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측이 이미 지나간 일이라 생각한 것 역시 비슷한 상황에서 이해가 된다. 당시 촬영에서 분명한 충돌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자를 보낸 것이 사실이라면 B 역시 성추행은 인정하지 않았을지라도 과도한 애드리브 연기에 대해선 사과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게 사과는 이뤄졌고 A도 받아들였다. 여기서 상황이 종료됐다면 경찰 수사까지 상황이 확대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A는 이후 제작진의 권유로 B를 다시 만났으며 전화 통화를 하기도 했지만 상처만 더 깊어졌다고 말한다. A는 B가 사과하러 온 것이라 여겼지만 사과 대신 자신의 주장만 되풀이하는 B의 태도에 더 상처를 받았다고. A는 “그날 이후의 만남과 전화 통화로 더 상처를 받았는데 영화 촬영이 거의 끝날 무렵 회식 자리에 와서 제작진과 언쟁을 벌이는 B 씨의 모습을 보고 수사 의뢰를 결심했어요”라고 말한다. 그렇게 지난 5월 경찰 신고가 이뤄졌다.
이 부분에선 오해의 여지가 존재한다. A는 B가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고 영화에서 하차하길 바랐다. 더 이상 연기 호흡을 맞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해당 촬영 이후 어느 정도의 사과가 이뤄졌고 하차도 결정됐다. 그렇지만 이후 B의 행보를 하차 거부로 느낀 A는 그가 성추행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였고 결국 경찰 수사까지 의뢰하게 됐다.
그날 이후의 만남과 전화 통화는 B가 하차를 거부해서일 수도 있지만 제작진이 두 배우를 화해하도록 배려하다가 일이 더 꼬여버린 것일 수도 있다. B 역시 하차하는 것으로 당시 일을 마무리하려 했을 수 있다. 그런데 거듭된 제작진의 화해 권유가 오히려 두 배우 사이의 골이 더 깊어지게 만들었을 수도 있는 것. 만약 이런 상황이라면 호의에서 시작된 제작진의 노력이 오해의 빌미가 된 것일 수도 있다.
당시 촬영에서 벌어진 일이 격한 애드리브였는지, 성추행인지에 대한 결정은 이제 수사기관과 법원의 몫이 됐다. 그렇지만 두 배우 사이 뭔가 오해가 존재한다면 화해할 수 있는 가능성도 남아 있는 게 아닌가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