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가지의 각기 다른 라인업을 선보인 신형 쏘나타. 이 가운데 특히 디젤과 터보가 눈에 띈다.
그런 명성을 가진 아반떼가 힘을 못쓰고 있다. 지난 상반기 자동차 판매 실적에 그대로 드러난다. 1~6월 동안 판매된 아반떼는 3만 8000여 대다. 5% 정도의 점유율은 그런 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예전의 명성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아반떼가 잘 안 팔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SUV의 약진이 주요 요인으로 거론된다. 최근 2~3년간 아반떼 같은 세단형 승용차는 힘을 못쓰고 있다. 이와 함께 쏘나타도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쏘나타는 지난 상반기 동안 3만 8000여 대(하이브리드 미포함)가 판매됐다. 쏘나타가 어떤 차인가. 출시 30주년을 맞은 현대차의 자존심인 것이다. 쏘나타는 ‘쏘나타 모터쇼’를 개최할 정도로 오늘날 현대자동차를 부흥시킨 장본인 아닌가. 쏘나타의 판매 부진은 현대자동차의 자존심을 무너뜨렸다.
쏘나타와 아반떼의 빈자리를 파고든 것은 SUV다. 싼타페가 3만 7000여 대, 쏘렌토가 3만 8000여 대 판매됐다. 국민차로 불리는 아반떼나 쏘나타와 거의 맞먹는 판매 실적이다.
SUV의 약진은 수입차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수입차 중 단일 차종으로 가장 팔리고 있는 차는 폴크스바겐 티구안이다. 티구안에 대한 여러 평가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SUV 탈을 쓴 골프’라는 표현만큼 적절한 것은 없어 보인다. 세단의 장점을 그대로 수용한 SUV. 이 차의 인기 비결이다.
이렇듯 SUV가 잘 팔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SUV 열풍은 단지 국내만의 현상이 아니다. 세단의 장점을 흡수한 SUV는 아예 시장 판도를 바꿔버렸다. 세단 중심에서 SUV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지난해 SUV 판매 기록은 대단한 변화를 예고했다. 지난해 미국 SUV(픽업 트럭과 밴 포함) 판매대수는 875만 대로 2013년보다 10.1% 늘었다. 이 수치는 세단보다 SUV가 더 팔렸다는 의미다. 46:54로 SUV가 세단을 넘어선 것이다.
세단의 장점은 승차감과 연료 효율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출시되고 있는 SUV들은 이런 세단의 장점을 무력하게 만든다. 연비는 이미 비슷하거나 오히려 앞서나가고 있고 승차감 역시 엇비슷하다. 오히려 세단에는 없는 SUV의 장점인 넓은 시야의 매력에 빠지면 SUV를 벗어날 수 없게 한다. 더구나 적재 공간의 효율은 세단에겐 넘사벽이다.
쏘나타와 아반떼의 빈자리를 파고든 대표 SUV 차량들. 왼쪽부터 싼타페, 쏘렌토, 티구안.
국내 시장 역시 빠르게 SUV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투싼, 쌍용자동차의 티볼리 등 올해 새로 나온 차 중 인기를 끈 자동차는 모두 SUV인 것이다.
올 상반기 국내 국산 중형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1% 줄어들어 9만 2000여 대를 판매했다. 이는 5년 전인 2010년과 비교할 때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줄어든 빈자리에는 SUV와 수입 중형 세단이 있다.
수입 중형 세단의 무기는 디젤과 터보 다운사이징이었다. 힘과 연비, 기술에서 국산 중형 세단을 압박했다.
국산 자동차 회사들은 자존심 되찾기에 나섰다. 현대·기아차는 디젤부터 터보까지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구비한 신형 쏘나타와 K5를 출시했고 르노삼성과 한국지엠도 신차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국산 중형 세단의 대표주자인 신형 쏘나타부터 반격을 시작했다. 7개의 각기 다른 라인업을 선보인 것. 이중 쏘나타 디젤과 터보는 눈에 띈다. 1.7 디젤모델 연비는 16.8㎞/ℓ로 경쟁력을 보인다. 쏘나타 1.6 터보 모델은 2.0 모델보다 유류비·세금 등을 절감할 수 있다.
신형 쏘나타는 과연 SUV의 매력에 빠진 고객들과 고연비 신기술을 앞세운 수입차의 거센 도전을 이겨낼 수 있을까. 일단 긍정적인 면은 2.0 가솔린 일색이었던 중형세단 시장을 변화시킨 것이다. 하지만 이미 큰 강물로 흘러가고 있는 SUV의 물결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 SUV는 일시적 유행이 아닌 대세가 된 듯하다.
이정수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