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 콘텐츠의 경우 창작적 개성을 증명하지 못하면 타인이 상업적으로 가져다 써도 저작권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지난 6월 22일, 스타 요리사로 유명한 맹기용 셰프가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맹 셰프는 한 요리 프로그램에 나와 오징어를 갈아 만든 소시지 요리를 선보였다. 일명 ‘오시지’라는 요리였다. 문제는 이 ‘오시지’가 기존의 한 파워 블로거가 이미 공개했던 특허 레시피와 유사했다는 것.
맹기용 셰프가 한 방송에서 선보인 요리(사진 위)가 파워블로거 레시피를 도용했다는 의혹에 휩싸이자 해당 블로거가 “맹 셰프의 레시피는 내 것과 다르다”고 입장을 밝혀 표절 논란이 일단락됐다.
하지만 맹기용 셰프의 이번 논란은 파워 블로거가 생산한 콘텐츠의 저작권 문제를 사회적으로 환기시키는 하나의 계기로 작용했다. 파워 블로거의 선정 기준에 대해선 다소 논란이 있지만, 보편적으로 ‘방문자 및 댓글 수’, ‘높은 수준의 콘텐츠’, ‘콘텐츠 갱신의 신속성’을 기준으로 한다.
서기용 온라인전략 전문 컨설턴트는 “이미 파워 블로그는 미디어의 한 축이 됐다. 과거처럼 단순하게 콘텐츠가 유통되는 플랫폼으로 보면 곤란하다. 파워 블로거가 직접 생산하는 콘텐츠의 양과 질, 파급력을 놓고 보면 이제 단순히 다른 미디어에 귀감을 주는 수준을 넘어섰다”라며 “물론 일면의 그림자가 존재하긴 하지만, 어뷰징에 따른 광고수익과 2차 출판물 생산 등 파워 블로그 자체가 상업적 영역에 들어왔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러한 사회적 파급력과 지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파워 블로거의 콘텐츠를 보호하는 장치는 매우 미흡하다”라면서 “이 때문에 파워 블로거의 콘텐츠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표절 블로거’가 활개를 치고 있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실제 이러한 파워 블로거의 콘텐츠 도용 문제는 흔하게 발생하고 있다. ‘아이들과의 놀이방법’과 관련한 콘텐츠로 주부들에게 큰 각광을 받고 있는 육아전문 파워 블로거 A 씨는 최근 자신이 겪은 콘텐츠 무단도용 사례를 블로그에 올려 주목을 받았다.
내용인즉, 오랜 기간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한 경험과 연구 끝에 개발한 다양한 ‘놀이 콘텐츠’를 다른 블로거가 각색해 가져다 쓴 것이다. 문제의 표절 블로거는 A 씨가 개발한 놀이의 구성과 이를 설명한 글을 교묘하게 짜깁기하여 마치 자기의 콘텐츠인 것처럼 공개를 했다. 더군다나 A 씨는 이미 자신이 블로그에 포스팅한 해당 콘텐츠를 책으로 낼 계획을 갖고 있었다. 피해가 막대했다. 현재 A 씨는 이미 출판물 계약을 맺은 출판사와 문제의 ‘표절 블로거’에 대한 대응방법을 놓고 고민 중이다.
공연 콘텐츠 개발자를 꿈꾸는 B 씨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다양한 구성과 아이디어를 담은 일종의 ‘시놉시스’를 올려놨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지망생들과 공유할 목적이 컸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케이블 음악 프로그램에서 자신이 공개한 시놉시스와 거의 구성이 비슷한 코너를 론칭했다. B 씨는 “당시 내 시놉시스에 대해 한 방송작가가 문의를 해왔다. 심증은 확실했지만 이에 대응할 마땅한 방법은 없었다”라며 “아무 생각 없이, 시놉시스를 공개한 내 자신을 탓할 뿐”이라고 말했다.
여행과 사진을 주요 콘텐츠로 삼는 파워 블로거 C 씨는 그나마 적극적으로 나선 경우다. 그는 이미 여행사들과 항공사들의 타깃형 배너광고를 유치해 고정적인 수입을 올릴 만큼 업계에서는 꽤나 유명한 블로거로 통했다. 그런데 최근 한 표절 블로거가 C 씨의 동유럽 사진 일부를 그대로 가져다 썼다. 고민 끝에 그는 포털에 정식으로 항의해 해당 블로그의 포스트를 강제 삭제시켰다. 별도의 조치는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은 딱 그뿐이었다.
김시열 한국지식재산연구원 박사는 “기본적으로 저작권의 보호대상은 창작적 표현물에 한정된다”라며 “블로거가 해당 콘텐츠에 대해 창작적 개성을 증명하지 못하면 아무리 타인이 그 콘텐츠를 상업적으로 가져다 쓴다고 해도 저작권법에는 저촉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1인 블로거가 이러한 창작성을 증명하기란 쉽지 않다.
김 박사는 “가장 대중적인 요리 파워 블로그를 보자. 사실 레시피 자체는 보편적으로 저작권법에서 보호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그저 아이디어 정도로 볼 뿐이다. 개발자가 직접 이를 구체화하여 특허를 출원하지 않는 이상 보호받기 어렵다”라며 앞서 육아 블로거의 놀이 콘텐츠에 대해서도 “보호받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다만 그 콘텐츠를 설명하는 사진과 문장의 경우, 편집적 독창성을 인정받아 편집 저작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이는 이론일 뿐 (표절 블로거의 각색 작업 탓에) 현실적으론 쉽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차라리 피해를 본 파워 블로거들은 저작권법이 아닌 다른 법리적 잣대를 이용하는 게 낫다. 저작권법은 그 목적과 적용범위 탓에 한계가 많다”라며 “예를 들어 타인이 포스트한 콘텐츠를 무단으로 도용해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면, 이는 민법상 부정경쟁 행위 및 불법행위의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는 엄연히 남의 것을 편취해 자기 사업에 유리하게 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서기용 컨설턴트는 “일각에선 파워 블로거들의 영리 행위에 대해 불편하게 보는 시각이 있다. 물론 기업을 비롯한 제3자의 사주를 받아 허위 정보를 흘리는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라면서도 “하지만 그 문제와 자신이 생산한 콘텐츠를 정당하게 활용해 수익을 얻고 또 이를 보호받는 문제는 전혀 다른 것이다. 적절한 장치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블로그 콘텐츠 저작권 보호 방안은? ‘불펌’ 금지법 나올까 현재 정보법 전문가들과 온라인 업계에서 논의하고 있는 블로그 콘텐츠 저작권 보호 방안은 크게 네 줄기 정도다. 다만 네 가지 방안 모두 각각의 장·단점이 뚜렷해 현실화되기까지는 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첫 번째 방법은 기술적 방법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포스팅 된 콘텐츠를 타인이 긁어 갈 수 없게 기술적 장치를 걸어 놓는 방법이다. 이미 일부 포털은 이 기술을 활용해 포스팅 된 사진 및 동영상 콘텐츠는 물론 텍스트도 긁어가지 못하게 장치를 걸어 놨다. 단점은 이러한 보안 기술을 뚫는 ‘툴’ 역시 계속 개발되고 있다는 것. 또한 사진 및 동영상 콘텐츠는 어느 정도 보호할 수 있지만, 텍스트 콘텐츠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점이 큰 단점으로 지적된다. 두 번째 방법은 포털의 관리·감독 권한을 강화하는 것. 현재도 온라인 사업자인 포털은 불법저작물 신고가 들어오면, 내부 논의를 거쳐 해당 콘텐츠를 강제로 삭제하고 있다. 현재의 이러한 수동적 감독 권한을 넘어서, 신고 이전부터 모니터링을 통해 포털이 직접 단속에 나서자는 방안이다. 이 방법 역시 단점이 뚜렷하다. 무엇보다 현재도 문제가 되고 있는 포털 권력에 도리어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것. 또한 현실적으로도 포털이 그 방대한 블로그 콘텐츠를 일일이 검열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세 번째 방법은 아예 파워 블로거들이 직접 나서, 저작물을 신탁해 관리하는 ‘협회’를 구성하는 것. 하지만 블로그 콘텐츠의 형태와 종류가 방대한 탓에 기존의 신탁기관과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이 걸림돌로 남는다. 마지막 방법으로는 아예 블로그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비롯한 온라인 콘텐츠의 저작권을 관리·감독하는 별도의 법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정보법계에서는 충분히 검토될 수 있고, 어찌 보면 가장 쉽게 내놓을 수 있는 방안이다. 기존의 저작권 관련 법안과의 충돌을 어떻게 조율할지가 관건이다.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