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상지대학교에서 김문기 전 총장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 모습(왼쪽)과 설립자실이 표시돼 있는 게시판. 김문기 전 총장은 해임 이후 설립자실로 출근을 계속하고 있다. 사진출처=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 정대화 교수 페이스북
지난 4월 <일요신문>(1197호)이 ‘김문기 총장 버티기 막후’ 제하 기사를 통해 보도했듯 김문기 전 총장은 지난 4월 교내 인트라넷에 “저는 상지대학교의 생존과 발전이라는 목표를 위해 나머지 인생을 모두 바쳐 매진할 것입니다. 민주를 가장하여 사심을 채우기 위하여 또 다시 대학의 경영권을 탈취하고자 하는 세력의 시도는 바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상지대 총장에서 물러날 뜻이 전혀 없다는 뜻을 밝혔다.
그랬던 그가 정직 2개월의 징계 기간 중에 돌연 해임됐다. 상지학원은 지난 9일 이사회를 열고 이사 8명 가운데 7명이 김 총장 해임에 찬성해 김 총장 해임안을 의결했다. 동시에 상지학원은 김문기 전 총장 비판세력인 교수협의회 전·현직 대표 공제욱·방정균·박병섭 교수 3명을 해임했다. 이어 상지학원은 이 결과를 지난 13일 교육부에 공식 보고했다.
이에 앞서 교육부는 지난 3월 10일 김 전 총장이 학생 결손 수업 보충을 소홀히 하고 직원을 부당 채용하는 등의 부당 행위를 주도했다는 내용의, 상지대 특별종합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상지학원에 김 총장 해임을 요구했지만 상지학원은 이를 거부하고 김 총장에게 정직 1개월 처분을 내렸다. 재심의 요구에도 상지학원이 김 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 징계를 내리자 교육부는 지난 6월 23일 계고장을 보내 7월 15일까지 해임 요구를 이행하지 않으면 청문 등을 거쳐 이사를 해임하고 임시이사를 파견하겠다고 경고했다.
김문기 전 총장
상지대비대위 공동위원장인 정대화 교수(교양학부)는 <일요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이사회가 김문기 씨 해임에 고의로 절차상 하자를 만들어 김 씨가 절차상 하자를 주장하며 교원소청심사 청구, 총장 해임 처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제기할 수 있는 길을 터 줬다”고 주장했다.
김 전 총장에 대한 ‘위장 해임’ 논란이 커지자 국회가 다시 나섰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보좌관들이 지난 16일 교육부 사립학교제도과 공무원들을 국회로 불러 김 총장 해임에 대한 입장과 향후 조치 계획을 보고받은 것.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관계자는 “교문위 보좌관들 차원에서 교육부에 김 전 총장 위장 해임 논란과 관련해 물어봤더니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그것에 대한 근거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 그래서 상지대비대위도 그렇고 국회도 그렇고 (김 전 총장이) 나중에 소송에 갔을 때 잘못될 수 있지 않느냐는 우려를 제기했더니 법률자문을 받아 보겠다고 한 것이다”며 “교육부는 법률자문 후에 그것을 바탕으로 종합적으로 판단을 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고, 비대위 측에도 별도로 법률자문을 받아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김 전 총장이 이미 같은 사안으로 징계위원회를 거쳐 징계중이기 때문에 이 건에 대해 징계위를 다시 여는 것이 오히려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법률 자문을 받아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 사립대학제도과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다른 징계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징계위를 거치는 것이 오히려 절차상 하자일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면서도 “하지만 사립학교법 조문 자체가 해석의 여지가 상당해 법률적 검토를 받아 봐야겠다. 사립학교법 제53조(학교의 장의 임면) 2항에 따라 총장 직위 해제를 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례는 없고 교원소청심사위원회 판례만 있는 상황인데 지금 건과는 경우가 다르다. 법조항에 대해 논란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총장 해임) 이행 여부를 확정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사립학교법 제53조 2항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학교법인이 대학교육기관의 장을 임기 중에 해임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이사정수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에 의한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라고 돼 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관계자는 “대학의 총장을 해임하기 위해서는 징계위원회는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의무사항이다. 사립학교법 61조와 66조가 이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사안별로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판단은 구체적인 사안을 보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요신문>은 상지대 측에 김 전 총장 위장 해임 논란과 관련해 입장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남겼으나 답변이 없었다.
한편 김문기 전 총장은 해임 직후 교내에 ‘설립자실’을 만들어 출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대화 교수는 “애초 총장실이라는 공간은 총장실, 부총장실, 접견실, 그리고 공동의 비서실이 있었는데 김 씨가 해임 직후 기존의 총장실 공간을 설립자실로 바꿔 출근을 시작했다. 또한 기존의 접견실을 총장실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