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의 친고죄 조항 폐지가 이뤄지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쉰 연예관계자들이 여럿이라고 한다. 이젠 남자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성관련 협박 사건은 없어질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친고죄 조항 폐지로 이제 중간에 ‘스톱’이 사라졌다. 친고죄 조항이 살아 있던 무렵에는 사건의 경중을 떠나 성범죄는 피해자가 소를 취하하면 사건 자체가 사라졌다. 합의를 통한 소 취하가 빈번하게 이뤄졌던 것. 그러다 보니 소위 말하는 꽃뱀 사건도 많았다고 한다. 특히 연예계에는. 한 중견 연예기획사 대표의 말이다.
“물론 실제로 연예인들이 여성을 성폭행하거나 강제 추행하는 등의 나쁜 짓을 저지른 경우도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매니저 입장에선 오히려 이런 경우가 편해요. 피해자를 만나 진심으로 사과하고 충분한 합의금을 주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합의를 통해 성관계를 가졌는데 엉뚱하게 성폭행당했다고 소송을 거는 경우는 물론이고 만취 상태의 연예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데 해당 연예인은 아무리 취했어도 절대 그런 일은 없었다고 주장할 때 매니저는 곤란해지죠. 해당 연예인이 억울하다며 절대 합의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경우는 더욱 힘겨워지죠. 뭐 그래도 대부분 엄청난 합의금이면 다 해결되곤 했어요. 이젠 최소한 합의금 받으려고 억지로 소송 거는 여성들, 소위 말하는 꽃뱀을 사라질 것이라 여겨져 다행이에요.”
친고죄 조항이 있을 무렵에는 이처럼 성범죄 관련 협박을 받는 남자 연예인들이 많았다고 한다. 일부러 접근해서 유혹한 뒤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지고도 해당 여성이 성폭행을 당했다며 고소하겠다고 협박을 해올 경우 연예기획사 입장에선 합의가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한다. 심지어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한다. 역시 중견 연예기획사 대표의 말이다.
“옛날 얘기긴 한데 워낙 기억에 남는 사례라서 말씀 드릴게요. 그때 잘나가던 가수 한 명이 이런 협박을 받아 매우 힘겨워 했어요. 처음에는 합의도 안하겠다며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강경 입장이었어요. 그런데 경찰 신고를 차일피일 미루기에 해당 가수 매니저한테 빨리 합의를 보라고 충고했죠. 그렇게 다시 만난 피해 여성이 엄청난 금액을 불렀다는 거예요. 반면 해당 남자 가수는 당시 피해 여성과 함께 호텔에 가긴 했지만 너무 취해 실제로 성관계는 갖지도 않았다는 입장이었어요. 결국 그 가수의 매니저는 원하는 액수를 다 줄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였고 경찰 신고까지 이뤄졌어요. 그리고 며칠 지나니 언론이 냄새를 맡았어요. 그리고 이니셜로 기사까지 나왔죠. 경찰서로 기자들이 몰려들고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니까 피해여성 측에서 먼저 소송을 취하했어요. 경찰 신고까진 했지만 언론까지 알게 돼 상황이 확산되니까 오히려 그쪽이 겁을 먹은 모양이에요. 행여 뒤탈이 있을까 싶어 나중에 매니저가 피해여성을 만나 소정의 합의금을 건네고 합의서를 받으면서 상황이 종료됐어요.”
그렇다면 성범죄의 친고죄 조항 폐지 이후 이런 남자 연예인 협박사건은 사라진 것일까. 연예관계자들은 결코 그렇지는 않다고 얘기한다. 물론 과거처럼 의도적인 꽃뱀 사건은 많이 사라진 게 사실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합의 하에 이뤄진 성관계를 두고 나중에 상대 여성이 합의가 아닌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할 경우 남자 연예인 측이 이를 반박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유명 남성 아이돌 가수의 매니저의 설명이다.
“아무래도 혈기 왕성한 아이들을 데리고 있기 때문에 늘 조심하라는 얘길 하곤 해요. 심지어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몰래 녹음을 하는 게 살 길일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해줄 정도죠. 이제는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성도 쉽게 경찰에 신고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어 매니저들도 과거보단 강하게 대응하는 편이에요. 그렇지만 한 번 고소가 이뤄지면 중간에 멈출 수 없다는 부분이 남자 연예인에게도 매우 위험한 부분이에요. 더욱 치명적일 수 있죠. 그래서 매니저 입장에선 친고죄 폐지가 더 안 좋은 상황일 수 있어요. 게다가 소송까지 가서 무죄를 입증할지라도 합의 하에 이뤄진 일임이 밝혀지는 것일 뿐 해당 여성과의 성관계 자체는 인정되는 거예요. 사생활이 문란하게 보여 이미지가 추락한다면 법정 다툼에서 이겨봤자 연예인으로서는 악재가 아닐 수 없어요. 그러니 여전히 그런 협박 앞에서 연예인은 약자일 수밖에 없죠.”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