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은 요즘 표정을 관리하느라 바쁘다. KB국민은행이 올해 상반기 7302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전년 동기 대비 37.2%나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두면서 윤 행장의 리더십이 합격점을 받았다. KB금융그룹 회장을 겸하고 있는 그는 추락하던 KB금융의 위상을 취임 6개월 만에 반전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권은 특히 지난 6월 1122명의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3453억 원(세후 2618억 원)의 비용이 한꺼번에 발생했는데도 이익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만약 희망퇴직 비용이 없었다면 국민은행은 상반기 1조 원이 넘는 이익을 내며 신한은행을 멀찌감치 따돌렸을 것이라는 평가다.
윤종규 회장은 취임 이후 내부 조직을 다잡고 영업력을 확대하는 데 힘을 기울여왔다. 일선 영업조직에 권한을 대폭 위임하는가 하면, ‘아웃바운드채널사업단’을 출범시켜 고객을 직접 찾아가도록 하는 등 기존 방식에서 벗어난 영업 방식으로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다.
하나은행은 2분기 2996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전년 동기보다 8.0%(222억 원) 늘었다. 제법 괜찮은 실적이다. 하지만 김병호 하나은행장에게는 신경 쓰이는 것이 따로 있다.
지난 2월 부임한 김 행장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을 앞두고 벌써 거취 문제에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이르면 오는 9월 출범하는 통합은행에 앞서 8월쯤 통합은행장이 먼저 선임될 예정이다. 통합은행장으로는 김 행장 외에도 김한조 외환은행장 등 만만찮은 후보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김 행장은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 출신이다. ‘성골’ 출신에다 은행과 하나금융그룹에서 다양한 업무를 두루 거친 전략·재무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내부 출신임에도 조직 장악력이 약하다는 평가가 있고 나이가 젊다는 점이 오히려 통합은행장으로 낙점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956년생으로 50대인 김 행장은 하나은행 지점장들과 비슷한 연배다. 원로들이 즐비한 통합은행을 이끄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조용병 신한은행장은 순항 중이다. 신한은행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7900억 원으로 전년 상반기 8420억 원보다 6.1% 감소했다. 2013년 상반기 실적인 6989억 원과 비교하면 무려 13%나 늘어난 수치다.
조 행장의 고민은 신한은행의 당기순이익이 지난 2011년 2조 1180억 원을 기록한 이후 해가 갈수록 떨어지다가 지난해 반등했다는 점이다. 신한은행은 2012년 1조 6630억 원, 2013년 1조 3730억 원으로 이익이 줄었지만 지난해에는 1조 4550억 원으로 소폭 상승세로 돌아섰다.
게다가 경쟁사들은 일제히 이익이 늘며 선방했다는 점에서 신한의 부진은 더욱 두드러진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물론 우리은행 역시 올해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4173억 원, 민영화 방안에 따라 매각된 계열사 손익 제외) 대비 23.87% 증가한 5169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하지만 저금리가 이어지고 있어 조 행장도 하반기에는 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실적보다 주가가 신경 쓰인다. 우리은행의 상반기 성적은 만족스러운 수준이지만 주가가 바닥권이어서 연내 매각이라는 숙제를 해결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민영화의 제1원칙인 ‘매각 이익 극대화’는 주가가 올라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제값을 받지 못하면 헐값매각 시비는 물론 공적자금관리특별법에 따라 자칫 위법 논란까지 일어날 수 있다. 주가가 받쳐주지 않으면 사실상 매각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최근 우리은행 주가는 이 행장 취임 당시보다 10%가량 떨어진 9000원 안팎에 머물고 있다. 공적자금 회수 기준인 주당 1만 3500원에 비해 30%나 부족한 수준이다.
문제는 실적이 좋아졌는데도 주가 전망이 밝지 못하다는 점. 증권가는 막대한 물량의 우리은행 주식이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점을 정부가 공인한 상태에서 비싼 값을 주고 매입할 투자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경우 매각을 앞둔 시점에 물량 부담까지 떠안으면서 사야 할 가치가 있는 종목인지 의문스럽다”고 진단했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