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사람들은 갈라서고 임기가 끝난 이장은 주민들로부터 불신임을 당했음에도 이장을 더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동계올림픽경기장 건설 현장(위)과 폭력사건 규탄대회 모습.
주민 간에 고소 고발이 이어지고 이장이 공석임에도 업체는 주민들의 동의를 빙자해 공사를 강행했다. 전임 이장에게는 공사장 식당 운영권이 주어졌다.
마을 주민들이 새로이 이장을 선출하고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잘못된 일을 바로 잡으려 하자 폭력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0일 새벽 2시 40분 비상대책위원 박 아무개 씨의 집에 공사업체의 민원과장인 김 아무개 씨가 신발을 신은 채 들어가 폭행한 것이다.
피해자인 박 씨는 경찰 조사에서 “잠을 자고 있는데 김 씨가 들어와 ‘깡패를 동원해 끌어 묻겠다’며 자신을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박 씨는 3주 진단을 받았다.
마을 주민들의 이주 대책도 미온적이다. 근처에 부지를 마련해 기반 시설을 갖춰 주겠다고 하지만 공사는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추위가 찾아 오기 전인 11월에는 주택건축을 마쳐야 하는데 현재 상태라면 불가능하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11세대의 세입자들은 이주지 도 정해지지 않았다. 여름이 지나 철거가 시작되면 마을을 떠나야 할 처지다.
강 씨는 “동계올림픽경기장 관련 공사로 마을이 공중분해된 것이다. 수백 년을 이어온 마을의 문화와 전통은 공사장의 폐자재 취급을 당하고, 이권을 매개로 주민들을 갈라서게 하더니 끝내 뿔뿔이 흩어지게 만든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공사장 입구에는 증식초본류 이식장이 만들어져 있다. 활강 경기장 공사장에서 옮겨온 초본류라고 하는데 밧줄을 둘러친 이곳에는 무엇을 옮겨 심었는지 잡초만 무성하다.
이 마을에 시집와서 80평생을 산 나연자 씨도 중장비에 파여 나가는 중봉의 오래된 나무와 자생식물들처럼 자신도 어디론가 떠나야할 시기가 됐다. 빈집들이 늘어나고 이웃집들이 헐려나가고 있다. 경기장이 완성되면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하는 기대마져도 멀어지고 있다.
나 씨는 “이사 갈 데도 정해지지도 않았고 모아둔 재산도 없다. 무엇보다 마을 사람들과 헤어져야 하는 게 가슴이 아프다”며 안타까워했다.
최원석 기자 ilyo0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