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한의원 노원점 김 헌 원장
[일요신문]강북구에 사는 30대 후반 남성이 심한 두통을 호소하고 한의원을 찾았다. 그는 “아침에 출근하기 전부터 머리가 뒤통수 쪽부터 조금씩 아프다가 늦은 오후가 되면 너무 심해서 일을 하기도 힘들 정도입니다. 아마도 작년 인사이동으로 원치 않게 관리직에서 영업 쪽으로 옮기게 되었는데 맞지 않는 일을 하려다 보니 두통이 생긴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휴한의원 네트워크(강남, 수원, 잠실, 부산, 목동, 안양, 노원, 대구, 마포, 대전, 인천, 천안, 부천, 창원, 일산) 노원점 김헌 원장은 “이 환자분은 전형적인 긴장형 두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진찰을 해보니 가슴의 답답함, 얼굴 쪽의 열감, 뭔가 치밀어 오르는 느낌, 목이나 명치에서 덩어리가 뭉친 느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화병의 4가지 핵심 신체증상을 모두 보여주는 것이죠. 환자분을 내원하게 만든 직접적인 원인인 심한 두통뿐만 아니라, 잠들기 어려우면서 자주 깨는 불규칙한 수면 문제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분의 두통은 결국 한의학적으로 보면 ‘화병’이 원인이라고 봐야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한의학에서 ‘화병(火病)’은 ‘울화병(鬱火病)’의 준말로서 분노와 같은 감정이 해소되지 못하여 불(火)의 양상으로 폭발하는 증상이 있는 증후군으로 정의된다. 대개 뚜렷한 스트레스 사건과 관련되며, 참아야 하는 분노 감정이 반복되면서 보통 6개월 이상 누적되어 발생한다. 임상적으로 보면 발병 초기에는 화, 분노, 억울, 분함 등의 화의 양상을 주로 보이지만, 점차 진행되면서 불안, 초조, 우울, 허망, 의욕과 흥미 상실 등의 우울의 양상으로 변화한다. 따라서 초기 화병은 급성 스트레스장애와 감별이 필요하며, 오래된 화병은 우울증과 감별이 필요할 때가 많으면서도 실제 우울증과 같이 혼재되어 발생하기도 한다. 화병이 우울증과 가장 큰 다른 점은 자살율이 낮고 환자의 치료 의지가 강하며 망상증이나 정신증으로 이환되는 비율이 적다는 점이다.
현대인에 있어서 화병의 패턴은 외부 스트레스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성, 문제해결 방식에 따라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화병 환자는 기본적으로 우울, 불안, 분노의 정서적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에 대처하는 방식에 있어서 취약한 경우가 많으며, 또 대개 화병이 그것과 관련해서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화병이 분노조절장애, 스트레스장애, 우울장애, 사회불안장애 등과 공통점이 많고 동시에 발생하기도 하지만, 독립적 정신장애로 보고 치료해야 긍정적인 치료 결과와 예후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온라인 뉴스1팀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