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오른쪽)은 대우조선해양에서 빚어진 막대한 손실을 대우증권 매각을 통해 만회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요신문 DB
올해 하반기 인수·합병(M&A) 시장 최대 매물로 등장할 대우증권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몸값만 무려 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대형 딜이다. 이 때문에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아직 매각 공고는커녕 매각 자문사도 선정하지 않은 상태인데도 핫이슈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산업은행은 금융당국의 대주주적격성심사 승인이 남아 있는 현대증권 매각 작업이 마무리돼야 대우증권 매각 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대증권 매각이 깨끗이 끝나야 대우증권 매각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며 “대우증권 매각에 대해 금융당국과 얘기하고는 있지만 하반기나 돼야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7월 1일부터 현대증권 대주주로 일본계 사모펀드(PEF) 오릭스의 적격성을 심사하고 있다. 적격성 심사가 보통 60일 정도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8월 말 심사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산업은행은 금융당국의 승인이 나면 곧바로 대우증권 매각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매각 자문사를 선정하고 매각 공고를 내는 등 절차를 거치면 오는 10월 중순께나 돼야 대우증권 매각에 대한 구체적인 모습이 잡힐 것이라는 게 금융권 시각이다. 일정이 늘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산업은행은 예비입찰 같은 절차 중 일부를 뺄 생각도 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일정상 올해 대우증권 매각 작업을 마무리하기는 힘들다”며 “내년 3, 4월쯤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권 일부에서는 금융당국의 현대증권 대주주적격성심사 승인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대증권을 인수하는 쪽은 1300억 원을 투자한 오릭스지만 실제로는 매각 주체인 현대상선이 인수 주체인 특수목적회사(SPC)와 오릭스PEF에 오릭스 투자금보다 더 많은 2000억 원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투자금이 현대상선보다 더 적은 오릭스를 대주주로 볼 수 있느냐 여부가 관건이 되는 것.
그러나 금융권 관계자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심사 승인이 나지 않겠느냐”며 “가뜩이나 현대증권 매각이 4개월 정도 연기된 터에 승인이 나지 않으면 대우증권 매각 작업도 진행할 수 없어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 매각을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과 연결시키는 가장 큰 이유는 차질이 빚어지지 않는 한 대우증권 매각이 내년 4월 만료되는 홍 회장 임기와 함께 간다는 점 때문이다. 얼마나 잘 파느냐에 따라 홍 회장 임기 마지막에 대한 평가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더욱이 최근 대우조선해양의 막대한 손실로 비난의 도마에 오른 산업은행과 홍 회장은 대우증권 매각에 정성을 들여야 할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대우조선에서 빚어진 막대한 손실을 대우증권 매각으로 만회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홍 회장은 당초 대우증권 매각에 대해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올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홍 회장은 “국내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장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부와 협의를 거쳐 매각 시기 등을 결정할 예정”이라며 “가격에 집착하면 무리한 매각,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신중한 자세를 보였던 대우증권 매각 얘기가 급물살을 탄 것은 대우조선의 손실이 큰 영향을 미친 듯하다”고 귀띔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그러나 “어렴풋이 일정만 예상될 뿐 매각 공고는 물론 자문사 선정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며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는데 시장에서 갑자기 이슈가 된 것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유일한 인수 후보 KB금융 거론되는 까닭 ‘덩치’가 너무 커도 문제네… 증권업계 2위 대우증권의 자산은 30조 원, 자기자본은 4조 1700억 원에 달한다. 어느 금융사든 대우증권을 품에 안으면 단박에 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다. 하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인수 가격이 3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이고 대형 딜에 선뜻 나설 수 있는 금융사가 얼마나 될지 미지수다. 이 점이 대우증권 매각의 흥행을 장담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인수 후보로 KB금융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교보생명, 신한금융 등도 인수 후보 중 하나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는 상태다. 특히 금융업계에서 대우증권 인수 유력 후보로 점찍은 교보생명은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대우증권에는 관심도 없으며 검토한 적조차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현재까지 대우증권 인수에 긍정적인 의사를 밝힌 곳은 KB금융이 유일하다시피 하다. KB금융 관계자는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으며 매각 공고가 나면 본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 역시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지 인수전에 뛰어들겠다고 이 자리에서 확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시장에서는 우리투자증권을 NH농협금융에 뺏긴 KB금융이 대우증권 인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물론 우리투자증권 인수 가격에 비해 훨씬 높게 책정될 것으로 보이는 인수가가 부담스러운 부분이기는 하지만 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대우증권은 필요한 존재다. 상반기 KB국민은행을 비롯해 KB금융 실적이 좋았다는 점도 대우증권 인수전에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보탠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LIG손해보험을 인수해 KB손해보험(KB손보)을 출범시킨 데 이어 대우증권 인수도 성공한다면 리더십과 성과에서 후한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최근 KB손보 주변에서 ‘KB손보가 LIG투자증권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돈 것도 KB금융이 대우증권 인수전에 참여하기 위한 사전 작업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KB손보는 지난 7월 24일 ‘조회공시 요구에 대한 답변’을 통해 “보유 중인 LIG투자증권(주)의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추진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금융권 일부에서는 ‘갖고 있는 증권사를 매각하고 새로운 증권사를 인수하려는 것이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