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씨 변호인은 재판에서 “두 사람의 불륜 관계는 2013년 7월경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2013년 말에서 2014년 초 사이 강 씨가 심야에 유흥주점에 있다가 머리를 다쳐 응급실에 갔고, A 씨가 보호자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강용석 측은 “남편 조 씨가 ‘증권가 지라시’ 내용을 오해해 재판이 시작된 것”이라며 “현재 A 씨는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결국 재판부는 두 사람의 이혼 절차가 마무리된 이후 사건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검토하기로 했다.
강용석은 지난해 자신의 스캔들이 최초 제기됐을 당시 이를 부인하는 과정에서 ‘증권가 지라시’를 소문의 진원지로 지목하며 신빙성이 낮음을 강조했다.
스캔들이 불거진 것은 A 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지난해 10월경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강용석이 마스크를 낀 모습으로 부인과 홍콩을 여행하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그 무렵 A 씨 블로그에는 홍콩 여행 관련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었다. A 씨는 한 패션지의 홍보 블로거로 뽑혀 활동 중이었는데, 명품 주얼리 행사에 초청받아 홍콩을 여행하던 중이었다.
문제는 A 씨가 올린 여러 사진 가운데 한 장의 사진에 남성의 모습이 비치면서부터다. 블로그 구경꾼들 사이에서 이 남성이 강용석 변호사가 아니냐는 쑥덕공론이 이어지던 것이 ‘증권가 지라시’에까지 실린 것이다. 의혹이 커지자 A 씨는 해당 사진을 삭제하면서 의문은 더욱 증폭됐다.
<일요신문>이 삭제된 문제의 홍콩 사진(작은 사진 왼쪽이 원본, 오른쪽이 보정 후)을 별도 입수해 보정해 보니 마스크를 쓴 의문의 남성 모습이 드러났다.
<일요신문>은 당시 삭제된 사진을 별도 입수해 살폈다. 사진은 홍콩 리츠칼튼 118층에 있는 O 바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샴페인 잔을 중심으로 홍콩의 야경이 담겼다. 얼핏 평범한 사진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유리창을 통해 사람의 형상이 비친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약간의 색 보정을 거치고 나니 실제 마스크를 쓴 남성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와 관련 강용석은 “내 여권에는 홍콩에 다녀온 도장이 찍혀있지 않다”며 다시 한 번 강하게 부인하기도 했다. A 씨와의 관계에 대해선 “소송 문제로 한두 번 만난 사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첫 변론기일을 하루 앞둔 지난 21일 SBS에서는 “강용석의 출입국기록조회 결과를 확인한 결과, A 씨와 겹친 날짜에 홍콩에 체류한 것이 맞다”라고 보도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강용석은 지난해 10월 15일 홍콩으로 출국, 총 4일을 머문 뒤 18일 귀국했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A 씨가 홍콩에 머문 날짜와 3일이 겹쳐 있다. 별도 해명이 필요해 보이지만 해당 보도 이후 강용석은 변호인을 통해 “사적인 영역”이라며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이와 함께 변호인 측은 “첫 재판조차 이뤄지지 않은 사건에 이렇게 악의적인 보도가 계속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공인으로서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려는 행동밖에 안 된다”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까지 문제의 사진 속 남성을 강용석으로 볼 근거는 없다. 전혀 모르는 사이로 옆자리에 앉은 남성이 우연히 찍혔을 가능성도 있다. 소송의 증거로도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의 관측이다. 하지만 이미 여론은 강용석의 거짓 해명과 맞물리면서 안 좋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이혼 소송 중인 원고 측이 ‘결정적 증거’를 잡지 못하자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한 법조계 인사는 “불륜이 성립되려면 두 사람이 만나게 된 경위와 만남이 지속된 기간이 특정되어야 하고, 해당 기간 중 통화 내역이나 신용카드 내역 등 보강 증거가 필요해 보인다”라며 “흐릿한 사진이나 응급실 보호자 동행과 같은 이야기만으로는 강용석 측이 재판에서 승산이 있다”고 설명했다.
A 씨의 남편 조 씨는 문제의 홍콩 사진이 소송을 제기하게 된 계기가 된 점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증거가 있다”는 입장이다. 조 씨 변호인 측은 부인의 외도를 입증하기 위해 출입국 기록과 통신기록, 금융거래 기록 등에 대한 사실조회를 법원에 신청했고, 법원은 지난 6월부터 해당 사실조회 회신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다.
18대 국회의원 시절 사석에서 “아나운서 하려면 다 줄 생각을 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강용석은 이후 방송을 통해 재기에 성공했다. 내년 20대 총선 출마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번 ‘불륜 스캔들’로 인해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정치적 타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