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서울시 공무원 간첩증거조작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던 권세영 당시 국정원 대공수사국 과장은 3차 소환 조사를 받은 뒤, 임 과장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워 자살을 기도했다. 권 과장은 이 사건의 피고인 유우성 씨의 간첩 혐의를 뒷받침하는 위조문서를 입수하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이었다. 당시 국정원은 탈북자 출신인 유 씨가 북한에서 활동한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허룽시공안국 명의의 유씨 출입국 기록’ 등 3가지 자료를 검찰에 제출했지만 중국 대사관이 문건 모두 위조라고 밝히면서 국정원은 궁지에 몰린 상태였다.
지난 1998년에는 권영해 전 안기부장이 소위 ‘북풍조작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던 중 문구용 칼로 할복자살을 기도했다. 지난 2005년 ‘삼성X파일’ 사건 폭로로 존재가 드러난 안기부 비밀 도청 담당 ‘미림팀’의 팀장 공운영 씨도 검찰의 수사를 받던 중 자신의 아파트에서 흉기로 복부를 찔렀다. 나라의 안정을 위해 비밀을 가지고 가겠다는 것이 당시 공 씨의 입장이었다. 같은 해, 국정원 2차장을 지낸 이수일 전 호남대 총장은 ‘국정원 불법 도청’ 사건과 관련해 3차례 검찰 수사를 받은 후 자택에서 목을 매 세상을 등졌다.
이번 임 과장의 사망에 대해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과 이재명 성남시장은 트위터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먼저 이 시장이 19일 자신의 트위터에 “아무리 봐도 유서 같지 않다. 내국인 사찰을 안 했으면 아무 잘못이 없는데 왜 자살하나”라며 “지금은 회귀한 독재시절”이라고 하면서 설전이 시작됐다. 이에 하 의원은 “제2의 유서대필사건으로 몰아가려는 건가”라며 “사람의 죽음 앞에서만큼은 말을 삼가는 것이 인간된 도리이고 예의다. 타인의 죽음을 비하하고 모독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심판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시장은 이에 대해 다시 “대선 부정, 간첩조작, 집안일 개입 등 국정원은 항상 상상 이상”이라며 “혹여 망자 예우 들먹이며 국민 입 막는 게 작전인가”라고 국정원을 강하게 비난했다.
반복되는 국정원 직원의 자살 기도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국정원은 불법적인 정치개입에 대한 의심을 받을 때마다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꼬리 자르기식’으로 직원들이 수차례 자살 기도를 해 왔다”며 “조직의 이익을 위해 더 큰 가치인 진실규명을 저버려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