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안철수 의원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불법 해킹 프로그램 시연 및 악성코드 감염검사’에서 해킹되는 자신의 스마트 폰을 보여주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해킹팀 사건이 점차 이슈화되면서 새정치민주연합도 해킹 프로그램 진상조사를 위한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를 꾸려 안철수 전 대표가 위원장직을 맡았다. 위원회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새정치연합은 국정원이 구매한 감청장비로 국민을 감청했을 가능성이 크며 이는 국민 인권의 심각한 위협이라는 입장을 내세웠다.
새정치연합은 지난해 7월 해킹팀이 감염시킨 떡볶이집 추천글을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들었다. 국정원이 말 그대로 ‘대북감시용’이나 북한 공작원을 대상으로 했다면 일반인이나 관심 가질만한 맛집 블로그를 미끼 사이트로 만들었겠냐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국정원의 ‘연구용이었다’는 해명에 대해서도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이나 쓰는 스미싱 수법으로 무슨 연구를 했다는 것인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가 꾸려지고 첫 언론과의 대면도 ‘국정원 불법 해킹 프로그램 시연 및 악성코드 감염검사’인 점도 의미가 있다. 이 자리에서 안 위원장은 문재인 당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의 휴대전화에 악성코드가 심어져 있는지를 검사했다. 사실상 국정원이 특정 정치인, 특정 정당을 사찰한 것 아니냐는 공세를 이어간 것이다. 이날 문 대표와 이 원내대표의 휴대전화를 검사하고 악성코드가 발견되진 않은 뒤 문 대표가 “지금의 검사가 악성코드가 과거에 있었는지도 알 수 있냐”는 질문에서 새정치연합의 의구심이 잘 나타났다.
해킹팀 이슈를 <미스핏츠>를 통해 국내에 사실상 처음 제기한 이준행 프로그래머도 국내대상 사찰을 시도한 정황이 모두 터져 나왔다며 여당의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프로그래머는 “국정원이 정말 북한정보수집 차원에서 해킹팀과 거래를 했다면 북한의 ‘붉은별OS’나 ‘고려링크 스마트폰’에 대응해야 했다”며 “허나 iOS와 안드로이드 해킹에 이어 카카오톡 감청과 안랩 V3 탐지회피를 의뢰했고 천안함 관련 문의로 감염시키려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국정원의 이 같은 강경한 방침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17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민간인 사찰 의혹을 일축하며 “(국정원 해킹 의혹이) 정쟁 거리가 될 일인가”라며 “국가 안위를 위해서 해킹할 필요가 있으면 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야당의 국정원 해킹 의혹에 대해 국익이나 안보를 생각하지 않는 정치공세라고 비판한 것이다. 전직 국정원 고위관계자도 이 같은 입장을 같이 했다. 이 관계자는 “전 세계 어느 나라든 도청이나 감청 안하는 나라가 있겠느냐”면서 “국정원이 도·감청 안하면 정보를 어디서 얻느냐”라고 반박했다. 최근 국정원에서는 해킹팀 이슈 때문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며 정보수집이 어려워졌다는 국정원 분위기도 전했다.
해킹팀 사건이 국민 인권이라는 새정치연합의 주장과 국가 안보적 차원이라는 새누리당의 입장이 팽팽한 가운데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실제적 증거가 가장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지금 상황에서는 더 큰 이슈가 되기 힘들 것으로 본다”며 “일반 국민이나, 특정한 정치인을 감청했다는 것이 드러나야 폭발력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증거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 위원장도 이 같은 생각을 첫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 있다. 안 위원장은 “알려져 있기로는 해킹팀에서 만든 프로그램이 원격으로 삭제가 가능하다”며 “처음 삭제된 상태에서 시간이 경과할수록 다른 파일로 덮어 씌워져 증거를 찾기가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해킹팀 논란이 예상보다 폭발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탈당설 와중에 야심차게 위원장직을 수락한 안철수 의원의 모양새가 빠질 가능성도 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해킹팀이 미모 극찬한 H 씨 누구? 그녀는 뭔가 알고 있다 지난 6일 유출된 해킹팀 자료에는 소프트웨어 소스코드를 포함해서 직원의 개인정보나 퇴직 직원들의 사직서 내용과 연봉수준, 성과급 같은 민감한 인사정보까지 담겨져 있었다. 국내 언론들도 전부 달려들어 해킹팀 이메일 내용 등을 분석하고 있지만 400기가바이트를 넘는 방대한 자료양이 중요한 단서를 찾기 힘들게 하고 있다. 반면 거의 모든 자료가 유출된 만큼 사적인 대화까지도 발견할 수 있다. 이 중에서는 출장 온 해킹팀 직원이 만난 한국여자에게 보내는 일종의 ‘러브레터’도 발견할 수 있었다. 해킹팀 직원인 알렉스가 한국의 H 씨라는 사람에게 보낸 메시지가 그렇다. 여기에는 ‘너는 정말 예쁘다’ 등의 사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다. 메일 내용에 비춰봤을 때 만약 H 씨를 찾게 되면 의외의 정보를 얻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킹팀 직원인 알렉스가 한국으로 업무상 출장 온 만큼 국정원 직원이나 중개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알려져 있는 나나테크 직원이 술자리에 동석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중요한 사람이 동석하지 않았을지라도 H 씨는 최소한 해킹팀 직원인 알렉스에 대해서 알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요신문>은 직접 H 씨에게 통화를 시도해 당시 상황을 물었다. 하지만 H 씨는 “대답할 수 없다. 끊겠다”라고만 말하며 통화에 응하지 않았다. [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