기성 기업어음을 발행해 부도 처리한 혐의로 기소돼 각각 징역 4년,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구자원 LIG그룹 회장도 아들들과 함께 재판을 받았지만 지난해 2월 항소심에서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당시 두 형제는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투자자들의 돈을 끌어 모아 부도 위기인 LIG건설 명의로 2150억 원 상당의 기업어음을 발행해 700여 명에 달하는 피해자를 발생시켰다. 때문에 이들의 특별사면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지만 이미 형의 절반 이상을 채우는 등 기본 조건을 충족시킨 상태라 특사 포함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한편 형이 확정되지 않은 경제인들은 갑작스러운 특별사면 소식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현재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과 그의 아들 조현준 사장,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등이 유무죄를 가리기 위해 재판 중이다.
그중 CJ그룹의 이재현 회장이 대표적인데 그는 1600억 원대 조세포탈과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4년을, 2심에서는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현재는 건강상의 이유로 구속집행정지상태에서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때문에 이 회장이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되려면 상고를 취하하거나 특사 발표 전 형이 확정지어져야 한다. 하지만 CJ그룹 측은 “상고 포기를 검토하지 않고 있으며 재판에 충실히 임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특별사면을 코앞에 두고 상고를 포기할 경우 비난여론이 일 수도 있다. 또 형이 확정된다고 해서 특사에 포함되리란 확신도 없어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이 회장으로서는 과감히 움직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번 정권에서 경제인 특사는 거의 마지막이라고 보는데 이 회장 입장으로서는 시기가 참 좋지 않다”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