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공비례(過恭非禮). 겸손함이 지나쳐 예의를 벗어났다는 비난이 곧 일었지만 한국을 위해 싸운 이들에 대한 적절한 예였다는 옹호도 적지 않다.
국내에서 논란이 일자 김 대표는 29일 뉴욕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6·25 때 우리나라를 살려주신 분의 묘에다 절 두 번 했다고 서울의 언론에서 비판을 많이 하는데, 저는 내년에 가서 또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김 대표의 큰절 논란이 사그라지는 상황 속에서 “내년에도 하겠다”고 고집하는 발언이 나오자 리더로서의 김 대표에 대한 여러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여권 한 관계자는 “집권 여당의 대표가 미국까지 가 무릎을 꿇은 것을 두고 사대(事大)라 보는 이가 왜 없겠는가. 한반도에서 한국은 늘 주변 인접국의 관계 속에서 낮은 자세를 취해왔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김 대표가 국립 현충원을 찾아가 큰절을 올렸다는 뉴스는 보지 못했다. 현충원의 새똥 닦는 모습도 없었다”고 했다. 김 대표가 월튼 워커 장군 묘비에서 떨어진 새똥을 보고 손수건을 꺼내 직접 닦으며 “아이고 장군님 감사합니다”라고 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그런 ‘정성(?)’을 연출한 적 없다는 지적이었다.
그런데 과연 김 대표는 이런 비판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즉흥적으로 나온 깜짝쇼였을까. 김 대표는 집권 여당 수장인 동시에 여권에서 가장 앞서 달리고 있는 대권 주자이기도 하다. 혹자가 재외국민투표를 의식한 큰절이 아니었겠느냐는 추측을 하는 이유다.
하지만 김 대표 큰절에 숨은 정치학은 ‘보수의 아이콘’으로 보수의 절대 지지를 이끌어내겠다는 함의가 있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정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미국에서 큰절을 올리는 대권 후보를 우리나라 절대적 보수층에서 어떻게 보겠는가. 아주 예뻐 죽을 것”이라며 “보수에서는 휴전 상황, 즉 언제 발발할지 모를 전쟁의 위기감 속에서 미국의 도움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그런 고민을 할 텐데 김 대표가 큰절 하고 나서 언제든 큰절 다시 하겠다 하니 정말 믿음직스러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러한 해석은 김 대표가 27일 워싱턴 동포간담회에서 진보좌파, 종북좌파 등의 용어를 써가며 소위 색깔론을 꺼내든 후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당시 김 대표는 “진보좌파 세력이 준동하면서 어린 학생들에게 부정적 사관의 역사교과서로 현대사를 가르치고 있어 우리나라의 미래가 걱정된다”면서 “종북좌파들의 준동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새누리당이 정권을 재창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했다.
과거 정치인의 큰절은 때로 큰 효과를 얻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해 역풍을 맞은 한나라당. 당시 박근혜 대표는 조계사에서 108배를 올리며 국면 전환을 노렸다. 대구에서의 노인 폄하 발언 이후 열린우리당 의장이었던 정동영 의원은 범어사에서 9배를 했다. 여러 정치인이 삼보일배를 한 바 있다. 과연 김 대표의 큰 절은 어떤 효과를 거둘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