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원동력은 추억이다. 메르스가 극장가를 강타했을 시기에 개봉했음에도 누적 관객수 500만 명을 넘기며 흥행 대박을 기록한 영화 <쥬라기 월드>의 힘은 바로 추억이었을 것이다. 러닝타임 125분, 영어 제목은 <Jurassic World>다. 사실 한국 제목 역시 <쥬라식 월드>나 <쥬라기 세상>이 더 어울릴 듯하다. 93년 즈음 이런 개그가 있었다. ‘누군가 잘난척하려 <쥬라기 공원>을 영어로 말한다며 <쥬라기 파크>라고 했다’는 것. 영어로 말하려면 쥬라기 역시 쥬라식(Jurassic)이라고 해서 <쥬라식 파크>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의 추억어린 개그를 바탕으로 생각하면 <쥬라기 월드>도 잘못된 제목일 수 있다. 뭐 트집을 잡자는 얘긴 아니고, 그만큼 이 영화는 추억이 중요하다는 얘길 하고 싶은 것일 뿐이다.
지난 93년 개봉한 <쥬라기 공원>은 그만큼 많은 이들의 뇌리에 깊이 남아 있는 명작이다. 지난 90년 출간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 <쥬라기 공원>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만큼 스토리가 탄탄하고 과학적인 상상력도 풍부한 영화다. 그렇지만 이 영화의 진정한 힘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이 만들어낸 공룡들이다. CG(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부활한 공룡을 스크린으로 만난다는 색다른 경험이 많은 이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으며 두고두고 뇌리에 깊이 기억되는 영화로 자리 잡게 만들었다.
이젠 CG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영화 <킹콩>에선 킹콩과 공룡이 맞대결을 벌이고 영화 <반지의 제왕>에선 공룡을 능가하는 비주얼의 괴생명체들이 대거 등장한다. 한국의 CG 기술도 엄청나게 발전했다. 호불호가 갈리긴 했지만 CG 기술만큼은 세계무대에 뒤지지 않았던 <디워> 같은 영화가 제작됐을 정도다.
다시 말해 요즘같이 CG가 범람하는 상황에서 공룡에 대거 등장하는 <쥬라기 월드>는 93년 당시의 <쥬라기 공원>같이 강렬한 임팩트를 가진 영화는 분명 아니다. 미안한 얘기지만 스토리 라인 역시 <쥬라기 공원>에 비해 다소 떨어지며 영화의 완성도 역시 다소 미흡하다. 그렇지만 <쥬라기 공원>의 추억은 관객들을 다시 극장으로 발걸음하게 만드는 엄청난 힘이 됐다.
발전된 CG 기술을 영화에 적용하기 위해 과학적인 상상력 역시 원작에서 진일보했다. <쥬라기 공원>에선 ‘쥬라기 시대에 공룡의 피를 빨아 먹은 모기가 나무 수액에 갇혀 오랜 세월이 지나 호박 보석 안에 보존돼 있고 여기서 얻은 공룡의 DNA로 다시 공룡을 부활시켜 만든 테마파크’가 핵심이었다. 따라서 CG 역시 과거의 공룡을 그대로 부활시키면 되는 수준이었다.
그렇지만 이후 CG 기술이 거듭 발전하며 과거의 공룡을 그대로 부활시키는 것만으론 관객들의 눈높이를 따라가기 힘들다. 이로 인해 제작진은 호박 속 모기에서 뽑은 공룡의 DNA로 만족하지 않고 유전자 조작 기술을 통해 새로운 종의 공룡을 창조해내는 상황을 바탕으로 영화를 제작했다. 그렇게 창조된 공룡이 바로 ‘하이브리드 공룡’으로 영화 <쥬라기 월드>의 핵심 캐릭터다.
또한 테마파크의 개장도 가능해졌다. CG로 제작된 공룡과 인간이 한 프레임에 잡히는 장면을 촬영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의 기술적인 한계가 있어 <쥬라기 공원>는 최대한 등장인물이 적은 테마파크 개장 직전 시점을 배경으로 했다. 반면 <쥬라기 월드>에선 이미 개장해 2만여 명의 관람객이 있는 상황에서 공룡들이 우리를 탈출하는 상황이 그려진다. 이 부분 역시 CG의 발전을 기반에 둔 스토리의 변화가 아닌가 싶다.
사실 이런 영화는 스토리가 탄탄하거나 멋진 주인공이 나오거나 내지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뛰어나거나 하는 등의 요소로 평가하는 게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영화를 통해 멸종한 공룡을 다시 만나는 재미, 그리고 이번엔 유전자 조작으로 창조된 하이브리드 공룡을 만나는 재미가 핵심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영화 분석으론 다소 완성도가 떨어지고 기대만큼 재미있는 영화가 아닐 수도 있지만 CG를 중심으로 한 멸종한 공룡이 나오는 영화라는 측면과 추억이라는 키워드까지 결부해서 보면 분명 볼 만한 영화이긴 하다.
영화를 보다 편하게 보기 위해선 몇 가지 공룡에 대한 예습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소개한다.
# 인도미누스 렉스 (Indominus rex)
<쥬라기 월드>에서 가장 중요한 공룡인데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하이브리드 공룡이다. 기본 개놈은 티렉스인데 여기에 렙터, 개구리, 오징어 다양한 동물의 유전자를 섞었다. 그러다 보니 티렉스의 힘과 크기, 렙터의 지능, 그리고 개구리의 위장술까지 쓸 수 있다.
# 모사사우루스 (Mosasaurus)
테마파크 ‘쥬라기 월드’에서 최고의 쇼는 바로 20M의 거대한 신장을 자랑하는 수중 공룡 모사사우루스 먹이 쇼다. 2~3M 크기의 식인 상어를 매달아 놓으면 모사사우루스가 물속에서 솟아올라 한 입에 가볍게 식사를 한다. 모사사우루스는 인도미누스 렉스와의 사투에서 다시 등장해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기도 한다.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Tyrannosaurus Rex)
<쥬라기 공원> 당시 가장 중요한 캐릭터이던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렉스)는 이번에도 등장한다. <쥬라기 공원>에서 벨로시 렙터로 인해 위기에 놓인 인간을 구하는 역할을 맡았던 T-렉스는 이번에도 인도미누스 렉스와의 한판 승부로 또 한 번 인간을 돕는다. <쥬라기 공원> 때부터 무려 22년 동안 이슬라 누블라섬에서 살아온 ‘쥬라기 월드’의 살아있는 역사인 12M 크기의 공격적인 암컷 T-렉스는 추억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 벨롭시렙터 (Velociraptor)
<쥬라기 월드>에서의 사실상 공룡 주연은 벨로시렙터였다. 이번엔 조금 엉뚱하게 등장한다. 워낙 지능이 좋은 벨로시렙터 인간에게 조련이 가능하다는 설정이 등장하는 것. 이렇게 조련된 벨로시렙터를 전장에 투입해 용병이나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까지 등장할 정도다. 인간을 위해 인도미누스 렉스와 싸울 용병으로 활용되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 줄거리
줄거리는 간단하다. 우선 ‘쥬라기 공원’이 문을 닫은 지 22년 뒤 기존의 공룡에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하이브리드 공룡까지 더한 테마파크 ‘쥬라기 월드’가 비로소 개장한다. 수용 관람객 수의 한계가 있어 한 번에 2만 명까지만 수용 가능한 ‘쥬라기 월드’에 2만 명의 관람객과 직원들이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하이브리드 공룡 인도미누스 렉스가 우리를 탈출하고 그로 인해 다른 공룡의 우리도 망가진다. 이로 인해 공룡들이 통제를 벗어나면서 2만 명의 인간들은 위기에 내몰린다. ‘하이브리드 공룡’의 등장과 이미 개장해 관람객이 2만 명이나 된다는 설정을 제외하면 <쥬라기 공원>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스토리 라인이다.
보다 자세한 스토리는 등장인물 소개로 대신한다. 우선 주인공 오웬(크리스 프랫 분)은 벨로시 렙터 조련사로 ‘쥬라기 월드’에서 근무 중인데 위기의 상황에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분투한다.
오웬과 짝을 이룬 여자 주인공은 클레어(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분)로 ‘쥬라기 월드’의 경영 책임자다. 연구진과 함께 하이브리드 공룡까지 만들어 내며 기업의 이익에 눈이 먼 여성으로 등장한다. 그렇지만 자신이 초대한 두 조카를 구하기 위해 오웬과 공룡과의 사투에 직접 나선다.
이번에도 중요한 아역 배우들이 출연한다. 바로 클레어의 조카인 그레이(타이 심킨스 분)와 자크(닉 로빈슨) 형제다. 테마파크를 즐기다 공룡의 위협에 정면으로 노출된 이들 형제의 분투기가 영화의 주된 스토리 라인이 된다. <쥬라기 공원>에서의 팀과 렉스 남매와 비슷한 역할이라고 보면 된다.
헨리 우 박사(BD 웡 분)도 눈길을 끈다. 아마 22년 전 <쥬라기 공원>와 이번 <쥬라기 월드>에 모두 출연한 유일한 배우가 아닌가 싶다. <쥬라기 공원> 당시 호박 속 모기에서 추출한 DNA로 공룡의 부활을 이끈 유전학 박사 헨리 우는 여전히 이곳에서 근무 중이다. 이번에도 역시 유전학 박사로 등장하는 데 바로 하이브리드 공룡을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 배틀M이 추천 ‘초이스 기준’ : 그때 그 시절 <쥬라기 공원>이 그립다면 클릭
다시 말하지만 이 영화의 기본은 추억이다. <쥬라기 공원>의 추억을 다시 한 번 떠올리며 그때 그 시절의 공룡들을 만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공룡을 소재로 한 테마파크에서 공룡이 우리를 벗어나 인간을 공격한다는 설정 역시 그때 그대로인 탓에 다서 뻔한 스토리지만 추억이 이를 극복케 해준다. 또한 하이브리드 공룡과 같은 새로운 요소가 추가됐으며 지난 22년 동안 발전된 CG 기술이 더욱 실감나는 공룡을 만들어 낸 것도 플러스 요소다.
@ 배틀M 추천 ‘다운로드 가격’ : 3000 원
아쉬운 부분은 극장에서 스크린으로 봐야 제대로 된 공룡의 스케일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TV나 컴퓨터 모니터로는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스마트폰처럼 작은 화면으로는 보지 말 것을 적극 권한다. 아무래도 화면이 작아지면 이 영화 본연의 CG를 다 즐길 수 없다. 뻔한 스토리로 인한 영화의 재미 반감을 수려한 CG가 보충해 주고 있는 데 작은 화면에선 CG로 인한 보충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본 관객과 TV로 본 관객의 평이 서로 다를 수밖에 없는 까닭이 바로 여기게 있다. 따라서 VOD 서비스나 인터넷 다운로드로 이 영화를 즐기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다운로드 추천 가격 역시 다소 낮아졌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