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나를 돌아봐>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김수미의 발언으로 가수 조영남이 돌연 퇴장해 논란이 일었다.
<나를 돌아봐>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상대방의 마음으로 헤아리며 나의 삶을 돌아보는 취지로 기획된 ‘역지사지 예능’이다. 하지만 이날 벌어진 상황은 프로그램의 의도와 정반대로 가면서 제작진은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이경규 등의 회유로 조영남은 다시 <나를 돌아봐>에 출연할 뜻을 밝혔다고 알려졌으나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이 과연 진정성을 느낄지는 미지수다.
이날 김수미는 제작발표회가 진행되는 내내 심기가 불편해보였다. 그 저변에는 방송인 장동민의 하차가 있다. 두 사람은 <나를 돌아봐>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호흡을 맞춰 호평을 받았으나 정규 편성되며 장동민이 하차하고 박명수가 대체 투입됐다.
이날 김수미는 “나만 매니저가 바뀌었다. 그래서 조금 심난하다”며 “박명수가 장동민 대신에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인터넷 기사가 올라왔는데, 거기에 ‘김수미, 네가 박명수와 같은 고향이라고 꽂았냐? 전라도끼리 잘 해먹어라’ 이런 댓글이어서 정말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위로 직접 머리를 잘랐다”며 “(장)동민아 석 달 후에 돌아와라”고 덧붙였다.
결국 이번 일의 발단은 장동민의 하차였고, 장동민을 하차로 몰고 간 상황에 대한 김수미의 항의의 표시였던 셈이다.
이날 현장에 있던 한 방송 관계자는 “김수미 장동민 콤비가 좋은 반응을 얻었기 때문에 김수미를 비롯해 장동민의 하차에 갸우뚱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며 “논란을 통해 <나를 돌아봐>가 대중에게 더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과연 프로그램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한편 이 사태는 김수미의 하차로 이어졌다. 김수미는 한 매체를 통해 <나를 돌아봐>에서 하차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다시 한번 자신을 돌아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나를 돌아봐> 못지않게 ‘뜨거운 감자’는 케이블채널 Mnet <쇼미더머니 4>다. 힙합 열풍과 함께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참가자인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그룹 위너의 멤버 송민호의 랩가사 때문에 구설에 올랐다.
여성 비하 랩으로 비난을 받은 송민호.
송민호는 10일 방송된 <쇼미더머니 4>에서 “민호 딸내미 저격.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라는 랩을 해 여성을 비하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분노한 네티즌에 이어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송민호와 제작진이 사과하는 것으로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쇼미더머니 4>에 참가했던 또 다른 참가자는 “넌 속사정하지만 또 콘돔 없이 때를 기다리고 있는 여자 난자같이”는 랩을 하기도 했고, ‘일베’ 참가자 논란, 표절 논란 등이 불거지며 끊임없이 지탄을 받고 있다.
이는 힙합의 문화인 ‘디스’(디스리스펙트의 준말)를 잘못 해석한 것이란 지적이 많다. 상대방을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것이 힙합의 문화라 해도,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지 않고 듣는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면 실패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제작진의 행태 역시 도마에 올랐다. 송민호의 랩은 여과 없이 노출됐을 때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제작진이 충분히 판단할 수 있었다. 제작진은 몇몇 욕설 가사에는 ‘삐’라는 비프음을 넣어 필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결국은 논란을 통해 노이즈 마케팅을 노린 것이란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다.
한 지상파 예능국 PD는 “<쇼미더머니 4>를 비롯해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를 둘러싼 ‘악마의 편집’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며 “논란이 화제를 불러오며 프로그램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당사자들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부분을 지켜줄 것이란 제작진에 대한 믿음이 없어진다면 출연진은 더욱 몸을 사리고, 결과적으로 프로그램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맹모닝’ 샌드위치로 논란을 빚은 맹기용 셰프의 방송 화면 캡처.
셰프테이너 전성시대를 선도하고 있는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역시 논란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예능이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맹기용 셰프가 만든 일명 ‘맹모닝’은 엄청난 논란을 가져왔다. 꽁치를 넣어 만든 그의 샌드위치에 대한 호불호는 갈릴 수 있다. 정작 네티즌이 문제를 삼은 것은 맹기용 셰프의 이력이다. 수십 년간 요식업에 종사하며 셰프라는 칭호를 얻은 다른 출연자와 달리 맹기용 셰프는 잘생긴 외모와 탄탄한 스펙 덕분에 젊은 나이에 이 같은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는 대중의 가시 돋친 시선이 그를 나락으로 빠뜨렸다.
반면 맹기용 셰프에 대한 비난은 “과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이 같은 결과를 만든 과정 중 제작진의 배려가 부족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다. 좀 더 사려 깊은 편집을 했다면 맹기용 셰프를 향한 대중의 질타가 지금처럼 거세지는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방송을 통해 시청자가 바라보는 프로그램은 1시간 안팎. 하지만 녹화는 통상 5시간 이상 진행된다. 시청자가 알지 못하는 ‘그들만의 세상’과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다. 이것을 대중에게 공개할지 여부는 편집권을 쥔 제작진이 결정한다.
한 외주제작사 대표는 “솔직히 말해, 논란을 위한 논란을 만들 때도 있다. 무색무취한 것보다는 일단 시청자들이 보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면서도 “하지만 논란에 대한 책임을 누군가는 져야 하는데, 스타에게 그 화살이 돌아갈 때가 많기 때문에 노이즈 마케팅을 이용하고 싶을 때는 더욱 신중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