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만이 7월 25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콜로세움에서 열린 로드FC 무제한급 경기에서 카를로스 도요타에게 1라운드 1분 30초 만에 TKO패 당해 훈련량 논란 등 구설에 올랐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최홍만은 지난 2009년 10월 6일 ‘드림 11’에서 미노와 이쿠히사(39·일본)에게 2라운드 1분 27초 만에 ‘힐 훅’이라는 관절기술에 항복한 후 2119일 만에 MMA 경기에 나섰다가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 6년여 만에 격투기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그로선 처참하기 그지없는 상황이었다. 한때 ‘최홍만 신드롬’이 나돌 정도로 국민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그가 뇌종양 수술 후 일본 연예계에서 활동하다가 6년 만에 격투기 무대로 돌아온 이유가 뭘까.
7월 25일 열린 로드FC 경기. XTM 방송 캡처
스피드나 기술로 승부하는 파이터는 아니었지만, 최홍만은 218cm의 신장을 내세운 파워와 정상급의 맷집을 자랑했다. 그 덕분에 종합 격투기 최강자였던 표도르, 세미 슐트와 맞설 수 있었다. 그러나 7월 25일 카를로스 도요타의 상대였던 최홍만에게서는 파워도 맷집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완패한 경기였다. 이에 대해 최홍만과 K-1 시절부터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격투기 관계자 A 씨의 설명을 통해 최홍만이 처한 현실을 들여다봤다.
“최홍만은 K-1이 부도날 때 파이트머니가 밀리지 않았던 유일한 선수였다. 톱 클래스에 있는 선수들 대부분이, 심지어 피터 아츠까지 돈이 물렸지만 최홍만은 운 좋게 파이트머니를 다 받아갔다. 당시 대전료가 1억 원에서 3억 원 사이였다. 표도르, 크로캅과의 경기에선 두세 배 정도 더 올려서 받았을 것이다. 2005년 데뷔 후 2009년까지 한 시즌에 4경기씩 소화한 걸 계산해 보면 K-1에서만 20억~30억 원 정도를 벌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그 돈을 거의 모으지 못했을 것이다. 유흥비로 나간 돈도 많았고, 지인들에게 사기 당해서 까먹은 돈이 엄청난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최홍만은 2013년 5월 MBC-TV <세바퀴>에 출연, “10억 사기를 당했다. 한 번에 당한 건 아니고 1년에 5번씩 7년 동안 10억 정도 사기를 당했다”라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최홍만은 자신이 친구들에게 돈을 잘 빌려주는 스타일이었고, 그로 인해 ‘홍만 은행’으로 불리며 친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고 말했다. 차용증도 안 받고 돈을 빌려주다가 사람들이 안 갚기 시작하면서 받지 못하는 액수가 늘어났다고 한다. 최홍만은 ‘미녀와 야수’로 가수 데뷔한 것도 사기였다고 털어 놓았다. 무대에 서는 게 꿈이라는 말 한 마디에 가요 관계자와 술자리에서 계약서를 쓰게 됐고, 그 가요 관계자가 자신의 이름으로 돈을 빌려 쓰는 바람에 법정 싸움으로까지 번졌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한 마디로 자기 관리, 돈 관리에 대해선 빵점이나 마찬가지였다는 내용이었다.
격투기 관계자 A 씨는 기자에게 “최홍만은 시합이 잡히기 전에 먼저 돈을 받아야지만 훈련을 시작했다”는 얘기를 전했다.
“워낙 의심이 많아서 경기를 하기 전에 돈을 먼저 지급해야 운동을 시작했다. 이전 샤킬 오닐과의 대전을 앞두고 최홍만과 접촉한 적이 있었다. 그때도 최홍만은 돈이 들어오면 훈련하겠다고 얘기했었다. 로드FC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A 씨에 의하면 농구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샤킬 오닐이 미국판 ‘무한도전’에 출연, 복싱 챔피언, 수영 메달리스트 등과 경기를 벌이다 자신의 신체 사이즈에 맞는 선수를 찾던 중 최홍만을 발견하곤 공식적으로 최홍만에게 격투기로 붙고 싶다는 제안을 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A 씨는 최홍만을 만나 오랫동안 훈련을 쉬었으니 샤킬 오닐과 붙기 전에 스파링 삼아 재기전을 치르고 그 다음에 샤킬 오닐과의 이벤트성 경기를 치르자는 내용을 설명했는데 문제는 최홍만의 몸 상태였다.
“당시에도 최홍만의 컨디션이 아주 안 좋았다. 아무리 열심히 준비한다고 해도 재기전에서 패할 수도 있었고, 샤킬 오닐과의 경기가 마지막 게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경기가 성사되면 방송 중계도 붙을 예정이라 빅게임으로 치르려 했는데 선수의 몸 상태도 문제였고, 나중에는 샤킬 오닐의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훈련이 중단되고 말았다. 이번 로드FC 경기를 보니까 최홍만의 몸 상태가 여전히 안 좋아 보였다. 훈련을 많이 못했을 거란 추측이 가능할 정도였다.”
A 씨는 카를로스 도요타와 최홍만의 경기를 두고 ‘미스 매치’라고 단정 지어 말했다.
“카를로스 도요타가 44세의 노장 선수이지만 그 선수보다 더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를 붙였어야 한다. 로드FC가 최홍만을 데려간 것은 흥행적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다. 그렇다면 경기 내용보다 최홍만이 이기는 경기를 만들었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판단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최홍만이 훈련을 하는 모습. 사진제공=에프이지 코리아
A 씨는 최홍만과 추성훈을 비교하면서 “추성훈은 대회가 없어도 꾸준히 운동하는 선수이지만 최홍만은 대회 없을 때는 운동을 게을리 하는 면이 있다. 그 차이가 경기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A 씨는 최홍만이 더 이상 격투기를 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대회를 보면서 자칫 잘못했다간 최홍만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이런 형태의 준비와 대회 출전은 지양해야 한다. 혹독한 훈련과 철저한 준비를 마친 후에 링 위에 올라갔으면 좋겠다. 더 이상 최홍만이 처참하게 무너지는 걸 보고 싶지 않다.”
한편 최홍만의 훈련 과정을 지켜보고, 일본 도쿄 대회를 직접 현장에서 관전했던 격투기 해설위원 김대환 씨는 최홍만이 훈련했을 때와 실제 경기할 때의 모습이 많이 달랐다고 말한다.
“연습 때는 이 정도의 모습이 아니었다. 충분히 경기 감각을 끌어 올렸고, 제대로 된 대회를 치를 정도의 몸 상태였다. 그런데 실제 경기에서의 최홍만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나중에 그 이유를 알아보니 경기 전날 잠을 거의 못 이뤘고, 기사 때문에 심적인 압박이 컸다고 하더라. 패배의 원인을 기사 탓으로 돌리고 싶진 않지만, 선수로선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김 위원이 말하는 ‘기사’는 대회 열리기 이틀 전 최홍만이 지인에게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아 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는 내용이 보도된 것을 의미한다. 다수의 국내 언론은 지난 23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진경찰서가 지인에게 돈을 빌리고 갚지 않은 혐의(사기 등)로 최홍만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지난 5월에 이미 피소된 내용이었고, 게다가 피해자 측과 돈을 갚기로 합의를 본 상황에서,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미묘한 시점에 기사가 쏟아졌다는 게 최홍만 측 주장이다.
실제로 최홍만은 이에 대한 파문이 커지자 기사들로 인해 심적 고통이 큰 나머지, 이틀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대환 해설위원은 당시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한국에선 일본에 있는 홍만이가 검찰에 잡혀간 줄로 알더라. 아무리 신경을 안 쓰려고 해도 주위에서 전화도 많이 오고, 기자들의 문의가 이어지는 등 대회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도 실전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길 바랐는데, 최홍만도 사람이다 보니 그 복잡한 상황을 극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김 위원은 최홍만의 훈련량 부족과 관련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훈련량만큼은 절대 부족하지 않았다. 6년이란 공백이 있었지만, 3개월가량 굉장히 많은 훈련을 소화했다. 아시다시피 홍만이가 뇌종양 수술 이후 체중이 많이 빠졌다. 평소 145kg이 넘는 체중을 보인 그가 훈련 처음 시작할 때 보니 135kg의 체중을 나타냈다. 3개월가량 훈련해서 이전의 체중으로 올려놓았고, 공백 과정에서 나타난 근육량 감소와 체력 부족이 많이 회복된 상태였다. 격투기 전문가인 내가 최홍만의 훈련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분명 비판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훈련 과정을 지켜보면서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판단이 섰다. 그렇지 않고선 대회에 올리지 않았을 것이다.”
김 위원은 최홍만의 상대 선수였던 카를로스 도요타는 적정한 상대 선수였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카를로스의 나이가 많긴 했지만 최근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는 선수였고, 최홍만을 상대할 만한 헤비급 선수를 동양 선수들 중에서 찾기가 어려웠다. 패하긴 했어도 상대 선수가 최홍만에게 그리 어려운 선수는 아니었다.”
최홍만은 경기 다음날 로드FC 관계자들에게 “이제 은퇴해야 될 것 같다”는 얘기를 전했다고 한다. 김 위원은 “워낙 악플과 비난에 시달리다보니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면서 “그래도 어렵게 재기에 나선 선수인 만큼 이렇게 그냥 사라지는 것은 자신과 한국 격투기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결정은 아니라고 본다. 무엇보다 선수의 은퇴는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다. 선수의 의지로 결정하는 것이다”라는 단호한 입장을 나타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최홍만 재기 가능할까 ‘옥타곤’이 그리 만만치 않을텐데… 최홍만이 이번 일본 로드 FC 대회에서 상대했던 카를로스 도요타는 지난해 9월 최홍만과 상대할 뻔했던 선수였다. 2014년 9월 12일 서울 방이동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이벤트 ‘레볼루션 2: 혁명의 시작’에서 최홍만이 카를로스와의 대결로 복귀전을 가지려 했다가 대전료 미지급 문제로 마찰을 빚으며 대회 출전을 포기한 일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로드FC 대회에서 맞붙는 두 사람의 대결에 더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연예계 활동이 생각한 것처럼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았고, 경제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되자 최홍만은 다시 링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을 알고 있는 격투기 관계자들은 최홍만의 복귀에 대해 불편한 시선을 보냈고, 위의 본문에서 언급한 격투기 관계자 A 씨 또한 최홍만의 재기를 부정적으로 본 것이다. “최홍만의 주위에 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자꾸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인생이 꼬인다는 느낌이 든다. 격투기는 아무리 이벤트성의 목적이 있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운동이 된 상태에서 링에 올라가야 한다. 방송이나 영화처럼 가볍게 생각하고 뛰어들어선 절대 안 된다. 그걸 모를 리 없을 텐데…. 최홍만은 분명 다시 도전할 것이다. 그러나 또 다시 링 위에서 처참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팬들은 철저히 그를 외면할 것이다. 격투기는 물론 연예계 생활에도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 이상 비틀거리고 구겨지는 ‘골리앗’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영] |