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전 새누리당 의원이 상임위 시절 피감기관이었던 농협의 미분양 아파트 분양권을 따내자 특혜설이 나오고 있다.
H 아파트는 농협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대출해준 자금을 해당 업체가 부도가 나면서 받지 못하게 되자 대신 미분양 아파트를 채권으로 보유해 둔 것이다. 농협은 담보로 보유한 미분양 아파트를 분양해 손실을 보전하려고 한 것이다. 비공개입찰은 S 회계법인이 주관해 제안요청서를 받아 평가하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S 회계법인이 배포한 분양대행용역 제안요청서에 따르면 참가자격은 2가지다. 첫 번째가 당사로부터 본 제안요청서를 이메일로 직접 수령한 자, 두 번째가 과거 3년간 아파트 사업장 분양대행용역 수행실적이 있는 자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B 업체는 지난 2013년 8월 설립돼 지난해 P 아파트를 분양한 실적이 있어 참가자격은 갖춘 셈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농협의 미분양 아파트 처리과정 전체에 의문을 표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농협이 손실을 보전하려는 목적이었다면 공개 입찰을 했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손실 보전이 목적이라면 11명만을 대상으로 한 비공개 입찰보다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공개 입찰이 당연히 더 좋은 제안을 받을 수 있어 손실을 더 많이 보전할 수 있지 않겠나”라면서 “더군다나 일반적으로 이런 미분양 아파트 채권은 주채권은행이 분양업체를 선정하기보다는 매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또한 회계법인이 매각 주관이 아닌 분양 주관을 맡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지난 6월 중순 B 업체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곧바로 뒷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입찰에 참가한 또 다른 업체 대표도 “다른 곳이면 몰라도 B 업체가 됐다는 것은 절대 말이 안 된다”며 “업력도 길지 않고 그동안의 실적도 없는데 B 업체가 선정됐다는 것은 김성수 전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로 있기 때문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한 업체 대표 C 씨도 이의제기 공문을 농협을 포함한 주관사, 신탁사 등 분양대행사 선정 관계 업체 모두에 보냈다. 이 업체 대표는 자신들이 낸 제안 내용이 B 업체보다 좋을뿐더러 과거 실적과 업력도 B 업체보다 객관적으로 더 뛰어나다고 주장했다. 이 업체가 보낸 공문을 보면 “우선협상대상자인 B 업체가 시장에 제시한 할인율 및 수수료 등을 볼 때 당사가 배제된 이유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B 업체 박 아무개 전무는 <일요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업계에서 나도는 모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박 전무는 B 업체가 선정된 이유는 B 업체가 제시한 조건과 과거 P 아파트의 분양 실적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무는 “P 아파트 분양을 할 때 끝까지 책임을 지는 모습이 실적으로 인식됐다. 제시한 조건은 만약 분양을 전부 못 할 때는 모든 아파트를 전부 떠안겠다는 조건이 할인율이나 수수료보다 중요하게 작용한 것 같다”며 “만약 101채 중에서 2채만 못 팔아도 손해라고 봐야 한다. 다른 업체에서 이 조건을 알면 의혹을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박 전무는 “어떤 입찰이라도 업체가 선정되면 떨어진 업체에서는 의혹을 제기하고 시끄럽기 마련이다”라고 덧붙였다.
농협중앙회 건물.
농협 관계자도 이 같은 의혹에 대해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밝혔다. 농협의 이번 분양대행의 실무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분양대행사 선정에 회계법인까지 세웠는데 이런 의혹은 터무니없다”며 “모든 일은 공정하게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업을 총괄했던 농협 담당자는 <일요신문>의 전화에서 “바쁘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후 지속적인 통화 시도에도 연결이 되지 않았다.
B 업체의 이 같은 해명에도 업계의 의혹은 여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B 업체가 주장한 P 아파트 실적도 박 전무가 주장한 바와 다르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B 업체와 분양계약을 맺었던 P 아파트 관계자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분양 계약을 맺고 아파트 몇 채 팔지도 못한 B 업체가 끝까지 책임을 졌다는 말을 이해할 수 없다”며 “솔직히 말해서 B 업체가 도움을 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분양업계에서 못 팔면 떠안겠다는 제안이 가끔 나오지만 강제성도 없고, 떠안았던 전례도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의 업계관계자 A 씨는 “김성수 전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로 있는 B 업체가 농협의 계약을 따냈다. 그런데 김 전 의원은 의원 활동 시절 상임위가 농림수산식품위원회로 농협이 피감기관이었다”며 “공무원들도 관련 기관 취업이 제한되는 마당에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평생 해본 적도 없는 분양회사를 차려 피감기관이었던 농협의 계약을 따냈다는 것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지라도 도덕적으로는 지탄받을 일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대표 D 씨도 최근 업계에 나도는 B 업체의 의혹에 대해 소개했다. 이 업체 대표는 “업계에서는 B 업체 관계자들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친하다고 과시했다는 이야기에다 농협 고위급 윗선과 닿아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 전 의원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이 같은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국회의원일 때 농협이 피감기관이었다는 비판이 있다고 소개하자 김 전 의원은 “국회의원은 낙선하는 순간 아무 것도 아니다. 농협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런 영향도 끼칠 수 없다”고 반박하며 “최근 업계에서 구설수에 오른다는 것을 알게 돼 대표이사에서 사직하겠다는 뜻을 임원에게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의원은 “김무성 대표에게 누를 끼칠 만한 행동도 절대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김 전 의원이 B 업체의 지분이 있는데 대표에서 사직해도 분양 이익은 챙길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아예 계약을 포기해야 하며 문제가 된 분양입찰 대신 매각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앞서의 업체 대표 D 씨도 “문제의 핵심은 분양대행의 이익을 챙기는 건데 계약은 포기 안하고 대표 자리에서 내려오는 게 무슨 상관이 있냐”며 “일반적이지 않은 분양대행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을 강구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