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홀릭베이비’, ‘82쿡’, ‘레몬테라스’ 등 유명 주부 커뮤니티는 온라인 파워가 막강하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카페 랭킹에는 5위 안에 주부 커뮤니티 두 개가 올라와 있다. 맘스홀릭은 가입자가 234만 5800여 명에 이르고, 레몬테라스는 280만 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는 ‘메가 카페’다. 이들 카페에 리뷰가 안 좋게 올라오기라도 할라치면 해당 업체는 직격탄을 맞는다. 3040 주부들이 주이용 층이며 예비 신부들이 결혼준비를 위해 들르는 필수코스이기도 하다.
육아, 결혼, 살림 전반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커뮤니티지만 자유게시판은 결혼생활 속풀이를 위한 공간이다. 이해가 안 가는 남편이나 시댁과 관련한 고민상담을 올리고 그에 대한 해결책이나 공감을 구한다. 간혹 분한 마음에 “시모가 죽었으면 좋겠다”, “남편이란 인간이 참 쓰레기 같다”는 등의 원색적인 표현이 올라오기도 한다. 글을 올린 지 불과 몇 분 만에 댓글은 수십 개가 달린다. 평소 주부 커뮤니티를 자주 이용한다는 신 아무개 씨(30)는 “가끔은 남편보다 더 위로가 된다. 아이를 돌보느라 집에만 있어 외롭기도 한데 내 글에 달리는 반응을 보면서 위안을 삼는다”고 설명했다.
원색적인 뒷담화가 오가는 공간이다 보니 무엇보다 ‘보안’에 신경을 쓴다. 최근 “그간 시어머니 욕 해둔 글을 신랑에게 들켰다”는 한 이용자의 글이 올라왔다. 이 이용자는 “남편이 아무렇지 않은 척 컴퓨터를 하며 ‘근데 여기에 우리 엄마 욕은 왜 그렇게 해놨어?’라고 물어 등골이 서늘해졌다”고 말했다. 이에 다른 이들도 댓글로 공감을 표하며 “남편과는 숨기는 게 없지만 딱 한 가지 비밀이 바로 이곳 닉네임이다”고 털어놨다. 간혹 이런 ‘사고’로 이혼 위기까지 내몰렸다는 경험담이 올라오기도 한다. 또 다른 이용자는 “시댁 뒷담화를 본 남편과 크게 싸운 후로 ‘세컨드 아이디’를 쓴다”고 비법을 전수했다.
해결법을 구하기 위해 올린 글 때문에 부부관계가 더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 커뮤니티 활동을 정리했다는 예비신부 유 아무개 씨(27)는 “예비 신랑과의 사소한 문제를 올렸더니 ‘헤어져라’, ‘결혼 다시 생각해라’는 등의 극단적 댓글이 많이 달려 당황한 적이 있다”며 “댓글을 보며 별것 아닌 일에 남자친구 탓을 심하게 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지금은 가끔 정보가 필요할 때 ‘눈팅’만 하는 정도다”고 말했다.
실제 남편의 행동에 대한 고민을 올린 게시글에는 “저라면 같이 못 살아요”, “이혼하세요”라는 등의 극단적인 댓글이 올라온다. 또 “용기를 얻어 이혼 소송 진행 중이다”, “이혼 변호사를 추천해 달라”는 등 이혼 관련 글도 적지 않다. 서울가정문제상담소 김미영 소장은 “전업주부는 사회적 시선에 대한 부담으로 자존감이 떨어져 있는 상태인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고민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나 댓글이 달리면 이성적인 판단이 어려워 불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주부 커뮤니티의 또 다른 특징은 ‘죽순이’들이 많다는 점이다. 실시간으로 게시글이 올라오고 내부에 있는 채팅방은 상시 개설이다. 채팅방에서 인터뷰에 응한 한 이용자는 “칫솔 한 개, 분유 한 통을 사더라도 이곳에 물어보고 산다. 정보가 많아 좋긴 한데 너무 의존적이 돼가는 것 같아 가끔은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댓글이 달리지 않으면 불안해 하루 종일 들여다보고 있다. 방문횟수를 찾아보니 3년 만에 1만 4000번을 찍었더라”고 답했다.
김미영 소장은 “시댁, 남편 욕을 하면 잠깐은 시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만 모이다 보니 현명하지 못한 문제해결 방법이 도출되는 경우도 있다”며 “가족마다 각자 사정과 배경이 다르므로 ‘익명의 조언자’의 해결책에 의존하기보다는, 당장 힘들더라도 가족과의 면대면 소통을 통해 가정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서윤심 기자 hear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